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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수 Jan 03. 2019

본 적도 없는 호랑이

호랑이 담배 피우고 곶감 찾던 시절

천지 신령과 함께 다니며 사람들에게 복도 주고 벌도 주던 영험한 네가
영겁의 시간을 몸에 새긴 검은 줄무늬 가득 품고
천지 신령 따라 완전히 꼬리를 감췄구나

반달곰도, 삵도, 산양도 기어이
버티고 버티며 살고 있건만
너에 대한 그릇된 인간의 마음이 전부 죄고 또 죄다

천지도 변하고 산촌 초목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지만
산기슭 호령(虎令)도 모두 옛말이 돼버린 것인지
노루며 고라니며 멧돼지가 산야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이
내겐 영 눈 꼴 보기가 싫다

부처의 말씀을 가지러 오천축국으로 떠난 승려 혜초처럼
너도 자연의 말씀을 가지러 저 멀리 북쪽으로 서쪽으로 떠났다고 생각할게

단절된 구릉이 굽이굽이 예전처럼 찾아들기 편한 때가 오면
내가 사는 기슭 시골집에 잠시 들렀다 가렴
집에 먹을 것 딱히 없지만 산천의 물맛 냉큼 한 사발 떠다 맛보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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