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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ul 07. 2020

무거웠지만 가벼운 10년 돈벌이

3년 전만 해도 내가 제일 잘 나갔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갔고 취직도 제일 잘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고 집은 비록 경기도였지만 만족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편안한 일상이었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믿었고 가슴 한구석에 뿌듯함을 안고 살았다.


평온함이 깨진 건 며칠 전이었다. 몇 년 만에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1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친구들은 까머리 청년에서 머리 밑 새치가 희끗하고 뱃살 뿜뿜하는 아저씨가 되었다.


사람 구실이나 할까 싶었는데 모두가 사회의 일원이자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아이들의 똥냄새나는 기저귀도 척척 갈고 학원도 잊지 않고 챙기는 책임감 넘치는 아빠가 되었다. 


모두가 건강함을 확인했으니 이제 근황 올림픽 시간이다. 


친구A는 은행을 다니다 퇴사하고 증권사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변경했다. 다행히 업무가 성격과 맞고 열심히 해서 이제는 연봉이 4억이 넘는 성공한 직장인이 되었다. 연봉 4억! 우와가 절로 나왔다.


친구B 10년째 같은 직장에 다닌다. 연봉이 많지는 않지안정적이다. 부모님이 여유가 있으셔 결혼하고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한다.  예전부터 집을 가지고 있는건 있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집이 도곡동이라는것을 오늘 알게되었다. 아...구축이라 해도 시가 20억이 넘는 거 아닌가. 마음 한구석이 살짝 쓰리다.


친구C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 직장인이다. 연봉이 크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친구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게 과천. 분양가 7억 아파트는 이제 15억이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때맞춰 비도 추적추적 내린다. 마음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30여 년간 열심히 노력하여 무리들 중에 제일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연봉도 제일 높은 직장을 잡았다. 당연히 내가 제일 괜찮다 생각했는데 지금 친구보다 가난해져 있다.


10명 중에 1명이 돈을 벌면 이건 1명의 성공에 불행하지 않다. 하지만 10명 중에 5명이 성공하면 남은 5명은 가난에 분노하고 불행해진다.


난 지금 가난해짐에 분노하고 불행하다.


투자의 위험과 수익을 모르지 않고 금수저 친구를 부러워할 만큼 나이가 어리지도 않다.


지만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공정하지 않다. 단 몇년만에 물려받은 10억이 20억이 되고, 별 기대 없이 청약한 아파트가 두배가 되는 건 옳지않다.


운이 삶을 좌우하고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집값이 노동의 가치를 깨끗하게 즈려밟게되는 이치는 공정하지 않다.


20여 년간의 노력과 지난 10년의 근로소득이 한 뼘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었음을 깨달은 그날, 나의 자부심 분노와 무기력함으로 치환되었다.


나는 잘 살지 못하고 있고 내삶은  안전하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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