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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수 Jul 20. 2018

수달의 밤



산골집 앞 계곡에는 돌이 많았다.
계곡물 돌과 돌 사이를 가만히 엿보다보면
간혹 미세하게 움직이는 돌도 볼 수가 있었는 데,
그날은 송어였다. 

돌 틈에 대가리를 숨기고 돌처럼 가만히 몸통만 내보이고 있었다. 
그 옆에 작은 지느러미는 느린 듯 빠른 듯 흐물거리고 있었다. 
몸집이 컸고 몸집에는 선명한 상처도 보였다.

물에서 아주 큰 물고기를 봤어요

어제 인근 양식장에서 송어를 몇 마리 사왔는 데,
잡아먹기 전에 재미삼아 계곡 웅덩이에 풀어놨단다. 
근데 어젯밤 수달이 저 아래 강에서 기어올라와 
송어 한 마리를 빼고 모두 잡아 먹었단다.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아까 본 송어는 수달의 침공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다는 것을.
송어는 놀란 마음에 상처를 지닌 채 그렇게 돌에 숨어있었나보다.

깊어지는 밤, 이불 속에서 생각했다. 
아까보니 점점 달이 차오르던 데 
어젯밤 놓친 송어를 잊지 않고 다시 잡으러
초승달처럼 구부정한 몸통을 이끌고 
달빛 아래 반지르르 거죽을 뽐내며
지금쯤 수달은 물길을 기어올라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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