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박11일 가을여행 가이드 및 팁: Day 4(동부)
본 여행기는 PC나 큰 모니터로 감상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ay 4 루트: 요쿨살론 근처의 숙소에서부터 동부 피요르드 해안도로를 모두 거쳐서 피요드르 끝자락의 멋진 해안 마을인 네스쾨이프스타뒤르(Neskaupstaður) 까지 이동했습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는데 이 날은 남동부에서 동부의 피요르드 해안따라 1번 링로드를 따라 드라이브 하는 것이 거의 관광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여정이라서 특별한 다른 루트 옵션이 많지는 않고, 단지 955번 비포장 도로를 경유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 유일한 루트 옵션입니다. 상세한 955번 도로 얘기는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총 332km, 구글맵 기준 4시간 50분.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이 시간은 아무 것도 안하고 주구장창 운전만 할 때 이동시간임을 고려하십시요.)
넷째날은 드디어 제가 처음 접하게 되는 아이슬란드 입니다. 지난 겨울 여행에서의 아쉬움을 오늘부터 달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과연 동부의 아이슬란드는 어떤 모습일까 무척이나 기대하면서 아침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독자분들도 아마 아래의 사진들을 보시면 그동안 연재했던 2,3편의 풍경들과는 사뭇 다른 지형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1. 남동부 이름모를 빙하 지류 (지도에 없는 비포장 자갈길로 접근): 아래 지도에서 위치 참조
2. 회픈(Hofn) 마을. Netto 대형마트
3. 베스트라혼(Vestrahorn) (1번 링로드): 여기서부터는 피요르드식 해안도로로서 상당한 거리를 구불구불한 해안가를 따라서 드라이브 하면서 즐기는 것이 여정의 전부입니다.
4. 듀피보구르(Djúpivogur) 해안마을 (1번 링로드)
5. 바타르네스(Vattarnes) (955번 비포장 도로): 옵션. 이곳을 경유하지 않고 편하게 1번 도로 따라서 내륙으로 가로질러서 에이일스타뒤르를 거쳐 영화 촬영지인 세이디스피외르뒤르 까지 가는 것이 대중적인 루트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피요르드식 해안도로는 전체를 다 거쳐보자! 라는 이유없는 오기로 955번을 탔는데, 아...정말 간담이 서늘한 도로였습니다. 일정과 이동시간에 따라서 옵션으로 고려하세요.
6. 네스퀘이프스타뒤르(Neskaupstaður) (숙소)
사실 남부까지만 여행일정으로 잡으시는 분들은 회픈까지를 마지막으로 유턴해서 수도인 레이캬비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회픈은 남부관광지에서 동부관광지로 넘어가는 길목이고 그런만큼 마을 규모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상당히 큰 편이며 대형마트와 맛집으로 알려진 레스토랑도 많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여행시에도 여기에서 숙박을 하면서 오로라 헌팅을 성공했던 곳이라 그 감동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이번 가을여행에서는 요쿨살론 호수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와 인접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직은 익숙한 풍경이 남아있는 빙하지류들을 바라보며 아침 일찍 회픈쪽으로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10일 동안 서북부를 포함한 일주를 계획했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여행객들보다는 아침에 서둘러서 일찍 여정을 시작했었습니다. 늦어도 8시에는 출발하는 것으로요. (나홀로 여행이라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식구들을 인솔해서 움직이면 더 늦어지게 마련이죠.)
이른 아침에는 상대적으로 유명 관광지에서도 주차장이 덜 붐빌 때 먼저 거쳐갈 수 있고 아침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이틀 간 날씨가 전형적으로 눈부신 가을 날씨였는데, 오늘은 아주 흐린 아침입니다.
하늘에는 해가 없고 낮은 구름이나 산의 중간쯤까지 안개가 내려와 있습니다.
