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M&A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상 회사의 기술로 보기도 하고(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11년), 임직원 역량(쏘카의 VCNC 인수, '18년)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재무 가치(=향후 예상되는 현금의 합)로 기업가치를 대게 판단한다. 일반적으로는 재무 가치를 가치평가의 준거 기준으로 삼고 그외 추가적인 요소(오너의 의지, 사업시너지, 경쟁 구도 등)를 고려하여 최종 가치를 정한다.
마찬가지로 직장인도 직장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이는 특히 취업이나 이직 할 때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는 일반론이란게 없다.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료 직원이나 기업문화를 우선하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중시하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에 따라서 누구에게 좋은 직장이 다른 이에게는 나쁜직장이기도 한다. 즉, 좋은 직장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다.
좋은 직장의 판단하기 위한 정보는 현직자에게서 얻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개인 인맥은 한계가 있어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차선으로 잡플래닛, 블라인드, SNS, 포털 등에서 정보를 찾아보지만 단편적이고 부정확하여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게시글 자체에 이미 가치 판단이 포함되어 있어 객관적이라 할수도 없다.(인터넷에서는 특성상 주로 부정적인 내용 위주로 feed 되기 쉽상이다)
좋은 직장이란?
다양한 좋은 직장의 조건 중 다수가 납득할만한 조건은 무엇일까? 워라벨, 동료, 기업문화, Global, 기업위상, 근무지역, 업종, 연봉 등.... 모두가 중요하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연봉일 듯하다.
보통 직장인에게 직장은 유일한 소득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이유로도 연봉을 반으로 깎고 이직할 직장인은 흔치 않다. 게다가 '곳간에서 인심난다'라고 연봉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문화나 동료 직원, 사회적 위상 등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 즉, 연봉은 좋은 직장을 고르는 '안전한' 기준이다. 그렇다면 좋은 직장이란 결국 연봉 좋은 직장 선택의 문제로 치환된다.
하지만 문제는 연봉 좋은 직장을 고르는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거다. 올해 연봉은 높지만 내년 연봉이 적다면? 20년 뒤에도 연봉이 지금과 같다면? 극단적으로 직장이 없어진다면? 연봉 좋은 직장에는 이러한 다양한 고민이 추가되야 한다. 실례로 '80년대에는 (그때는 종합상사였던)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보다 연봉도 높고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보다 비교하기가 어색할만큼 처지가 달라졌다.(삼성물산을 비하하거나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연봉의 3가지 조건
연봉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업실사의 방식을 차용 해보자. 기업에서는 실사할 때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의 관점으로 대상 기업을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연봉을 위의 3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자.
그전에 업종별 급여 및 근속연수에 관한 하단의 자료를 먼저 보길 권한다.
(업종별 평균이므로 우리의 일반적 직관과 다를 수는 있다)
상장사 2,000여개의 '18년 기준 직원 정보 정리. 제공 자료에 업종 및 숫자 오류 등이 있어 일부 수정했으나 여전히 완전하지 못하다 (Dart, FnGuide 활용)
먼저 수익성이다.
수익성이란 기업에서는 영업이익이고 직장인에게는 연봉이 얼마나 높으냐 이다. 회사가 연봉를 줄수 있느냐는 다분히 회사의 BM(Business Model)과 연계되어 있다. 대규모 장치나 자본이 필요한 자본집약적 산업은 자본의 효율성이 중요하며 상대적으로 인건비에 여유가 있다. 반대로 '사람갈아 넣는' BM을 가진 회사는 인건비가 회사 수익과 직결되므로 좋은 연봉과 복지를 유지하기 힘들다. 매출이 점프하는 해에 한두번 성과급을 후하게 줄지 모르지만 지속하기 어렵다. 급여의 하방 경직성을 고려하면 한번 급여를 올려 놓으면 매출이 빠지는 시점에 적자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통신, 금융이 전자의 예이고 출판, 패션, 여행, 숙박 교육 등이 후자의 예이다.
산업 BM과 연봉 Gap (급여 순)
둘째, 연봉의 안정성이다.
