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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an한 B Oct 06. 2022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10

요나스 요나손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22년 7월 8일(금) BnJ의 제10회 독서모임.

책을 다 읽지 않고 온 B는 독서모임의 황금 같은 1시간을 책을 읽는 것에 사용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B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J에게 다가왔다.

그랬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B가 고른 책이었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일단 시작하기 전에 박수부터 치자! 짝짝짝. 이 책을 선택한 언니한테 한마디 하신다면?


J: 재미있었어요. 언니가 고른 책들에 비슷한 분위기가 있어.


B: 어떤 분위기?


J: 줄거리가 밝은 내용은 아닌데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라는 것? 그런 책을 고르는 것도 능력이야~ 나는 맨날 고르면 우울한 책만 고르는데, 언닌 고르면 밝은 책만 고르잖아요. 그게 신기해요.


B: 나의 취향이지.!!


J: 그래. 나도 내 취향이지. 나는 내 취향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내 취향 좋아요! 언니 취향만 좋은 거 아니야~ '장미의 이름' 좋았잖아요.


B: 노코멘트하겠어.


J: 사담은 이쯤 하고, 이 책 전체적으로 어땠어요?


B: 딱! 내가 예상했던 책이었어. 이 주인공 할아버지의 행보를 짧게 만든 영상을 옛날에 본 적이 있거든?(아마 영화를 편집한 영상인 듯) 바로 그 이미지가 연상되더라고.


J: 나는 생각보다 초반 몰입도가 낮아서 앞 50페이지 정도는 천천히 읽었어요.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언니가 이 책 소개하면서 '유명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노인의 이야기'라는 얘기를 해줬잖아요. 그게 과연 어떤 스토리로 표현될까 생각하면서 봤는데 매 사건을 굉장히 잘 엮어서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공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 것처럼, 사건을 너무 정치적이지도 않게 너무 무겁지도 않게 잘 엮어서 재미있게 봤어요.


B: 작가가 등장인물의 특징을 무척 공들여서 설정한 것 같아. 특히 인상 깊었던 인물 중 하나는 '그 어린 정일이가 수장이 되고...' 이런 표현이 나올 때! 되게 재미있었어. 위트 있는 작가야. 


J: 맞아요. 북한까지 나오니까 재미있었죠? 난 이 책이 헨드릭 후룬(83과 4분의 1세 헨드릭 흐룬의 비밀일기)하고 넬레 노이하우스(장편 시리즈)를 섞어 놓은 느낌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어요. 넬레 노이하우스는 추리소설 부분에서 그리고 헨드릭 흐룬은 노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B: 오히려 이 할아버지에 비하면 헨드릭 흐룬은 정말 평범한 할아버지지. 전에 내가 너한테 던 거 기억나? '황석영 선생님'이 항상 세계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거. 나는 이 주인공이 그런 인물로 느껴졌어. 의도치 않게, 우연히 지나가면서 마주쳤던 사람들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고, 너무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여기서도 매 사건의 지리적 중심에 거주하고 있고, 심지어 화학적 거세를 당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큰 시련 따윈 없던 것처럼 덤덤하게 자기 삶을 사는 사람.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살면서 그 뒤에 따라오는 이슈를 덤덤하게 받아들이지. 그리곤 별 거 아닌 것처럼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놨을 때 사람들의 반응!...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나 구성이 아주 신선하진 않지만 굉장히 짜임새 있고 재밌었어.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틸컷


J: 난 이걸 보면서 강하게 든 생각이 있어요.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된다. 확실한 기술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편하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베니'도 '거의' 의사, '거의' 변호사, 그렇게 많은 것을 배워두니깐 어디서나 자기의 기술을 발휘하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서 편하게 살려면 확실한 기술 하나 정도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B: 그 사람도 참 특이하지? 그냥 졸업하고 유산을 받으면 되는데 유산이 떨어질 때까지 학위를 이어가잖아.


J: 캐릭터가 다 특이해요. 괴짜들만 모였는데 모두 잘 어우러지고, 근데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라서 재미있었어요.


B: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100세 노인이 혼자 헤쳐나가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파티원들이 한 명, 두 명 더 붙고 나중에는 경찰까지도 친구가 되잖아. 그런 구성이라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100세 노인이 무릎도 아픈데 큰 트렁크를 혼자서 들고 여행을 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길을 나선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었어. 그래서 초반부터 몰입이 잘 됐던 것 같아.  


