[나는 익숙하지 않은 쪽으로] 21화

반등기, 법과 심리와 흐름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

by 다니엘D


2024년 말.

도윤은 본인의 집은 세입자를 두고, 자신은 다른 동네에서 전세로 살아가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이 구조는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여유가 있으면 자기 집에서 살지, 왜 굳이 남의 집에 전세로 들어가 사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도윤에게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전략이었다.

자산의 상승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거주 환경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

부동산의 흐름을 직접 체감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유연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위험을 특정 자산에 락(Lock)시키지 않는 리듬감.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은 2022년,

금리와 전세와 매매가가 동시에 바닥을 향해 추락하던 시절에 들어온 곳이었다.

그때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있었고,

좋은 전세 가격은 길거리에 널려 있었지만,

그걸 “기회”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도윤은 그때 흔들리지 않고 판단했다.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 이런 가격은 다시 안 온다.”

그렇게 그는 그 누구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전세를 잡았다.

그 선택은 2024년 현재에도 유효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세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4년이 되자 전세 시장은 서서히 반등 조짐을 보였다.

입지가 좋은 곳부터 전세금이 오르기 시작했고,

전세 매물도 줄어들고 있었다.

KB 지수, 실거래, 전세가율.

어느 지표를 봐도 바닥은 이미 지나 있었다.


도윤은 이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흐름을 안다고 해서 흐름에 휘둘리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흐름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내가 움직여야 하는 리듬”을 따로 정해 두고 있었다.


그에게 리듬은 ‘남들보다 빨리’가 아니라

‘남들이 질주할 때 과속하지 않고, 남들이 멈출 때 천천히 걸어가는 것’에 가까웠다.

그것이 결국 긴 호흡에서는 승부를 가른다고 그는 오래전부터 믿고 있었다.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은 조급하게 들어왔다


전세계약 연장을 이야기하려던 날,

집주인은 말 그대로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전세가가 많이 올랐어요.

1억 정도는 올려야 합니다.”


도윤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1억 인상이라는 숫자는 현실과도, 법과도, 시장 구조와도 맞지 않았다.

그저 집주인이 최근 들었을 기사,

근처 부동산이 흘린 대충의 분위기를

너무 크게 받아들인 결과였다.


도윤은 정중하지만 딱 부러지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도 요.”


집주인은 재빨리 다른 카드를 꺼냈다.


“그럼 제가 들어와서 살게요. 세입자 받을 필요 없어요.”


이 말은 흔한 협상용 문구이지만,

대부분의 세입자는 여기서 흔들리고 마음이 뒤집어지곤 한다.

하지만 도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임대차 3법의 구조—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면

리스크는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도윤은 조용히 말했다.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최대 인상폭은 5%입니다.

1억 인상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어렵다면 저는 나가겠습니다.”


도윤의 말은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

그는 감정으로 말하지 않았고,

법·시장·데이터 위에서 말했다.




며칠 뒤, 집주인의 태도가 바뀌었다


며칠 뒤 집주인은 다시 연락을 해왔다.

이번엔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제가 바로 들어오긴 어려울 것 같아요…

전세금은 5% 안에서 조정하는 걸로 이야기해 볼까요?”


그제야 도윤은 현실 협상이 시작됐음을 알았다.

그는 상한선을 정확히 계산했다.


4.1억 × 5% = 2050만 원

즉 0.205억 약 2천만 원


“전세금은 법적 상한인 2천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도윤이 딱 잘라 말했다.


집주인은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도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명확했다

• 전세 4.1억 4.3억(5% 상한 내 인상)

• 2년 연장 확정

• 집주인의 “1억 인상” 요구는 결국 철회

• 도윤은 여전히 입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안정적인 2년을 확보했다


이 모든 과정은

도윤이 흐름을 읽되 흐름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증거였다.

그는 시장의 상승기에서도 법과 데이터의 ‘안전선’을 지키면서

리듬감 있게 움직였다.




도윤의 내면에 스친 작은 씁쓸함


며칠 후 도윤은 자신의 집 재계약을 떠올렸다.

그는 얼마 전 자기 세입자에게

단 1원도 전세금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연장해 줬다.

세입자는 성실했고,

집도 잘 관리해 줬고,

그는 굳이 몇 천 원의 차액을 위해

관계를 흔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날 밤 잠시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그대로 해줬는데,

사람들은 꼭 나와 같지 않구나.”


하지만 감정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도윤은 다시 객관적인 결론으로 돌아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스스로 정리했다


“자산은 상승을 노린다고 해서

법을 무시하거나, 리듬을 잃어도 되는 게 아니다.

흐름은 타되, 흐름의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는 사람.

그게 진짜 살아남는 사람이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2022~2024년 전세 흐름을 엑셀로 정리해 넣었다.

이것이 도윤의 방식이었다.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법·타이밍·리듬으로 움직이는 삶.


“반등기에도 흔들리는 건 가격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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