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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an한 B Mar 24. 2025

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28

허송세월-김훈

2024년 8월 27일(화) BnJ의 제28회 독서모임.

J는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책을 골랐다. (J : 이것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여름의 중심에서 허송세월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B와 J의 독서모임은 여전히 숨 가쁘게 진행됐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독서모임 왜 이렇게 오랜만에 하는 기분이지?


B: 오랜만인 거 아니야?


J: 한 달 조금 넘어서하는 것 같긴 하네요. 책 어땠어요?


B: 방금 막 끝내셨는데 소회를 들려주시죠!


J: 글을 참 잘 쓰신다!


B: 김훈체를 몸소 볼 수 있는 책이었지. 이런 게 진짜 에세이구나 싶었어.


J: 정말 오랜만에 산문다운 산문을 읽은 기분이었어요.


B: 오랜만에 산문다운 산문이었고 불필요한 수식 없이도 문장이 이렇게 멋들어질 수 있구나 싶었어.


J: 나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어려운 것을 어렵지 않게, 쉬운 것을 쉽지 않게 그리고 덤덤하게 글을 쓰셨는데, 그 글을 읽고 있는 나는 감정이 요동칠 때가 많았어요.


B: 맞아. 나도.


J: 울컥울컥 하는 부분도 많았고. 김훈 작가님을 작품 외에는 잘 모르지만, 좋은 어른에게 인생에 대해서 듣는 기분이 들었어요.


B: 작가님이 실제 본인의 자식과 제자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는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J: 내가 전에도 이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철학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것들을 보고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인 것 같고, 작가는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요. 이 말처럼 김훈 작가님도 본인의 철학적인 사유와 작가님만의 문체가 합쳐져서 완벽한 산문집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특히 본문 전 '앞에' 부분에 술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부분에서, 소주는 이렇다. 막걸리는 이렇다. 와인은 이렇다. 하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거든요. 나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니까 대입해 보면서 읽었는데, 너무 적절하게 표현하신 것 같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다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거는 아무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이 글을 보고서 그 술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B: 보편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글을 쓰시는 것 같지? 누군가의 주관이나 사견이 들어간 글을 읽으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는 의견이 생기기 마련인데 굉장히 보편적이란 인상이었어. 글에 단서들을 계속 달잖아. '나는 어떠한 의도로 이 글을 쓴 건 아니다.'라며 개인의 주관이라는 거를 명확하게 밝히잖아. 그런 것이 거부감 없이 읽히고, 술술 잘 넘어가게 쓰셔서 재밌었어. 문장도 진짜 좋았어. 본문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문체야. 모든 현상이나 사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했어.


J: 그리고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에 괴로움' 챕터 끝에 '말에 대한 저의 말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걱정됩니다.'라든지, '호수공원의 봄'에서도 '이 마지막 한 문장을 쓰기 위하여 나는 너무 멀리 돌아왔다.'라든지 글을 쓰시면서도 당신의 글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비칠지, 그리고 그게 이 세상에 남아서 사람들한테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심해서 쓰시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맞아.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란 인상이 들었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말이 많아지고, 타인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내 말을 더 많이 하잖아. '근데 혀가 굳어서 발음이 잘 안 되니까 그만큼 말을 덜 하게 되는 건 좋은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말의 무게 같은 걸 내가 더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당장 곁에 있는 부모님의 삶이 떠올랐어. 말이 어눌해지고 잘 안 나와서 말을 안 하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어머님이 하신 적이 있거든. 그게 겹쳐지면서 현자가 될수록 입이 무거워지는 법이라는 것이 이런 자연의 법칙에 의해 이뤄질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더라고. 말을 잘 안 하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이 생각하고, 신중해질 테니까.  

 

J: 이 책이 300쪽이 넘긴 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많은 양의 책은 아닌데, 작은 책 안에 '인간의 생과 사'가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B: 맞아. 거기에 더해서 나는 제목도 참 적절하다고 생각했어. 이 책에서 쓰신 것들이 별 것 없는 일상인데 실제로는 특별한 일상들이 많이 있으셨을 거잖아. 본인의 역사를 읊으셨듯이 두 살에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피난민으로 살았고. 등단 후의 일화까지 그 히스토리만 따라가도 책 한 권이 뚝딱 나올 텐데, 그것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없고, 이 제목과 같이 별것 아닌 일상들에서 그 파편을 모아서 쓴 책이잖아. 그래서 <<허송세월>>이라는 책 제목이랑 글의 내용이 잘 맞아떨어졌어.


J: 완벽한 책이야.


B: 잘 골랐네.


J: 내가 고른 건가?


B: 1차는 제가 후보군을 골랐고, 그중에선 내가 골랐지.


