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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an 25. 2019

위대한 Wavve가 되기 위해

Beyond 넷플릭스를 향해

#2-1. '옥수수'와 '푹'의 합병 이유  https://brunch.co.kr/@chofang1/9

#2-2. 웨이브(토종 OTT 생존의 조건 https://brunch.co.kr/@chofang1/10


전편에서 토종 OTT가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대해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토종 OTT가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들을 살펴보겠다.




전략 1. 합종연횡으로 동남아를 뚫어라


상품 차별화가 어렵고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산업(예.전기, 통신 등)은 한계비용 체감 법칙에 의해 산업이 자연스레 독점화된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차별화 요인이 없다면 해당 산업은 선도 사업자에 의해 독점화된다. 예로는 메신저 시장의 '카카오톡(M/S 95%)', O2O 배달 시장의 '배달의 민족(55%)', Mobility의 '카카오택시(80%)' 등이 있다.(다만 경제학적으로 플랫폼이 독점화 되는건 수확 체증 때문이다.)

 

과연 OTT는 어떨까?  OTT도 다른 플랫폼처럼 '수확체증 법칙'이 존재한다. 가입자의 수가 많을수록 콘텐츠 Sourcing에 유리하여 더 많은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다. 가입자가 많으면 재무여력이 증대되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그러나 OTT는 콘텐츠를 통한 상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타 플랫폼 산업과 차이가 있다.


미디어 시청자은 OTT 구매를 결정할 때 플랫폼 자체보다는 콘텐츠를 보고 판단한다. 마블 시리즈를 보기 위해 (향후 출시될) '디즈니+'에 가입하고, 국내드라마를 보기위해 옥수수나 Pooq에 가입하는 식이다. 즉, OTT는  '멀티호밍' 시장인 셈이다.

(멀티호밍은 '모노호밍'의 반대말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쓴다는 의미이다. 참고 https://brunch.co.kr/@bellrings/21)

 

하지만 만약 특정 OTT 가입자 규모가 경쟁자를 압도한다면 플랫폼의 수확체증 효과가 상품차별화 효과를 압도하여  '모노호밍'이 될 수도 있다.  1백만 가입자를 가진 OTT는 콘텐츠의 양과 질 측면에서 1억 가입자를 가진 OTT를 넘을 수 없다.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는 1억의 가입자를 OTT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다만 1억 가입자가 '글로벌 가입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화 권역의 가입자'를 의미한다는 함에 유의해야 한다. 영상 콘텐츠는 문화 상품의 일종으로 소비성향이 문화권역별로 구분된다. 미국 콘텐츠는 유럽, 호주 등에서는 선호도가 높으나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다. (마블 영화는 예외) 아시아에서는 문화적 배경(유교문화 등)이 유사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다.

글로벌 한류 동향 (출처. Kotra 2011년)

 

따라서 OTT의 경쟁 영역은 문화 권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설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게 본다면 아시아의 넷플릭스 '유효 가입자수'는 1억 4천만명이 아닌 '넷플릭스 아시아 가입자'인 150만명*('17년말 일본 니케이 추정)이다.   


* 다만, 최근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만도 100만이 넘었다고 하니 현시점 아시아 가입자는 '17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19.1분기 기준 한국 가입자만 3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참고로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부 유료가입자다.


한류의 문화권역이 아시아라면 토종 OTT의 경쟁 환경이 보기보다는 절망적이지 않다. '옥수수+푹' 합병법인의 유료 가입자는 90만 정도로 넷플릭스 가입자 300만명(?)과는 차이가 나나 여전히 대다수의 시청자는 아직 OTT 가입자가 아니므로 극복가능하다. 아직까지는 '뺏는' 시장이 아닌 '개척'하는 시장이다. 중요한 것은 토종 OTT도 넷플릭스처럼 아시아 다수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입자를 모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종 OTT가 국내 가입자 모으기에만 열중한다면 결국 규모 차이로 패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종 OTT의 해외진출은 필수적이다. 


다양한 해외진출 방법 중에 Cross-border M&A가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 M&A 타겟을 둘러볼때 제일 먼저 중국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중국의 OTT는 규모가 거대하여 국내 회사가 인수를 논할 대상은 아니다.

