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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eneinnain Mar 07. 2022

드라이브 마이 카

진심을 읽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이어

또 다른 일본인 감독을 관심 가지게 된 것은 바로 하마구치 류스케이다.


78년 생이라니, 이른 나이에 벌써 몇 작품이나 결실을 맺은 그가 부럽다.


작년 말에 처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을 접했고, 특히 노르웨이의 숲을 보고 나서 디테일에 놀랐다.


그 시기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러 권을 접하기도 했는데, 하루키의 디테일과 바나나의 숨을 뱉듯 써 내려가는 가벼운 문장들을 합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나나의 소설은 퇴고를 많이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볍게 읽을  있는 문장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다수의 단편들이 한부모 으로 환경 설정이 되어있는  같아서 진부함을 느끼기도 했다. 잠시 스치는 생각으로 설정을   다양화하면 좋을  같다가도, 내가 모르는 사회에는 이미 그만큼 한부모  많아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키는 그의 디테일에 소름이 끼치면서 닮고 싶으면서도, 야설(?)에 가까운 부분은 내가 겪어온 문화에 적용해서 이입하기는 어려울 때가 있었고, 진짜 이러한 문화를 겪고 살아내는 이들이 있는 건가 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로부터 이질감을 느꼈다.


아무쪼록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하니, 극장으로 뒤늦게(?) 달려가 관람했다.


영화의 시작은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의 독백으로 채워지는데, 몰입하지 못했던 나는 연기력 논란 없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만큼 감정이 없이 책을 읽듯 말했는데, 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오토는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그대로 말하는 거였어서.. 그 정도면 대단한 의식의 흐름을 잘 정리하는 야무짐이었다.


나는 사람의 얼굴과 옷차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족의 얼굴은 자주 봐서 익숙해져 있고 주변의 새로운 사람을 보면 실례가 될 수 있으니 한눈에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매체에 등장하는 이들은 때로는 일시 정지하거나 다각도에서 찍힌 사진들을 통해 연구하기도 한다.


이번 영화에서의 발견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코였다. 첫 장면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 그의 코의 어색함을 잡아냈다. 아마도 코 수술 때문인 것인데, 비록 어색한 콧구멍 모양이어도 높게 자리 잡혀있는 코가 어느 정도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완성시킨 것 같았다.


꽤 오래전부터 활동을 했는지, 아니면 일본어로도 구글링 하지 않은 탓인지 성형 전 그의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긴 독백들과 연극 연습 장면들로 대부분 채워졌고 "베냐 아저씨"라는 작품을 다루었다. 그래서 소냐(이유나 역, 박유림)라는 소녀와 베냐 아저씨의 대화가 점점 마음속 깊은 대사를 치면서 이내 절정에 치닫으면서 영화는 마무리 지어진다.


이렇게 긴 독백들을 집중해서 듣다(읽다) 보면 류스케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일본 사회와 구성원들의 세심한 심리를 읽어낼 수 있다.


삶을 살아갈 때에 타인과 어울리기도 하고 때때로 기대야 하는데, 우리는 자신을 가장 나중으로 하거나 감추게 된다. 이는 결국 돌고 돌아 혹은 곪고 곪아서 타인과의 관계도 망치게 되니

피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필수 조건이거니와 분명하고도 솔직하게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한 것 같다.


삶을 아주는 포기하지 못한 채 또 가끔은 다 포기했다가도, 이런 반복되는 과정을 살아가는 것.


그 과정 속 겪는 불확실함으로 흔들리면서


오늘도 저녁이 지나고

또 내일 아침이 온다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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