가다보니 쌩쌩 달리는 링로드 위를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는 양떼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슬란드 전체를 일주하면서 도로 위에서 여러번 양떼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일상인 듯 하나 운전자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특히 서부 지역에서는 자주 마주쳤는데, 가끔 길에 로드킬의 흔적도 본 적이 있고 어떤 양들은 도로 갓길에 여러 마리씩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두운 밤길에서는 이 또한 주의할 요소입니다.
남동부에서 동부로 가는 도중의 지형이 희안하게도 그동안 봐 온 지형과는 사뭇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화산 폭발로 일순간에 형성된 산이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동안 겹겹이 단층이 형성된 형태의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제가 지질학에 조예가 없는 관계로 어떻게 형성된 단층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뭔가 남부쪽과는 다른 뷰가 보이는구나 싶을 즈음에...
회픈을 향해 가던 중, 왼쪽으로 작은 표지판에 "~~jokull" 이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런 빙하는 가이드북,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이름이었고, 구글맵 상에 도로 표시가 아예 없는 작은 도로였습니다만, 멀리서 보이는 빙하지류의 멋진 광경에 저도 모르게 거의 급정거를 하여 즉흥적으로 좌회전하여 그 자갈길을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주 멀리서 하천 너머로 보이는 저 빙하를 따라 자석에 이끌리듯 그냥 가봅니다.
어디까지 길이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고, 길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도 모를 길은 알이 굵은 자갈로 형성되어 있어서 타이어 접지력이 상당히 약하기 때문에 커브길에서 재미나게 운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서킷에서 고성능 차량으로 드리프트를 하듯, 아무도 없는 평야 자갈길을 제법 속도를 내어 스티어링을 돌리니 SUV의 꽁무니가 이리저리 돌면서 드리프트가 절로 되는게, 평소 와인딩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저 어린애처럼 신나기만 했습니다.
아주 너른 평야지대를 자갈길로 구불구불 돌아돌아서 점점 더 가깝게 접근하니, 이 길이 빙하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이 챙겨보는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꽤나 고립된 느낌의 한적한 포인트지만, 스비나펠스요쿨 못지 않게 빙하를 가까이서 실감나게 관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주변에 하천이 있어서 더 낭만적이고 사색적인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빙하 지류가 너른 평야처럼 펼쳐진 게 아니라, 양쪽 협곡 사이로 삐져나오면서 그 거대함과 압도적 느낌이 더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역시 이렇게 돌발적으로 예정에 없던 발견과 루트를 만들어내는 재미에 있는거지요.
아직까지는 남동부라 할 수 있는 회픈까지 가는 링로드는 겨울에 느꼈던 황량함과는 달리 그 가을빛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후 3일만에 급속히 가을로 접어드는 것이 가시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참 자연이 신기롭게 느껴집니다.
나무가 없으니 단풍잎은 없을지언정 잡풀마저 알록달록하게 물이 드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입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양 외에도 많은 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 여행에서는 양들은 거의 도축되어 안보인반면, 특유의 모양을 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말들만 보았었는데 역시나 가을에도 길가에서 이렇게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내볼 수가 있었습니다.
멀리 근사하게 펼쳐진 산들과 폐가로 버려진 건물들과 어우러진, 아이슬란드 특유의 품종을 가진 말들이 참 멋드러지게 어울립니다.
본격적으로 동부로 들어서기 이전에 회픈으로 잠시 방향을 틀어서 대형마트를 갔는데 여기서 정말 이번 여행의 최대 구세주인 기적의 패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트 내 약국에서 판매합니다.)
광고성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리면서, 그 이름하여 "Fit Therapy". 이탈리아산 일종의 무릎전용 패치인데요.
제가 셋째날 샤크길 트래킹에서 무릎 통증으로 포기하게 된 이야기를 했는데 이 패치를 붙인 이후로는 전혀 통증없이 나머지 모든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처럼 V자 모양으로 무릎 아래 부위에 붙이면 목욕을 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고 5일을 버티더라구요.
