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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Aug 12. 2019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왜?”

“재미없어, 미래도 안 보이고”

“나도 23살 때 내 인생에서 가장 파괴적인 시즌이었어. '어쩌라고 XX'을 입에 달고 살았다니까.”



미래가 불안한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야.

[미래]라는 말이 ‘아닐 미’에 ‘올 래’ 거든? 아직 안 왔다고.

무슨 우리가 예언자도 아니고-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알겠어.

내일 너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너 알아?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내일의 불안감에 휘감겨서 오늘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재미없겠어.     


예를 들어 지금 수학여행 하루 전이라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좋겠어??

(수학여행 하루 전날 아끼던 리바이스 롱치마를 고이 접어 침대 위에 둔 내가 생각난다.)

내일 수학여행이라고! 근데 수학여행을 가서 꼭 재미있는 일만 있을까? 선생님한테 혼날 수도 있고, 배탈이 날 수 도 있고, 친구랑 싸울 수 도 있잖아. 하지만 그런 것부터 생각하지 않지. 일단 즐길 생각부터 하잖아. (실제 나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남자 친구랑 대판 싸워서 모든 사진을 팅팅 부운 눈으로 찍어야 했어ㅋ)

왜 다른 것에는 관대하면서 너에게만 부정적인 기준을 두고 생각하니. 생각의 프레임을 좀 바꿔보자.     


우선, 현재 상황에 대해 천천히 점검해봐야 해.

앞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1.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인지,

2. 나의 흥미나 적성에 대해서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지,

3. 현재 내 삶 속에서 진로에 대한 의욕이 없는 것인지,

4. 혹은, 그냥 게으른 것인지 먼저 파악해야 해.      

    

1.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 ‘괜찮다 ‘는 모든 사람의 기준이 달라.

흔히 말하는 연봉이 될 수 도 있고, 어떤 사람은 차, 지식 추구, 보람, 남의 시선 등 본인의 인생계획과 가치에 따라서 달라져. 실제 내 후배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있고, 5년 뒤 명확한 꿈이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하게 출근하고 있어. 내가 다 좋더라.

현재 일을 하지 않아도 네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상태인지 먼저 확인해봐.

‘중요한 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없는 상태라면 미안하지만- 너 일해야 돼.     


2. 나의 흥미나 적성에 대해서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지?

☞ 정말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인 것 같아. “제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대학을 선택할 때, 학과라는 걸 선택하잖아? 혹은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인문계를 갈지, 특성화 고등학교를 갈지 선택하지. 그건 네 인생에 무지막지한 영향력을 미칠 거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는 공대를 졸업해서 교육업에서 일하고 있어.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

남들이 4년 동안 한걸 23살 때부터 따라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야.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전공은 사회에 나와서 정말 1도 쓸모없을 수도 있거든. 난 지금 오토캐드의 선 그리는 단축키를 잊어버렸어. 4년 동안 했던걸 말이야. 그걸 뒤집기 위해서 내 20대 때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했어. 부족함을 채우려고.


우선 이 글을 읽는 네가 고등학생이라면 전공선택에 에너지를 정말 많이 쏟아야 할 거야.

선생님이 정해주는 과로 가지 마. 졸업하고 나면 선생님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네 인생 책임져 주지 않는단 말이야.

요즘엔 먹는 것만 잘 먹어도 직업이 되는 세상이야. 먹방 알지?

네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니? 친구들한테 물어봐. 생각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알려 줄 수 도 있어.     


생각해 보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적성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아. 반장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받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선생님이 “너는 구동화를 하면 참 잘할 것 같아” 그랬는데-

그때는 구동화가 뭔지 몰랐어. 어쨌든 나는 말이든 글이든 [표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네가 잘하는 것은 명사화되지 않아. 동사화로 생각해야 해. [엔지니어를 잘한다]라고 표현하진 않거든.      


자, 네가 잘하는 것을 한번 골라볼래?      

□말하기 □책/신문 읽기 □조사하기 □글짓기 □셈하기 □지도보기 □외우기 □음악 감상 □동식물 관찰

□식물재배 □만들기 □실험 □학습/공부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연극하기 □꾸미기

□수집 □춤추기 □요리 □운동 관람 □외국어 □영화감상 □기계 분해조립 □낭독하기 □예술 관람

□먹기 □추론하기 □계획하기 □사교모임 □상상하기 □배우기 □가르치기 □감정표현 □판매하기

□설득하기 □저축하기 □여행 가기 □발표하기 □유머 발휘 □의견 제시 □설득하기 □운동하기

□봉사활동 □도전하기 □글씨 쓰기 □컴퓨터 활용하기 □영상 만들기 □협상하기 □소개하기

     

이중에 네가 잘하는 것 하나라도 있니? 이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우리가 잘하는 걸 찾아보자!