기업에서 안정성은 매출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고 고객관계 및 상품 다양성 등에 좌우된다. 연봉관점에서 안정성은 장기 근속에 해당되는데 보통 노조나, 기업문화, 업종의 경쟁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 노조의 보호가 강력하고 산업이 과점화되어 있어 경쟁강도가 약한 경우 근속기간이 길다. 반대로 트렌드에 따른 기업과 개인의 부침이 크고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여 경쟁이 치열한 경우 보통 근속기간이 짧다.
자동차, 철강, 전기, 보험 등의 근속기간이 긴 이유이며 반대로 인터넷/소프트웨어(개발자...ㅠㅠ), 광고, 컨텐츠의 근속기간이 짧은 이유이다. 참고로 산업적 지위가 공고한 Naver조차 평균 근속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우리의~ 소원은 만년 차장....)
경쟁 강도와 장기근속 (근속연수 순)
마지막으로 연봉의 성장성이다.
직장인에게 연봉 성장은 현직장에서도 가능하지만 이직을 통해 높일수도 있다. 통상의 경우 대폭적인 연봉 상승에는 이직이 유리하다. 이직을 위해서는 업계의 생태계 크기가 중요하다. 이때의 크기란 매출 등의 재무지표가 아닌 해당 업종 내 Player의 수를 의미한다. 과점화 등으로 전후방 Value Chain이 작은 업종은 이직관점에서 불리하다. 개별 기업의 규모는 클지라도 생태계가 좁아 이직을 위한 수요가 애초에 적다.
생태계와 더불어 현직장의 업계 위상도 중요하다. 직장인의 능력은 전직장의 네임벨류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1위 기업에서 아래 기업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이동이 일반적이다. 개발자는 네이버, 미디어는 CJ (관리는 삼성) 등이 그런 경우다.
연봉 수익성/안정성/성장성이 완전한 직장은 없다
연봉이 높고, 안정적이며, 성장성도 훌륭한 직장은 있을까? 단언하기 어렵지만 없는 듯하다. 자본집약적 산업처럼 연봉이 좋으면 생태계가 작아 성장성을 기대하기 힘들고, 업계가 넓어 성장성이 높으면 경쟁이 치열하여 불안정적하다. 노조나 과점화로 안정적인 직장은 기업의 장기적 경쟁 저하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연봉을 높게 유지하기 어렵다. 산업별로 이를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IT/플랫폼 : 생태계 넓고 연봉도 높지만, 오래 일하긴 어려움
미디어/콘텐츠 : 생태계 넓지만, 연봉이 낮고 오래 일하기 어려움
정유/통신 : 연봉 높고 오래 일할 수 있지만, 생태계 작음
금융 : 연봉 높고 오래 일할 수 있지만, 생태계 작음
자동차 : 오래 일할 수 있고 생태계 크지만, 높은 연봉 유지 어려움
유통 : 오래 일할 수 있고 생태계 보통 규모이지만, 연봉 낮음
패션 : 생태계 넓지만, 연봉 낮고 오래 일하기 어려움
전자 : 연봉이나 장기근속, 생태계 규모 다 보통....
연봉의 수익성/안정성/성장성의 3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학에서 불가능의 삼각정리와 유사하다.
직장인의 '연봉 불가능의 삼각형'
경제학에서 먼델-플레밍은 불가능의 삼각정리로 세가지 목표가 동시에 만족할 수 없음을 증명했고 정책결정자는 결국 3가지 조합 중에 적절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아마도 많은 직장인은 높은 연봉(수익성)과 장기근속(안정성)의 조합을 선호할 듯하다. 취업시장에서 여전히 정유, 통신, 금융이 여전히 인기인걸 보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넓은 생태계를 포함하는 조합을 고르는 편도 괜찮아 보인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넓은 생태계가 어쩌면 좀 더 긴 근로와 높은 연봉을 보장해줄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에서는 배당주보다는 성장주가 확실히 높게 평가된다)
물론 인생은 주식이 아니니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필자는 다만 이 글이 누군가의 좋은 직장 선택을 위한 참고 자료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