달랑 3개 들어있는 한 팩에 2만원 정도로 꽤 비쌌던 기억이 있는데, 패치 1개 당 지속시간이 120시간이고 돈값은 하는 놈이라, 저처럼 관절이 불편한 분들은 미리 첫날부터 사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유드립니다.
회픈에서 유턴을 하고 곧 우회전을 하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아이슬란드의 동부 링로드로 접어듭니다.
첫번째 기착점은 우선 듀피보구르 해안가 마을로 찍고 중간에 베스트라혼 이라는 관광지로 우선 목적지를 정합니다.
베스트라혼으로 가는 해안도로는 남부와 달리 바다와 인접하면서 거대거대한 지형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도로가 보이실텐데요, 산에서부터 안개가 아래쪽으로 스으윽하고 밀려내려오는데, 날씨도 흐린데다가 나타난 풍경이 너무 거대거대해서 그저 입만 떡 벌리고 혼자서 탄성을 내뱉으면서 운전을 하게 되더군요.
저 안개가 마치 제 자동차를 순식간에 덥칠 것만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가다보면, 곧 베스트라혼으로 들어가는 비포장 우회전길을 만나게 됩니다. 링로드를 그대로 직진하면 곧바로 처음으로 만나는 터널입구가 보이는데, 베스트라혼은 터널 들어가기 전에 빠지게 됩니다.
베스트라혼은 사진가들에게 유명한 장소인데, 사유지입니다. 그리고 비포장 막다른 길 주차장에 도착하면 카페가 하나 나오는데 여기에서 입장권을 약 8,000원 정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가 간 날 아침은 너무나 심한 안개 때문에 입장권 끊고 들어가도 아무것도 가시성이 없는 듯 하여 진입을 포기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베스트라혼에서 되돌아나오면서 찍은 길의 풍경입니다. 이 길을 드라이브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압도적인 화산을 끼고 도는 길을 만끽할 수가 있었으니 꼭 한번 들러볼 것을 권유합니다.
이렇게 베스트라혼을 빠져나온 후 처음으로 아이슬란드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 넓은 나라에서 전체 링로드를 돌다가 만난 터널은 단 세 곳 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강원도 여행만 가더라도 사실 터널은 십 여군데 이상을 통과하게 될텐데, 이 나라는 되도록이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이 만든 루트를 그대로 살려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터널도 정말 최소한의 파괴만으로 뚫려있었는데요, 양방향이 없습니다!!!
마주오는 차량은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므로 가까워지는 것 같으면 중간중간 옆으로 차 한대 겨우 들어가는 공간을 파놓아서 아무나 그쪽으로 먼저 피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터널 내 속도제한도 50km 이기 때문에 통과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고 가슴이 꽤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넷째날 하루에 두 번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었는데요, 숙소가 있는 네스퀘이프스타뒤르 해안마을로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하게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합니다만, 가는 내내 1차선인데다가 터널의 넓이가 차 한대 겨우 지나갈 듯한 넓이와 높이이고 우리처럼 콘크리트로 바르지 않고 마치 석탄 갱도와 같이 울퉁불퉁한 암벽 그대로를 노출해놓았습니다.
그래서 폐쇄공포증이 있는 분에게는 꽤 힘드실 거 같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대중적인 루트로는 이 마을로 들어가지 않고 에이일스타뒤르로 바로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터널을 만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거 같고, 마지막 서부 여정에서 수도로 진입할 때 만나는 유료터널은 이곳에 비하면 대한민국 터널과 같은 느낌이고 왕복 2차선이라서 괜찮았습니다.
이제 짧은 첫번째 터널을 빠져나오니 도로 지대가 꽤 높아집니다.
좌측으로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화산으로 형성된 산 하부의 바로 옆으로 도로를 만들어서 속도를 어느 정도 내면서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는 해안 낭떠러지, 왼쪽으로는 당장이라도 뭔가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가파른 황토색 화산을 끼고 가게 되어 심리적인 압박감이 대단했습니다. 도로의 높낮이도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아주 다이나믹 했구요.
