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익 May 24. 2024

파란만장 그 병원 응급실 탈출

반색하며 자신을 부르는 나를 보자

레지던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대에서 콜을 했다고  동의서 사인을 부탁했다.

그 말에 레지던트는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어떻게 했지?' 이런 표정?

그러고는 이내 심히 불쾌하다는 듯

누가 그런 말을 하냐며,

자기한텐 그럴 권한이 없다며 내 말을 일축했다.

그럼 누구에게 권한이 있냐니

어머니 생각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니라며 가버렸다.


아주대 수간호사 분이 통상적인 절차라 했고

보호자로서 전원 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가.

아주대 수간호사분께 다시 전화를 했다.

수간호사분께서는 당연한 걸 왜 그러느냐면서

레지던트를 바꿔달라고 하셨다.


레지던트에게 전화를 바꿔주니

 갑자기 태도가 공손해지면서

네네. 알겠습니다. 라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바로 동의서를 내주었다.


동의서를 받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생각하고

서둘러 사설 앰뷸런스를 불렀다.

곧 기사분이 도착했지만

혼자는 환자를 이동식 베드에 못 옮긴다고 하셨다..

 간호 데스크가 이미터 거리에 있었지만

간호사들은 빤히 보고만 있었다.

그래도 7시간 넘게 이 응급실에 있던 사람인데

저럴 수가 있는지.


나는 기사분을 도와 낑낑거리며

남편을 응급베드로 옮겼다.

뇌출혈이 있어 머리가 흔들릴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잘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베드를 밀고 막 응급실을 빠져나가려는데

그 문제의 레지던트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를  가로막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실화인가,  연극인가 싶다.


180이 넘는 거구인 레지던트는

입구 정중앙에 대자로 서더니

분노조절장애인 것 마냥 소리를 질러댔다.


네 가세요! 가시는데!

보호자분은!

제게 권한 이상의 것을 요구하셨다는 건

똑똑히!!! (이때 삿대질을 함;;.) 알아두세요!”

* 아주대 외상센터에 도착해 재차 확인하니

말도 안 된다고

  당연히 담당 레지던트의 의무이고

보호자의 권리라고 하셨다;


응급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휘둥그레져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순간 의학 드라마  하이라이트 느낌...;;


가서 치료 잘 받으시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8시간 동안 남편을 살피러 온 적도 없으면서

전원동의를 부탁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는

실의와 충격에 빠진 사람에게

굳이 쫓아와서까지

성질을 부리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다니...

저런 사람이 의사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남자라도 얘가 나한테 이랬을까...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당장 중요한 건 내 남편의 생사였다.

쟤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이 뭐 병?....

이런 표정으로 그 사람을 아래위로 한 번 쏘아보고

바로  남편의 베드를 밀며

그 회한의  병원 응급실문을 나섰다.


밖에서 종일 기다리고 있던  남동생이

일사불란하게 기사님을 도와  이동식 베드를

구급차에 올렸다.

나도 따라서 난생처음 ; 구급차에 올랐다 .

잠 든 남편의 머리가 흔들릴까싶어

단단히 두 손으로 붙잡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

앰블런스 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 반짝이는 한강…

그제야 참았던 조금전의 충격,

오늘 하루의 일들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응급실에서 보낸 7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