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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an 08. 2019

Wavve의 탄생

'옥수수+푹' 합병이 국내 미디어 업계에 주는 의미

1월 3일, 연초부터 미디어 업계가 놀랄만한 Deal 추진 발표가 있었다. 국내 1위 OTT인 SKT의 '옥수수'가 지상파플랫폼 '푹(Pooq)'과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발표라 Deal Break 될 수 있긴 하지만) 금번 거래가 미디어 시장에서 갖는 의미와 우려,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3편에 걸쳐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1039091g



의미 1. 통신사: MNO와의 시너지와 경쟁 Dynamics 이점


통신사 무선사업과 미디어는 'fit'이 잘 맞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MNO(Mobile Network Operation) 사업과의 시너지

미디어는 무선 데이터 사용 촉진에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다. 5G시대는 동일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2~20배 확대되고 속도는 20배 정도 빨라지는데 문제는 대다수의 4G 가입자가 현재 속도와 데이터량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G → 4G 때는 데이터 제공량 3.5배 증가)


통신사는 5G의 새로운 BM 발굴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B2C 가입자의 5G 전환을 통한 요금제 Up-selling 없이는 5G 주파수/설비 투자재원의 회수가 난망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 사업은 데이터 사용을 획기적으로 촉진하여 4G 가입자의 5G 전환을 유도할 수 있고 가입자 유치의 유용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스마트폰 도입 초기 SKT는 가입자 유치에 멜론 이용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음)


*참고. 통신세대별 가치 : 3G 통화품질/무선 네트워크 안정성 → 4G 데이터 제공량/속도 → 5G  ??(아직..)



둘째, 미디어 경쟁 Dynamics의 유리함

 자본력을 갖춘 국내 미디어 사업자를 꼽자면 지상파, CJ, JTBC, 쇼박스 등 배급사, 통신사 정도가 있다.

(tvN이 현재 위상을 갖기위해 10년간 투자비용1조 but, 통신사의 1년 설비투자 비용 2조. 자본력 관점에서 통신사는 또 차원이 다르다)


CJ, 지상파, JTBC 등은 콘텐츠 투자/제작을 '주업(主業)'으로 하는 사업자로 자체 OTT를 운영 할 경우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의 콘텐츠를 Sourcing하는데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tving에는 지상파 콘텐츠가 없고, Pooq에는 tvN 콘텐츠가 없다) 반면 통신사는 콘텐츠 제작보다는 '유통(Platform)'을 주업으로 하는 사업자로 콘텐츠 제작자에 비해 콘텐츠 Sourcing이 용이하다. 이는 현재 옥수수에 지상파, tvN, JTBC, 영화가 다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반증한다 (채널별로 따로 Pay 해야하는게 문제긴 하지만..)



게다가 통신사는 사실 오랜 기간 콘텐츠 유통 사업을 해왔다. 90년대 후반 2G 피처폰 시절에는 'Nate' 'Show' 브랜드를 가진 aggregator 사업자(과거에는 'platform'을 'aggregator'라고 했다)였고 현재도 IPTV, OTT 등에서 콘텐츠 유통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오랜 기간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축적된 통신사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거다. 참고로, SK브로드밴드는 2000년대 초반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가 이름 없던 시절의 초기 작품부터 투자했던 투자사 중 하나다




의미 2. 지상파 : 새로운 BM 확보를 통한 수익 기반 확대


지상파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BM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와 동일한 BM. 미디어 사업자의 BM분석은 추후 다른 글로 이야기 하겠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광고시장 내 지상파의 독점적 지위가 약회되기 시작하더니 4G 모바일 시대가 본격개화하면서 지상파의 수익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였다.

광고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다양한 광고매체가 활성화되어 '광고시장 내 지상파의 몫'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아직 해외향 콘텐츠/포맷 수출 실적은 아직 미미하여 광고 수익 감소분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상파가 중간광고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 


 지상파가 위기를 타개하고자 연합하여 설립한 푹은 '월 청구형(Subscribtion)'BM으로 '광고형 BM'과의 Cannibalization(자기시장 잠식)이 작아 지상파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사업자 콘텐츠 Sourcing의 한계, 공동경영에 따른 리더쉽 분산, 가입자 유치 역량 부족 등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한다.