겨울에는 상당히 운전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베스트라혼을 지나 계속 가다보면 많은 여행객들에게 잠시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듀피보구르 라는 작은 해안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지도를 보면 이 마을을 기점으로 드디어 피요르드식 해안도로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일단 마을을 들어가면 작은 언덕이 있어서 올라가면 피요르드 해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저는 이 언덕 꼭대기에서 이렇게 반대편의 절경을 바라볼 때만 해도 바로 저곳이 제가 결국은 지나가야할 장소인지를 몰랐습니다. 피요르드식 해안은 잘 아시겠지만 마치 단풍 나뭇잎의 손처럼 돌출된 지형 따라 들쑥날쑥한 지형인데, 이곳의 피요르드는 한눈에 봐도 서울의 롯데월드타워 높이보다도 더 높아보이는 사진속의 산들 사이사이로 도로가 나 있어서 반대편에 보이는 풍경이 결국은 내가 가야할 곳이다~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피요르드가 지도에서 보던 스케일보다 실제로는 훨씬 방대해서 160km를 이런 길을 꼬불꼬불 운전해야 하니까 그 피로도가 상당합니다.
가다가 점심을 차안에서 해결하고 낮잠을 청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낮잠으로 정신을 차린 후에 다음 목적지인 Vattarnes 로 네비게이션을 찍고 열심히 피요르드를 따라 운전을 합니다.
위 지도에서 보면, 지형 안쪽으로 쏙 파고 들어간 부분이 실제로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저 멀리 가운데쯤에 바다가 막힌 듯한 곳이 보이는데 계속 가다보면 결국 내가 진행하던 도로에서 우측으로 보던 풍경이 다시 되돌아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정말 허탈합니다.
마치 똥개 훈련시키는 느낌이랄까요...죽어라고 집중해서 달렸는데, 다시 유턴해서 왔던 길 다시 돌아나가는 느낌적인 느낌이죠.
해안도로 운전에 상당히 재미를 느끼기도 하면서 너무 길다보니 사실 지치는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두가지 여정의 옵션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대중적인 루트로, 바타르네스(Vattarnes) 절벽길을 가지 않고 피요르드 중간에서 1번 도로를 계속 달려서 아래 지도와 같이 에이일스타뒤르로 가서 숙박을 하거나, 시간이 남으시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절경의 도로를 따라 만나게 되는 세이디스피외르뒤르 까지 가서 숙박하는 것입니다. 거리는 더 멀어보여도 내륙도로를 직진하기 때문에 더 수월한 루트입니다.
두번째는 해안도로를 모두 다 섭렵할거야! 컨셉인 분들이 선택하는 루트입니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구글 평면 맵에서 Vattrnes 를 경유해서 계획을 잡았기 때문에 시간 상 숙박지도 해안가인 네스쾨이프스타뒤르로 잡아놓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두번째 루트를 계획했기 때문에, 그래 해안도로란 도로는 다 돌아보자라는 심정으로 Vattranes 절벽은 얼마나 멋질까 하면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 날씨가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떤 날씨가 되어도 멋진 아이슬란드.
흐린 날의 피요르드는 참으로 몽환적이었습니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악한 마법사가 등장하기 전에 검은 구름떼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도 들구요.
이제 Vatternes 로 진입하는 비포장 955번 도로로 진입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짐작을 못했습니다. 955번이 그렇게나 높은 지대로 올라가게 되는 줄은요.
955번 도로상에 찍은 사진은 한장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진은커녕 식은땀 줄줄 흘리며 간신히 955를 빠져나오게 되었으니까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안개가 자욱히 낀 산이 보이시죠? 955 도로는 저 안개속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아...정말 몰랐어요. 아이슬란드에서 만나게 된 첫번째 안개속 후달리는 드라이브가 바로 이곳이 될 줄 예상도 못한건 당연한 거였습니다.