(중국 1위 OTT인 '아이치이'의 유료가입자수는 무려 5천만명임) 


현실적으로 M&A 고려 대상은 동남아 OTT들이다. 동남아에는 'iflix'('17년 기준 가입자 50만, 20%), 'hooq(20만, 10%)', 'viu(20만, 10%) 등의 경쟁력 있는 Regional OTT가 있다. 


동남아의 OTT 사업자들


※ 동남아 가입자 규모와 M/S에 대해서는 기사별로 추정 편차가 크다. OTT가 통신사 연계 상품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유료가입자 기준에 대한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본문은 dataxis와 기사를 참고하였다. 


이 중 hooq과 viu는 한류 콘텐츠를 핵심으로 한다. 특히 viu의 경우 한류 콘텐츠 의존도가 60%에 달할만큼 한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hooq과 viu도 국내와 동일하게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로 위협을 느끼고 상황이다. 토종 OTT와의 합병은 콘텐츠 Sourcing 경쟁력 강화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설득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토종 OTT의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가입자 확대 노력을 해야한다. 단순히 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동남아 OTT 인수(안되면 지분제휴라도)하는 식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 노력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전략 2. 골드러시에 청바지를 팔아라


 OTT의 핵심 경쟁력은 엄밀히 말하면 가입자 유치와 콘텐츠 판매이다. 콘텐츠 제작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은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도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로 OTT 회사가 직접 뛰어드는건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게다가 OTT의 콘텐츠 자체 제작은 국내의 우수한 콘텐츠 제작사들을 경쟁자로 돌릴 위험도 있다.


 '15년 SKT가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5천억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 관망하던 지상파와 종편사업자의 일제히 태세를 전환해 SKT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반대하는 보도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결국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실패하였다. 이 사례를 보면 OTT가 직접 콘텐츠 제작 경쟁에 뛰어들 때 제작자들이 느낄 반감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컨텐츠의 상당수는 자체 제작이 아닌 독점 Sourcing이다. 미국 방송사나 영화 제작사에 선투자를 하는 대신 해외 판권은 넷플릭스가 갖는다*. 제작자는 투자금 부담을 낮추면서 콘텐츠 제작에 전념할 수 있고 넷플릭스는 우수한 방송사의 콘텐츠를 통해 가입자 유치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win-win이 되는 협력형태다. (다만, 콘텐츠 비용이 지속 상승할 경우 OTT에 부담이 될 수는 있다)


*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상당수(서던리치, 스타트랙,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등)가 이런 계약으로 공급되었다. 


OTT는 자체 콘텐츠 제작보다는 제작 연관 영역 확장이나 부가서비스 개척에 집중하는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CG나 VFX 회사들에 투자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들에 투자 시 콘텐츠 제작자를 지원하면서 사전에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후 콘텐츠 Sourcing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제작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을 확보할 수도 있다.


 리바이스 청바지는 19세기 서부 대개척 시대에 금광을 캐러 몰려오던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팔면서 크게 성장하였다. OTT 사업자도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기 보다는 부가 영역에서 Value를 창출해야 한다. 마치 리바이스 청바지 처럼 말이다.

리바이스 청바지 포스터



전략 3. Long-tail 보다는 Short-tail


넷플릭스는 제작사에게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보장한다. 제작자가 요구하는 제작비를 삭감없이 지원하고 제작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국내 제작환경 구조가 일단 제작비는 50% 줄이는게 상책이고 투자한 이후에는 끊임없이 제작에 간섭하는게 일반적인데 반해 이례적이다. (일본의 제작환경도 우리와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한때 유행했던 long tail*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장르와 소재 측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런 탓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좋게 말하면 다채롭고 나쁘게 말하면 수준 이하다(예. 와호장룡2). 때로는 지나치게 작가주의에 경도되어 대중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예. the bad batch).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실망한 어떤 네티즌은 "돈을 투자했으면 제발 관리좀 해라" 할 정도다. 


* long tail : 디지털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게 가능하니 80%의 비핵심 상품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투자 여력이 적은 토종 OTT에게는 넷플릭스와 같은 long tail 전략이 적합하지 않다는 거다. 미디어는 소수 작품만 살아남은 '승자독식의 시장 Winner takes all'이다. 영화에서는 상위 20개 작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가져가고 방송에서도 프라임 시간대 시청률이 회사의 매출을 결정한다.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56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옥자'는 노이즈 마켓팅 효과 외에는 가입자 유치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만약 토종 OTT '옥자'와 같은 대규모의 실패를 겪었을 때 버텨낼 수 있을까?


