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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지 Mar 24. 2022

엄마의 통곡

내가 사라져줄께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그즘이였다. 무슨 이유로 엄마가 통곡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않고 그저 울부짖으며 죽어야겠다는 엄마의 모습만 기억이난다.

아마 아빠의 모난 모습(사소한 부부싸움이었나)과 모난 우리의 형편때문이었겠다. 엄마는 본인이 죽어야겠다며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그런 엄마를 진정시키기 위해 오빠가 본인보다 큰 덩치의 엄마를 꽉 안았다. 나는 부엌바닦에서 엉켜 뒹구는 엄마와 오빠를 바라보았다. 분명 나는 그만하라고 했을꺼다.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묻지않고 그저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며 밑에 층에 사시는 큰아빠와 큰엄마가 오기를 바랬다.


엄마가 이상한 사람 같았다, 엄마가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같았는데 아니었다.

엄마는 많은 구멍이  있었고 차오르던 분노가 여기저기로 터져나와 엄마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뿐이었을거다.

내가 미리 그 구멍들을 막아야했는데 아주 많이 늦었던 거다.


엄마와 아빠의 싸움에서 이렇게 엄마가 이성을 놓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랬다.

본인의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식들 앞에서 죽겠다는 그 아우성이 지금의 나에게는 궁금증을 만들었다. 엄마는 왜 그랬을까, 그 날 내가 엄마에게 물어봤어야했는데, 그 날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대화를 하며 아픔을 공유하게 하고 보듬어줬어야했는데 받는 게 당연해서 줘야할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수 많은 기억들을 돌이켜보다 깨달았다. 엄마의 아픔은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통곡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물어볼 수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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