955도로는 높이도 높지만, 깍아지른 듯한 해안 낭떠러지에 위의 사진처럼 1차선 좁은 길에 오른쪽에 가드가 없습니다. 가장 꼭대기 절벽을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 속에서도 가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전진해야 하는 건 운전 베테랑인 저로서도 정말 두려운 과정이었습니다.
뒤에서 다른 차가 따라오는지, 앞에서 다른 차가 오는건지도 알 수가 없고 정말 기듯이 지나온 길이었습니다.
맑은 날씨였다면 기가 막힌 바다 풍경이 펼쳐졌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 등의 사치는 부릴 수가 없었고, 그저 사고없이 빠져나가자는 서바이벌 모드였지요.
이 길을 다 통과해서 산 아래로 내려오니 레이다르피요르뒤르 마을이 나타나는데 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구 마을이라서 배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이 사진의 배 뒤쪽에 안개가 자욱한 산이 보이실텐데요, 955번 도로가 바로 거기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정말 살다살다 이런 안개는 처음(그러나, 나중에 북서부 지역에서 더 후덜덜한 안개를 만나게 되는데...) 겪어봅니다.
이제 목적지인 네스쾨이프스타뒤르로 가기 위한 마지막 산자락으로 오릅니다.
에스키피외르뒤르 지역인데요, 위의 지도에서 보시면 꽤 높은 산으로 다시 오르게 됩니다.
역시나 여기도 이날의 날씨 때문에 극심한 안개속으로 들어갔지만 도로 사정이 좋아서 955도로보다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 산맥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잘 설치 되어 있을만큼 절경일 거라고 추측이 됩니다만, 제가 지나갈 때는 아래의 사진과 같았습니다.
전망대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안개속을 구름속을 거닐 듯이 세찬 바람을 맞으며 바라다보는데,
안개를 뚫고 갈매기가 제 눈높이 앞에 쑥 나타납니다. 그저 이 갈매기를 보면서 여기가 얼마나 높은 곳이구나 짐작만 할뿐이었지만 세찬 바람과 안개 속을 활공하는 갈매기가 매우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이 언덕을 넘어가면 아까 언급한 가장 길었던 터널을 지나게 되고, 거짓말처럼 바닷가 만에 인접한 아름다운 마을인 네스쾨이프스타뒤르를 만나게 됩니다.
이 마을은 집들도 상당히 예쁘고 거대한 지형으로 만 형태로 둘러쌓인 해안마을이라서 정말 멋집니다.
이곳을 경유해서 숙박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만의 끝자락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트 아주머니 말로는 이 만에서 자주 고래가 관측된다고 하셔서 한번 기대를 해보았으나, 제게는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여름성수기가 지나자마자의 시기라서 게스트하우스 전체를 저 혼자만 예약을 한겁니다. 말이 공용 욕실이지 결국은 저 혼자 꽤 큰 게스트하우스를 독채로 사용하게 되는 행운도 따랐습니다.
이렇게 호스트도 퇴근해버린 게스트하우스 조식 테이블에서 혼자 다음날 일정을 검토하면서 바깥의 바닷가 풍경이 해가 질 때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이제 내일은 드디어 북부로 들어가는구나!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데티포스 폭포를 만나게 되는구나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죠.
다섯째 날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다에 등장하는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멋진 길을 아침에 바로 들르고, 북부로 가는 일정을 세웠습니다. 이동거리가 엄청나고 들러야 할 관광 포인트가 아주 많아서 꽤나 힘든 하루가 예상되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역시나 처음 만나게 된 동부의 아이슬란드에 대한 느낌은,
으로 간단히 표현해봅니다. 자연 앞의 미물이란 표현은 오늘과 같은 날 맞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섯째날 연재에는 역시나 또다른 아이슬란드의 지형을 보시게 될 겁니다.
남부와도, 동부와도 너무나 다른 거친 북부 풍경을 곧 포스트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