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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Dec 16. 2019

뒤늦게 알아버린 세대의 축복

얼마전에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영화는 엄마딸, 직장이라는 관계 속 김지영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육아와 직장이라는 공통분모가 서 인지 남자였음에도 여려 장면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비록 아내의 손에 이끌려간 영화관이었으 즐거운 관람이었다.


아쉬운 점 있었다. 꽤 따뜻해 보이는 김지영의 삶은 왜 그리 척박하게 보일까? 김지영이 겪은 성차별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긴 하나 그정신병에 걸릴만큼 지독한 인지 의문이 남는다. 사차별은 생물학적 차이 문제와 엮이면 그것이 차이인지 차별인지 분간하기 어렵. 여자경찰 채용 시험의 체력 테스트 기이 남자와 다르다면 이것은 성차이일까 (남자에 대한) 성차별일까?


남녀라는 분리 불가능한 두 집단이 갈라져 싸우면 사회는 불행해진다. 모두가 한쪽에 속해 있어 중재할 사람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다. 전선도 광범위하고 모두가 당사자라서 그 누구도 객관적일 수 없다. 생존 문제도 아닌 사안으로 사회적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격화되는 건 에너지의 비효율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보다 관심가져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세대간의 차별이다. 우리 삶에서 위압적이고 잔인한 차별은 세대 구조에서 발생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86세대' 비판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혜택를 받았고 깨어있다고 여겨진그들이 오히려 이전 세대 못지않게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86세대'는 그들만의 동지의식을 연대로 더 폐쇄적이고 조직적이기까지 다.


'80년대의 흔한 대학생 故 신해철. 필자는 이날 대학가요제를 우연찮게 본방사수 했다.


'86세대'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했다 하지만 사실  사회적인 혜택누린 세대다. 이들은 2차 베이비붐 세대로 학령인구가 많았음에도 대학 정원이 확대되어 입시 경쟁이 수월했다. 대학 입학 에는 술자리를 전전하며 '세상 타령' 따위의 신선놀음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학점은 저 멀리에 제껴두었더라도 취업이 쉬었다. 오히려 IMF의 칼바람이 윗세대를 강타한 탓에 직장 내에서 승진, 연봉 등에서 유리했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의 벤처열풍, 부동산 폭등의 시작이 결혼 적령기와 겹치면서 자산 상승의 수혜를 오롯히 누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정부, 기업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주축이 되었다.


필자가 속한 '80년대생'이 막 사회 진입하 2010년 시점에 '86세대'는 이미 직장내 차부장급으로 조직문화의 핵심이었다. 그 시점 '80대생'에게 '86세대' (정확히는 60년대 말~ 70년대 초) 의 이미지는 대체로 이런식이다.


속은 권위주의적이나 겉으로는 깨어있는척. 막상 후배들의 말은 듣지 않는 위선자

과장만 되도 아래 직원이 많아서 실무없이 관리만 하면 되었던 축복받은 세대. 그래서 지금은 실무를 모르는 빨간펜 선생

그럼에도 과거 회사가 한창 성장할 때 우리사주, 특별 보너스 등의 과실을 다 누림. 지금은 자녀 학비 지원까지 받는 무임승차자


사회 초년생이던 2010년대 초, 우리' 80년대생'은 '86세대'와의 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 재산의 벽을 실감하며 슬퍼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80년대생'도 이제는 40살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되었다. 진화가 빠른 친구들은 머리 숱이 적어지기 시작했고 결혼한 대부분은 자식 한둘 딸린 가장이 되었다. 문득 주위를 살피며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니 우리 세대도 '86세대' 못지 않은 사회적 혜택을 받았음을 실감한다.


2000년도 수능 응시인구 87만명. 수능 응시생이 사상 최대일 정도로 학령인구가 많았으나 지속적으로 늘어난 대학정원 탓에 이전 세대보다 대학 입학이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학생활에서도 지금 세대들은 느껴보지 못했을 '낭만'을 조금은 누렸다. 저학년 시절에는 의례껏 선배를 위해(?) 학점을 깔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농활이니 MT니 하는 따위의 집단적인 행사가 많았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PC방을 전전하고 술에 쩔어 수업에 빠지기 일수였으나 제대 후에 재수강으로 학점 세탁을 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취업때도 학점으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사회 생활 초년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었으며 몇몇은 창업하여 단숨에 엄청난 성공을 일구었다. 창업이 야망있는 소수의 이야기라 논외로 친다해도 꽤 많은 친구들은 비트코인으로 대박 혹은 중박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80년대생'의 나이 구조 상 2010년 즈음이 결혼 적령기인지라 결혼과 동시에 서울에 집을 산 친구들이 많았다. 집값이 비싸다 하면서도 대출을 끼고 이래저래 하면 인서울 구축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다. (사실 사회 초년생이 대출과 일부 도움으로 집을 살 수 있다라면 집값이 싸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때가 마침 부동산 가격 저점이었고 이후 대세 상승이 시작되었다. 현재 그들 상당수는 10억 이상의 자산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80년대생'이 얻은 이 모든 행운이 노력이 아닌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80년대생'들은 모바일 혁명으로 새로운 경제체제가 시작되는 시점에 30대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나이였다. 축적된 재력이나사회 경험면에서는 20대보다 우월했고, 40대보다는 가정이나 조직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그 덕분에 모험을 할 수 있었고 비트코인, 부동산 등의 자산 상승을 오롯히 누릴 수 있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이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라 하였는데 우리 세대는 그것을 몸소 증명하였다.


고전게임 스타크래프트. '80년대생' 남학생의 수능 성적을 낮추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성공이 사회적 환경에 좌우된다면 우리 사회는 세대간에 기회와 가치를 분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오력'을 탓하기에는 개인 차원에서 극복할 수 없는 차별이 크므로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대한 세대간 정당한 분배이 필요하다.


먼저 '86세대'는 정치권력을, '80년대생'은 경제권력을 나눠야 한다. 정치권력을 분배 방법으로는 기존 정당의 물갈이 공천부터 신당창당 등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의 마크롱은 청년정당 '앙 마르슈'을 창당하고 39살에 대통령이 되었다.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 마크롱


경제 권략 분배 방법으로는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 등이 있다. 참고로 미국의 재산세율 상위 10개 주(뉴저지 등)의 평균 세율은 약 2% 이다. 10억짜리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매년 2천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다만, 재산세는 임차인에게 전가되어 오히려 부담을 키울수 있으므로 이를 경감하는 방법이 보완되야 한다.




요즘 신문이나 커뮤니티 등을 보면 사회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 느껴진다. 갈등의 주제와 구도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나 정치 제도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사회 갈등이 제도적 장치에 의해 해소되지 못하면 사회 불안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한번에 해결하기 어려우니 우선 중요한 갈등부터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한다.


세대 갈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빈부격차, 성차별 등의 갈등 구조에 묻혀 아직 수면 아래 있다. 하지만 세대 갈등은 사회의 여러 갈등과 연계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정치 및 경제권력 문제도 그렇거니와 성차별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20~30대 남성은 성차별은 윗세대가 했는데 왜 우리 세대가 가해자 취급 받고 역차별 당하느냐라는 불만이 있다. 그렇다면 성차별은 남녀가 아니라 젊은세대와 기존세대의 갈등일지도 모른다.


성공과 생존에 대한 기회는 모든 세대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야 한다. 만약 불가항력적인 사회의 흐름에 의해 그러한 기회들이 특정 세대에 독점된다면 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 아닐까?




※ '80년대생'이라 칭하긴 했지만 70년대 후반 ~ 85년생 사이까지를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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