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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수 Oct 07. 2018

다시 만난 제비



사람에게 복을 가져다준다는 새, 제비.


어릴 적 외할머니댁에서 제비둥지를 처음 보았다

손을 들고 힘차게 뛰어오르면 손끝에 닿을만한 높이의 처마 아래에 제비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곳이 그들 집이기에 도망갈 곳도 없었을 테지만 다른 새들과 달리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바로 눈 앞에서 무심히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 어린 마음에 매우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러기에 방에서 마루로 나올 때마다 신기한 눈으로 가장 먼저 제비둥지를 수시로 살피던 나였다.

 

내가 더 자라고 제비 식구도 떠나고 옛집도, 외할머니도 모두 사라진 지 오래. 

내 주변은 점점 도시화되어가고 제비에 대한 인상도 희미해져 갔다. 


가끔 지방 여행이라도 가면 텅 빈 하늘에 무수한 자유 곡선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제비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동적인 움직임이 어릴 적 외할머니댁에서 보았던 제비의 정적인 표정보다는 강렬하지 못했다.

그렇게 제비는 나에게 '날아가는 새'라는 사전적 문구에 제한되어버린, 조류의 일종으로 굳어져버린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때, 생각지도 못하게 내 삶 속에 제비처럼 복을 안고 날아 들어온 사람이 있었고,

그에게 제비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도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제는 그 사람의 호칭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외할머니댁에서 내가 마주한 제비와의 교감을 신기하게도 사람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반갑고도 경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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