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져줄께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그즘이였다. 무슨 이유로 엄마가 통곡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않고 그저 울부짖으며 죽어야겠다는 엄마의 모습만 기억이난다.
아마 아빠의 모난 모습(사소한 부부싸움이었나)과 모난 우리의 형편때문이었겠다. 엄마는 본인이 죽어야겠다며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그런 엄마를 진정시키기 위해 오빠가 본인보다 큰 덩치의 엄마를 꽉 안았다. 나는 부엌바닦에서 엉켜 뒹구는 엄마와 오빠를 바라보았다. 분명 나는 그만하라고 했을꺼다.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묻지않고 그저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며 밑에 층에 사시는 큰아빠와 큰엄마가 오기를 바랬다.
엄마가 이상한 사람 같았다, 엄마가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같았는데 아니었다.
엄마는 많은 구멍이 나 있었고 차오르던 분노가 여기저기로 터져나와 엄마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뿐이었을거다.
내가 미리 그 구멍들을 막아야했는데 아주 많이 늦었던 거다.
엄마와 아빠의 싸움에서 이렇게 엄마가 이성을 놓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그랬다.
본인의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식들 앞에서 죽겠다는 그 아우성이 지금의 나에게는 궁금증을 만들었다. 엄마는 왜 그랬을까, 그 날 내가 엄마에게 물어봤어야했는데, 그 날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대화를 하며 아픔을 공유하게 하고 보듬어줬어야했는데 받는 게 당연해서 줘야할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수 많은 기억들을 돌이켜보다 깨달았다. 엄마의 아픔은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통곡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물어볼 수 없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