               

3. 현재 내 삶 속에서 진로에 대한 의욕이 없는 것인지?

☞ 예를 들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삶 자체가 무기력할 수도 있어.

음- 우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게 먼저인 거 같아.

직업이야 언제든 가질 수는 있거든! 물론 나이가 들어서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차선으로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어!

그런데 말이야,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인생의 기둥이 흔들리거든? 건강보다 우선인 건 없는 것 같아.

스트레스 많지? 심리상담 병원을 가려니 주변 시선도 있고, 비용적인 문제도 걱정될 거야.

한 번은 상담을 온 학생한테 “취업 스트레스가 많은데.. 풀 계획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용한 점보는 집 알려줘서 가보려고요.”라고 하더라.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했지만 얼마나 스트레스받았으면 점집을 가겠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이 좀 아팠어.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워크넷에서 제공하는 진로상담을 받아보길 권장해!

인생에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객관적으로 나를 파악할 수 있고, 비용 드는 것 없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거든.

[워크넷: https://www.work.go.kr-> 직업진로-> 진로상담-> 상담신청]               


워크넷 온라인 진로상담 현황


또, 삶 자체가 무기력할 수도 있지.

흔히 대2병을 앓는 우리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 “포기하면 편해.”


대충 살자. 걷기 귀찮아서 미끄러져가는 북극곰처럼


대충 살자 시리즈를 보면서, “그래 너무 열심히 살 필요 없지.”라고 하지만, 대충 산 사람들이 모두 “대충 살길 너무 잘했어~”라고 하진 않잖아.

누구에게나 ‘대충 사는’ 리프레시의 시간이 필요한 순간은 있어. 에너지의 순환은 너무 당연한 거니까.

그러니까 여행이든 취미든 잠수든 나만의 시간을 갖으려 하지 않겠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너무 소모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냥 원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성격인지 생각해 보아야 해.


다음 체크 리스트 한번 해볼래?     

□ 취업 압박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다.

□ 스케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 고등학생 때가 좋았다며 과거를 오래 생각한다.

□ 무기력함과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고민에 머물러 있다.

□ 전과나 휴학, 편입을 매 학기마다 고민한다.

□ 모임이나 SNS상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과하게 어필한다.

□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먼저 하면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낮은 스펙을 비난한다.

□ 취업에 대한 대피처로 대학원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이 10가지 중에 5가지 이상 해당돼?

너에게는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거 알아? 안타깝게도, 청년 중 60%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무기력감을 가지고 있어. 너에게만 해당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말았으면 해. 그래도 돼. 나는 23살에 취업해서 너무 빨리 취업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니까.

취업이나 진로, 미래가 중요하긴 하지만 너의 하루하루가 모여 ‘삶’이 돼.

너의 소중한 하루를 ‘부정’으로 채우지 않길 바라. 인생이 얼마나 긴데-

과연 현재 너의 삶을 해치면서 까지 하는 고민에서 얼마나 건강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까?

차라리 그럴 땐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시선을 돌리는 것이 나을 수 있어.

 

중2병이 한참 있던 시절, 나는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서 수업 중간에 집에 가는 날도 있었어. 선생님한테 다시 붙들려 들어가야 했지만.

그런 시기에 내가 했던 작은 이벤트는 선생님이 친구 이름(최XX)을 수업시간에 몇 번이나 부르는지 체크하는 거였어. 음흉하게도 며칠간을 이야기하지 않고 나중에 “너 그거 알아? 선생님이 너 이름 38번 불렀어 ㅋㅋㅋㅋ”라고 얘기했으니까. 이 이벤트로 나는 수업시간에 집중할뿐더러 듣기 싫은 수업도 ‘재미’로 바뀌게 되는 시간을 보냈지.     


사회가 무서운 속도로 복잡해지면서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해야 하는) 것들은 다양해졌고, 그로 인한 실패나 감당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아졌어. 하지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기에 당연히 우리의 좌절감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무기력함으로 나타나.     

네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 기질과 잠재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작게나마 성공을 반복한다면, 우리에게는 모두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그러니,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 그리고 실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나도 그런 의미로 ‘글을 쓰는’ 걸 실행하고 있어.


넓은 나무판자가 강풍을 맞는다면 부러지겠지만, 가운데 구멍을 뚫어 실을 연결한다면 오히려 강풍에 더 잘 날 수 있는 연이 되거든?

물론 우리를 포기하게끔 만드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작은 성공을 만들어 심리적 안녕감을 느끼는 것 아닐까?     


너의 심리적 안녕을 응원해. 우리 모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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