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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May 14. 2019

꼰대의 성공 비결

직장인이 보고서를 많이 써야 하는 이유

직장인은 회사에서 다양한 공적, 사적 업무를 한다. 일상의 오퍼레이션을 실수없이 운영해야 하고 퇴근 후 회식에서는 상사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때로는 동료나 다른 조직을 돕기도 하고 고객이나 협력사도 만난다. 직장인은 이토록 다양한 일을 하지만 그중 보고서 쓰기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직장인의 명운이 보고서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보고서는 회사의 '돈'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기에 정확히 팩트를 파악하고 여러 대안들을 종합적이고 논리적으로 검토하여 보고서를 작성다. 문구 한구절, 단어 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도 또 다듬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보고서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직장인의 꿈이 되기도 하지만 내용이 잘못되었을 경우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런면 에서 보고서는 양날의 칼이다.


조직관점에서도 보고서는 의미가 다. 참신함과 빈틈없는 논리로 잘 쓰여진 보고서는 감탄을 자아내고 타조직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 낸다. 반대로 시원찮은 보고서는 타조직의 비웃음과 비아냥, 비협조를 유발한다. 보고서는 조직 역량을 보여주는 집약체이다.


직장인은 무게를 알기에 보고서를 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시중의 수많은 보고서 쓰기 관련 서적은 역설적으로 직장인들이 얼마나 보고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보고서의 고통은 공무원도 다를 바 없다. 예전에 청와대 비서실에서 보고서 쓰기에 대한 책을 출간한적이 있는데 당시 꽤 화제가 되었기에 읽어보았다.('07년에 발행한 "대통령보고서"인데 제목부터 확 어그로 끈다)


읽고보니 이 책은 보고서 쓰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보고서라는게 그 기업의 문화와 특성을 담고 있어 타기업 직장인은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공무원의 보고서는 다루는 내용이나 형식 등에서 민간의 그것과 간극이 너무 컸다. (민간은 'PPT'를 주로 쓰는데 '워드'도 아닌 '한글'을 쓴다는 것에서부터...) 


사실 따지고 보면 보고서 고민의 근본 원인은 보고서 역량이 연차가 높아진다고 자연스레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보통 직장 초년오퍼레이션을 주로 한다. 오퍼레이션은 '숙련의 영역'이므로 오랜 시간 반복을 통해 역량이 향상된다.


그러다가 과장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보고서를 쓰게된다. 보고서는 '사유의 영역'으로 그 역량이 업무기간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훌륭한 실무자도 종종 보고서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리더의 문턱에서 좌절한다.

(물론 거꾸로 실무를 모르지만 보고서를 잘써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이들은 '작가'라 부른다)

글·그림=서대리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할까? 보고서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에 유의한다면 좋은 보고서의 조건은 명확해진다.


첫째, 좋은 보고서는 무엇보다 쉬워야 한다. 의사결정자가 보고서를 buy하느냐 reject하느냐도 우선은 보고서가 이해되고 난 다음 이야기다.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해 보고서에 전문용어나 복잡한 내용을 쓰는 경우다. 보고서는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상사의 의사결정을 돕는 문서이다.

따라서 상사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문 용어 사용을 최소화하자. 설명이 복잡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삭제하는 편이 좋다. 업무를 오래 하다보면 특정 업종이나 직무의 약어/용어가 일상어처럼 편안해지는데, 유의해야 한다. 상사에게는 그 용어가 낯설 수 있다.


둘째, 메세지가 또렷해야 한다. 메세지의 또렷함은 사실 보고서의 분량과도 연관이 있다. 한줄 문장이 메세지가 가장 명확하다. (한줄 광고카피의 이유) 보고서가 10장, 20장이 되는 순간 메세지는 늘어지고 복잡해 진다. 분량이 늘어날수록 개념이 많아져 설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러 기업에서 1장 보고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메세지 중심의 보고를 위함이다. (보고서를 읽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짧은 글로 설득이 쉽지 않다면 메세지와 핵심 근거 남기고 나머지는 첨부 등으로 넘겨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단, 현실에서는 회사 내부 정치역학관계 상 고의적으로 메세지를 흐릿하게 하여 의사결정을 암묵적으로 상사나 다른 조직에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예외다.


셋째, 객관적이어야 한다. 보고서 작성자는 자신의 의견에 감정 이입되어 편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보고서는 객관적일 때 가장 빛난다. 자화자찬하거나 한쪽으로 경도된 보고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연히 직장 초년시절의 보고서를 보다가 낯뜨거움에 이불킥을 한적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그때의 보고서가 논리는 빈약하고 의견만 가득한 '감정 과잉 보고서'였기 때문일 거다. (초등학교 발표문처럼) 

보고서는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므로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면 여럿의 의견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논리적 부족함과 함께 감정의 치우침을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보고서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면 보고서에 대한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럴 필요 없다. 보고서는 우리의 인격이 아니다.



PPT가 좋은지 워드가 좋은지

아마존의 보고서가 요즘 화제다. 아마존은 6장의 서술형(Narative) 보고서를 원칙으로 한다.(일명 'PRFAQ') 보통 대기업이 PPT를 많이 쓰는데 반해 아마존은 워드를 쓴다며 아마존의 효율적 문화를 칭찬한다.

서술형 보고서를 쓰기에 PPT는 부적절하다. PPT의 장표는 분절적이어서 있어 스토리 전달이 어렵다. PPT로 보고를 하다보면 상사가 장표를 앞뒤로 뒤집어 가며 보는 경우가 많은데 스토리텔링이 PPT가 적합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PPT가 나쁜기만 한건 아니다. 논리를 시각화하여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은 보고서의 본질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훌륭한 장점이다. 시간이 부족한 기업 중역이 의사결정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보고서 이해를 위해 써야 한다면 그것도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PPT 보고서가 내용의 충실함보다는 개념화·시각에 집중되는경향이 있어 문제가 되는거다.("wag the dog")  대게 그렇듯 정도가 문제이도구가 문제는 아니다.


보고서는 그 회사의 문화. 아마존의 PRFAQ



직장인이 보고서를 써야하는 이유

스타트업은 자유로운 소통과 수평적인 관계가 일반적인 문화이다. IT기술혁신의 시대가 도래하고 스타트업식의 기업문화가 사회의 전반적인 지향점이 되면서 보고서는 번문욕례 마냥 구시대의 산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보고서에 필요 이상의 노력과 리소스가 투입되어 일의 활력과 스피드를 떨어뜨린다면 이는 철폐해야 할 구습이 맞다.


하지만 필요시점에 적정한 노력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직장인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익하다. 보고 받는 사람은 대화나 메일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감정 개입을 제거하고 차분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자는 모호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보다 논리적인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


조직 측면에서도 보고서는 과거의 기록으로 향후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준다. 역사가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의 거울이 되는 이치와 동일한 것이다. 기업 량이란 이러한 과거의 의사결정 과정이 사내에 축적되면서 향상되는 것인데 보고서는 시스템의 핵심적인 장치다.


요즈음의 기업은 현장을 중시하고 즉각적인 소통을 권장한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것은 그렇다고 보고서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해질수록 현실을 이해하고 의사결정하기 위해 더 다양하고 참신한 보고서가 필요하다. 오히려 직장인은 과거보다 더 보고서에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그것이 직장내에서 인정받는 길이고 성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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