넷플릭스조차도 현재는 long tail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년에서 '16년 사이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가 볼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8,000개에서 5,500개로 약 30%가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가입자는 3.7천만명에서 5천만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양보다 질에 집중한 결과다. '12년에 체결된 디즈니 콘텐츠 독점 공급이 예다.


넷플릭스는 '12년 디즈니와 4년 동안 연 $ 3억로 디즈니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개봉한 디즈니 작품들이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니모, 캐리비언 등 초대형 흥행작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실로 '대박' 거래였던 셈이다. ('15년 넷플릭스의 북미 매출이 $ 40억 이었으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약 8%=$3억/$40억의 원가율로 장사를 했던 셈이다. 물론 디즈니만 파는건 아니니 총원가율이 8%는 아니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콘텐츠수 제공양의 감소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 이후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콘텐츠 독점 계약은 한차례 더 연장되였으나 '18년을 끝으로 종결되었다. '19년에 디즈니 OTT인 '디즈니+'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토종 OTT의 성공을 위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에 많은 자금을 쓸 수 없는 국내 OTT에게는 콘텐츠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콘텐츠 투자가 결정되는 시점인 시나리오 검토 단계에서는 작품의 성공을 점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흥행에 성공한 '신과 함께', '김비서가 왜 그럴까','계룡선녀전'의 공통점 뭘까? 모두 성공한 웹툰을 작품화했다라는 점이다. 성공한 소설이나 만화 등을 영화화하는게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오래전 '공포의 외인구단'에서부터 2000년대의 '공동경비구역', '올드보이', '미생', '꽃보다 남자' 까지 성공한 IP(지적재산권) 활용 사례는 많다. 


만화 IP 활용의 대표 사례


현재는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페이지 등 IP 플랫폼의 등장으로 IP 양과 질이 모두 증가하였다. 차이점이라면 과거 세력화 되지 않았던 IP 영역이 과점 플랫폼화 되면서 이들 플랫폼 자체가 OTT가 되기에 유리한 구조가 되었다는 거다. 실제로 네이버나 카카오는 자신들의 IP를 활용하여 OTT로써 도약하고자하는 욕구를 드러 내고 있다. (OTT 넘버원 넷플릭스, 누가 넘을까)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강한 해외 사업자가 등장한 상황에서 국내 OTT 역량 분산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군소 OTT간의 세력다툼은 결국 넷플릭스에 의한 국내 시장 침탈을 초래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경제 국경을 따진다는 것이 자칫 국수주의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주의 경제에 '다같이 행복하게' 사는 결론 따위는 없다. 경제는 명백하게 국가간의 경쟁이다. (트럼프도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토록 국수주의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현시점에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는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OTT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옥수수+푹'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그리고 IP플랫폼은 토종 OTT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로 진화해야 한다. 중요한건 OTT가 '검증된' IP를 공급받아 콘텐츠 흥행 실패 Risk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IP 플랫폼은 새로운 부가수입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OTT는 해외(특히 동남아나 중국)에 괜찮은 IP 플랫폼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검증된 IP는 국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카카오는 인도네시아 웹툰 업체를 인수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 인도네시아 웹툰 1위회사 인수)




지금 까지 3편에 거쳐 국내 OTT 재편 현황, 토종 OTT의 생존과 성공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토종 OTT가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커뮤니티나 기사에서는 옥수수와 푹의 합병에 대해 반기거나 기대하기 보다는 얼마나 가격이 오를까를 걱정한다든지, 경쟁력 없는 두 OTT의 결합이라 기대가 없다라든지 식의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갓'플릭스가 하루 빨리 국내 사업자를 혼내주기를 바란다라는 반응도 있다. 


이는 아마도 그간 옥수수나 지상파가 보여준 행태(높은 요금, 광고, 지상파의 송출 중단 등)가 소비자에게 반감을 심어 주었기 때문일거다. 


'옥수수+푹'이 금번 합병을 계기로 환골탈태하여 고객에게 사랑받는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이는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시키고 나아가 국내 미디어 산업 중흥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토종 OTT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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