J: 이 책이 크게 두 가지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하나는 100세 노인의 과거 이야기, 하나는 현재의 추리물(?). 과거의 이야기는 작가가 작정하고 공들여 쓴 부분인 것 같은데 그 외에 현재의 사건도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쓰여서 과거와 현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며칠 상간에 일어난 사건들이 이 노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모든 내용들이 너무 위트 있었어. 


B: 맞아. 그리고 마지막에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잖아. 그것도 너무 웃겼어. 어쩜 그렇게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말을 생각했는지. 그러면서 중간중간 끊임없는 위트로 독자를 웃기게 만들기까지 했어. 쓰는 작가만 웃긴 게 아니라, 독자가 웃게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운 부분이라고 생각해. 


J: 이 책을 읽으면서 이 100세 노인처럼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자신이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고, 또 미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미워할 수 없는 노인 캐릭터야. 이렇게 늙어야 하는데...


그냥 이 상태 이대로가 좋았다.
왜냐하면 인생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그 자체로 온전하니깐.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에서...


J: 이 작가의 책에 유난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대요. 


B: 전작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이 책 정도면 과하지 않고 읽을 만한 것 같아.


J: 맞아요. 이 작가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일을 풍자적으로 책에 풀어내고 싶어 한대요.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읽진 않았지만,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 좀 알 것 같아요.


B: 주인공이 약간 좀 신화적 인물처럼 보이잖아. 주요한 정치적 인물을 만나기도 하고, 유명한 석학들이 풀지 못하는 비밀을 간단하게 풀기도 하고,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인과관계도 잘 파악하고 약간 좀 신화적인 인물처럼 보이잖아. 근데 사실은 가지고 있는 것이 많지 않은 평범한 노인인 데다가 거들먹거리지 않고, 위트를 겸비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이라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어. 


J: 근데 이 주인공은 소설이니까 가능한 인물인 것 같아요.


B: 그렇지. 정말 소설 속 신화적인 인물이야.


J: 돈을 원하지도 않고 돈을 바라지도 않고 욕심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의 욕구가 없는 사람. 근데 100세까지 살았고, 일확천금이 생겼고, 좋은 친구들이 늘 곁에 있죠.


B: 근데, 오히려 욕구나 욕심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그때까지 살면서 돈도 친구도 얻게 된 게 아닐까 해.
마지막에 인도네시아에서 핵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잖아. 그래서 아,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벌써 2권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어. 


J: 근데 나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는 촘촘하게 다 한 것 같은데 2권에서 더 할 이야기가 있나? 싶었어요. 과연 1권만큼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들더라고요.


B: 1권이 마무리될 때의 느낌을 보면 2권을 예고하는 느낌이어서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기대가 되던데? 오히려 도대체 작가의 머릿속엔 이 시리즈가 몇 권까지 준비돼있는 거지? 싶더라고.


J: 왠지 2권 이상은 안 나올 것 같은데요? 그런데 다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다른 책도 느낌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약간 자기 복제하는 작가?


B: 다음 시리즈를 읽어보면 알겠지 뭐. 


J: 나는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읽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


B: 그것도 나쁘지 않지!


요나스 요나손의 다른 작품들.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B: 요즘 되게 피곤했는데 재밌게 읽어서 읽으면서 그간의 피로감이 좀 해소되는 느낌이었어. 일하면서 계속 글을 보니까 글을 보면 피곤하단 생각이 들거든.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나는 오타를 체크하고 문단을 확인하고 전문을 뽑아야 한다고 대뇌이면서 보니까. 재미를 위해서 혹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보는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읽다가 좀 쉬고 싶고, 덮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달랐어. 오랜만에 읽으면서 피로감이 해소되는 그런 책이었어.


J: 나도요. 그리고 나는 언니가 선물해 준 책(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도 되게 재밌게 읽었잖아요. 그런데 이어서 읽은 이 책까지  재밌어서 사람들이 이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책만 읽으면 계속 그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미의 이름 같은 책 말고요...) 


B: 책을 읽는데도 단짠 단짠이 있어야 돼.


J: 맞아 맞아. '장미의 이름'으로 지쳤던 마음이 최근에 이런 책들로 힐링한 것 같아요.


B: 다 내 덕이지 뭐...(재밌는 책을 고른 나 자신이 몹시 뿌듯..)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6점 + 구성력 3점 + 오락성 2.9점 + 보너스 1점 = 총 9.3점

J: 문장력 2점 + 구성력 2.5점 + 오락성 2.8점 + 보너스 1점  = 총 8.3점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영화 '레드' : 우리와 같은 범인들은 알기 어려운 비범한 노인들의 세계
J: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 상상만 했던 과거의 인물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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