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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수 Aug 22. 2018

어미 다람쥐와 아기 다람쥐

겨울나기를 위해 집수리를 했던 오래전 가을이었을 것이다.


나와 아버지는 지붕 위에 올라 지붕을 보수하는 일에 매달렸고, 형과 어머니는 아래에서 이것저것 보조를 하며 아버지와 나를 거들었다.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도구를 가지러 다녀온 형이 대뜸, 집 옆 도로에 이상한 것이 있다며 손으로 가리켰고, 한숨 돌릴 겸 나와 아버지는 지붕 아래로 내려와 형이 이끄는 곳으로 가보았다.


누런 빛깔의 작은 털 뭉치 같은 것이 아스팔트 위에 덩그러니 붙박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다람쥐 시체였다. 크기와 생김새로 보아 아기 다람쥐 같았고, 입과 코에 약간의 출혈이 있었다. 딱한 마음에 쉽사리 아기 다람쥐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는 데, 형이 다른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또 한 마리의 다람쥐가 죽어 있었다. 이번에는 덩치가 제법 컸고, 출혈은 없었다.


묘연했다. 

다람쥐 시체를 직접 본 것도 생전 처음이지만 동시에 두 마리 다람쥐 시체라니... 너무 뜻밖이었고 난감했다. 

아버지와 형과 나는 익숙지 않은 광경을 이해해보려 곰곰이 죽은 다람쥐를 살펴보고 있는 데, 어느새 현장으로 나타난 어머니가 상황을 정리해주는 말을 던졌다. 그들은 어미와 아기 다람쥐고, 건넛산에서 이곳으로 와 서로 정겹게 달음질하는 두 다람쥐를 어머니는 종종 목격하곤 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따라 추측해보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이렇게 정리된다.


도로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덩치 큰 다람쥐가 어미고,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죽어있는 작은 다람쥐가 새끼였다. 먼저 어미 다람쥐가 도로를 건넜고, 아기 다람쥐가 어미를 따라 도로를 건너다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치인 것이다. 그 자리에서 즉사한 아기 다람쥐를 본 어미 다람쥐는 그만, 충격에 그 자리에서 쇼크사한 것이었다. 도로에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많이 보아온 터라 우리 가족 모두는 정황을 그렇게 분석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슬픈 사연을 남긴 어미 다람쥐와 아기 다람쥐를 느티나무 아래에 함께 묻어주었다. 약간의 기도도 보탰다. 그리곤 우리 네 가족 은 원래 일하던 자리로 돌아갔다.


오래전 목격했던 두 다람쥐의 죽음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기까지 했다던 인간의 행태와 애틋한 모성애와 통렬한 감정으로 죽음까지 이렀던 동물의 모습이 매우 비교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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