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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Feb 15. 2019

운동도 각자 합시다

운동,힘빼고 일상에 파고 들다

친한 형이 있다. 꽤 오래 운동을 하여 '(좋은 의미의) 니폰필'의 얼굴과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거친 복근과 팔뚝을 가지고 있다. 7년 전에 크로스핏을 시작하였다는데 그쯤이면 국내에 아직 크로스핏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이니 나름 크로스핏 선구자다. 아무튼 간에 그 형이 크로스핏 '박스오너'(=크로스핏 사장)와 대화를 하던 중에 박스 오너가 요즘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 하더란다. 박스 오너들끼리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얘기 해면 다른데도 상황이 매일반으로 특정 박스의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 한다.


그 말에 형도 돌이켜 보니 매해 연초에는 박스마다 사람들이 가득하여 운동하기 괴로웠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게 예년과 다르단다. 회사 피트니스도 연초의 북적거림이 덜한 것을 보면 비단 크로스핏만의 문제도 아니다.


운동은 외국어, 독서와 함께 필부필부의 새해 다짐 '3 대장'이다. 이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새해 다짐으로 운동을 선택하지 않나? 다들 작심삼일조차 귀찮을 만큼 무기력증에 빠진 걸까?


운동하는 사람이 줄어든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시행


주당 52시간 근무제 시행은 '18년 직장인의 삶을 가장 크게 관통한 제도다. '과로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결과 직장인 가정에 비로소 '저녁이 있는 삶'을 시작되었다. '워라밸'이 나쁘기로 유명한 회계사 직군에서조차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노조가 결성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라이프 찾기 운동'이 활발하벌어지고 다.


(회계사들의 근무여건 개선 성공을 축하합니다.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812070100010940000669)

일러스트=양경수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은 근로시간 외에 대다수 회사에서 그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근무관행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Flexible 근무제, 자율 좌석제 등을 도입하였다. 금번 제도의 영향은 그만큼 광범위하고 강력하다 할 수 있다.


직장인은 늘어난 여가 시간을 주로 어디에 활용하였을까? 영화, 동호회, 자기 계발 이 있지만 상당수는 운동을 택한 듯하다. BC카드의 신용카드 소비 행태 분석 결과에 의하면 '18. 1~9월 사이 운동 항목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보고서에서도 '18. 7~8월 사이 체육시설로 향한 택시 호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BC카드 분석 기사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3602.html)

(카카오 보고서 기사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65868.html)


('18.7월 시행된) 52시간 근무제는 내년 새해까지 운동하기를 미뤘을 사람들을 즉시 운동으로 몰았다. 연초임에도 피트니스 클럽 등의 회원이 크게 늘지 않는 요인이다.



홈트족 확산


'홈트족'이란 '홈+트레이닝'의 준말로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칭한다('홈짐'이라고도 한다) 홈트족이 대중에 회자된 건 오래지 않았다. 네이버에서 '홈트족' 키워드로 기사 검색을 해보면 첫 기사가 '16. 7월인데 이후 총 566건의 기사가 발견된다. 이중 40%인 200건의 기사는 '18.7월 이후 작성된 기사다. 유튜브의 홈트족 관련 영상은 1년 이내 업로드된 것이 대다수이고 특히 최근 6개월 내 업로드 영상이 많다. 이를 보면 대체로 '18년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홈트족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IT 환경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3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Results'라는 어플을 사용한 적이 있다. 어플에서 안내하는 대로 운동 동작을 따라 하도록 하는 어플인데 크롬캐스트로 TV에 미러링 하면 TV 화면으로 크게 볼 수 있어 좋았다.(무려 $50불 내고 1년 이용권까지 끊었었음) 홈트레이닝이었던 셈이다. 돌이켜 보면 2000년대 초반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가 유행했었던 적이 있는데 이미 그때 홈트레이닝 열풍이 한번 불었던 셈이다. 홈트레이닝 유행이 유튜브, 어플로 인해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소확행의 확산이다. 소확행은 출판계 '18년 올해의 키워드에 꼽혔을 만큼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소확행 트렌드로 대중 '여유'와 '소박함'의 미덕을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 한때 고가의 피트니스 클럽에서 멋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하는 게 동경이 되었던 적도 있었으나 소확행 트렌드의 일반화는 편안한 공간에서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운동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다.


그 외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실외 운동의 제약, 장기화된 경기불황도 홈트족 유행의 이유들이다.

그림 출처 = SRT매거진

※ 생각해보면 운동 트렌드는 '2000년대 고급 피트니스 클럽 → 2010년대 초반 집단 운동(크로스핏 등) → 중반 개인 교습(개인 PT 등) → 현재 홈트레이닝' 식으로 바뀐 듯하다.


만약 홈트족의 확산이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운동하는 사람의 수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지 '관찰'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이에 찾아보니 유튜브에서 홈트레이닝 인기 채널인 '땅끄부부'의 인기 영상 최대 조회수가 700만 회에 이르고 홈트레이닝 어플 다운로드 수는 1000만 건을 넘을만큼 이미 홈트족 인구는 상당한 듯하다. 운동하는 사람은 줄어든것이 아니라 그저 '잘 보이지 않는 것' 이다.


(Nilsen 홈트레이닝 분석 http://www.koreanclick.com/insights/newsletter_view.html?code=buzzword&id=464&page=2)

(홈트레이닝 인구 관련 기사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61500251)




정리해보면 운동하는 사람의 숫자는 줄지 않다. 그저 운동 행태가 이전과 달라진 것이다. 운동하기로 마음먹은 특정한 에 특별한 방식(집단 운동, PT)으로 던 운동이 익숙한 공간(집 등)에서 자주하는 좀 더 일상화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는 운동의 변화를 환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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