이런 와중에 넷플릭스의 등장은 지상파로 하여금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지상파는 자신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한듯하며 이는 '옥수수'와 '푹'의 합병 동의의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이번 옥수수와 푹의 합병으로 지상파는 콘텐츠 투자/제작에 집중하고 통신사는 가입자 유치 및 콘텐츠 유통 등 Platform 운영을 전담하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되어 각자가 자신의 R&C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통합 OTT 경쟁력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장기전략 측면에서 지상파는 OTT 독점에 따른 콘텐츠 가격 협상력 저하을 방어할 수 있게 되었으며 통합 OTT성장의 지분 70%(미정)를 확보하여 OTT Value 상승에 따른 효과를 상당히 향유할수 있을 것이다.




의미3. 본격화된 '국내 vs. 국외(Netfix) 사업자' 경쟁 구도


넷플릭스의 한국 진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 첫째, 가입자 증가 속도

18년말 기준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30만명이다(추산). 언론에서는 이를 보고 아직 '찻잔속 태풍'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르는 소리다. 넷플릭스는 정책상 Account 하나당 동시재생이 가능한 ID 4개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가입자는 사용 요금 절감을 위해 계정 공유를 통해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결국, 실제 넷플릭스의 사용자 규모 수치는 30만명이 아닌 100만명(가입자 30만 × ID 4개 = 최대 사용자 120만)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옥수수와 푹의 유로 가입자수를 합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푹 70만,  통신요금제 연동 가입자를 제외한 순수 옥수수 유료 가입자 30만)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개시한지 겨우 3년 지났음을 상기한다면 굉장히 위협적이라 하겠다.

(물론 서비스 초기 해외 미드/영드 시청자층이 빠르게 넷플릭스 가입자로 전환된 효과가 있으며 아마 현재는 가입자 증가 속도가 하락했을 거라 예상된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OTT (출처. zdnet 기사)


 둘째, Big 쇼크 : '옥자'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제작 측면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소위 말하는 '옥자 쇼크', '미스터션샤인 쇼크'가 그것이다. 넷플릭스는 17년 '옥자'에 560억, 18년 '미스터 션샤인'에 총제작비 400억 중 300억을 투자하였다. 감이 잘 안올 수 있다. 부연 설명하면 작년 한해 국내에서 제작된 상업영화 80여편의 평균 제작비는 30억이고, 대작 영화라 불리는 작품의 제작비는 통상 100억 기준이다(연간 10편 이내). 콘텐츠 투자의 낮은 성공확률을 고려해 본다면 넷플릭스가 위 두 작품에 투자한 금액은 사실성 국내에서 투자원금의 회수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규모다.

(참고. 역대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는 '설국열차' 440억.  '옥자' 560억은 700만이 봐야 겨우 원금만 회수 가능)



이는 거꾸로 넷플릭스가 한국 판매만을 목표로 '옥자'와 '미스터 션샤인'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옥자' '미스터션샤인'과 같은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건 글로벌 단위의 판매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넷플릭스가 한국시장 초기 마케팅 효과 선점을 위해 일부 과도하게 투자하는 측면이 있지만 대규모의 한국 콘텐츠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킹덤'의 편당 제작비 20억으로 증명되고 있다. 국내 사업자가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다.(참고로 tvN "도깨비"의 편당 제작비는 9억)


이에 최근 업계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시나리오 작업 후 투자 유치를 위해 제일 먼저 넷플릭스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한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대규모 제작비 지원 → 우수한 시나리오 확보 → 고퀄러티 작품 → 가입자 확대 → 콘텐츠 투자여력 확대'의 선순환 고리를 가속화하여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넷플릭스 종속을 유발할 것이다.


금번 옥수수와 푹의 합병은 이런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재빠른 사업적 대응이자, 국내 시장에의 경쟁에만 매몰 될 경우 대규모 자금력과 글로벌 배급망을 갖춘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현이다.('우물 안 개구리' = '끓는 냄비 속 죽어가는 개구리')


결과적으로 국내 미디어 업계는 '춘추전국식'의 무한 경쟁구도에서 '국내 사업자 vs. 해외 사업자'의 양자대결 구도로 전환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사업자인 '옥수수+푹' 통합법인은 넷플릭스와의 경쟁에게 이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2편에서 계속)

#2-2. 토종 OTT 생존의 조건 https://brunch.co.kr/@chofang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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