J: 맞아. 원래는 다른 책이었는데, 그 책을 사러 간 언니에게 내가 이 책을 보냈죠? 한 번 열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이거 사자고 했는데 언니가 최종적으로 골랐고.


B: 책을 열어보니, 느낌이 뙇! 오더라고! 읽어야 될만한 책이라고.



J: 책을 볼 때 좋은 글귀가 있으면 표시해 놓거나, 사진을 찍어두는데 이 책은 너무 많아서 다 남길 수가 없었어요. 책 전체, 모든 문장이 다 너무 좋아.


B: 그럼에도 한 챕터 고른다면, 어느 챕터가 너의 감정을 가장 많이 움직였어?


J: 나는 본문이 시작되기 앞서 있는 '늙기의 즐거움'이요.


B: 나는 '늙기에 즐거움'을 보면서 책이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한참을 읽었다? 그래서 내가 너한테 나 한 챕터 정도 읽었다고 했을 때 그 도입부를 거의 읽었을 쯤이었어. 근데 그 챕터를 마치고 나니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서문이더라고. 서문마저 본문 같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어. 그 단락이 서문에 온 이유를 알겠더라고. 책 전반에 깔려 있는 삶의 방향이나 기조 같은 것들이 묻어 있는 단락이었어.


J: 그 외에도 '재의 즐거움'이나 '눈에 힘 빼라', '적대하는 언어들'? 사실 별로라고 생각한 챕터가 없었어요.


B: 나도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마음을 가장 일렁이게 했던 것은 '세월호는 지금도 기울어져 있다'. 이게 특히 많이 와닿았는데, 이 내용이 어떻게 보면 되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인 거잖아. 근데 그거를 격한 말 한마디 없이, '슬프다 안타깝다 좋다'라는 격양된 감정의 표현 없이 담담하게 쓴 것에서 세월호에 대한 그 어떤 호소문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했어.


J: 맞아. 나도 그거 좋았어요. 또 '보내기와 가기'도 좋았어요. 물론 이 책으로 김훈 작가님을 다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산문이니까 대략적으로 보이잖아요. 이전에도 외형적인 것을 보고 보통분은 아니실 것 같긴 했는데, 글을 보니깐 하고 싶은 말 다 하시고, 때로는 의사에게 때로는 스님에게 대드시는 것을 보니깐 진짜 보통 성격은 아니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B: 응. 더불어 굉장히 작가스럽다고 생각했어. 모든 작가들이 그런 예민함이 있잖아.


J: 맞아요. 그런 내용들도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뒷부분 중에서는 '여덟 명의 아이들을 생각함'이 좀 잔상이 많이 남았어요. 이 부분이 어떤 어머니가 아이를 낳자마자 신생아를 죽여서 15년 형이 나오는 이야기였어요. 그때 작가님은 형량을 받은 어머니를 얘기하시면서 그 어머니가 감방에 들어가게 되면 밥을 먹지 못하며 남겨지는 아이들에 대해 말하시잖아요. 그러면서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서 쓰셨는데, 그때 이전에 우리가 읽었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떠올랐어요. 그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서 우리가 사형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법 또한 불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B: 맞아. 그리고 그 단락은 특히나 뒷얘기가 맞물려서 더 좋았다 생각해. 한 방향으로만 보지 않게 만들어줬어.


이 세계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 불안전성을 해결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성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세계와 인간을 대하는 마음에서
겸손과 수줍음과 조심스러움을 갖출 수 있다.


J: 인간이 겸손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표현하셨던 것에 한 번 놀랐어요. 이 세계의 불완전성을 이해해야만 해. 그리고 뒤에 '불완전한 세상에는 그 불완전을 살아 내는 불완전한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허약하지만 소중하다' 캬... 이거를 이렇게 완벽하게 쓸 수 있냐고? 이거 사람이 쓸 수 있는 거야?


B: 사람이 쓴 거야 ㅎㅎㅎ


J: 이 책을 보면서 이런 글을 낼 수 없는 사람은 글 쓰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B: 그러면 진짜 책 쓸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거야. 그리고 김훈작가님이 정말 작가적 글쓰기와 생각을 하신다고 생각했던 것이, 민속박물관에 다녀와서도 글을 쓰셨잖아. 그것을 보고도 이래서 다른 거구나라는 생각을 좀 했어.


J: 그래서 공부를 다방면으로 많이 하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B: 공부뿐만이 아니라 시각이 다르고 생각의 차원이 좀 다른 것 같아. 이분은 이 시간들이 자신의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하고 쓴 거잖아. 근데 김훈 작가의 그 순간에는 허송세월을 보낸 시간은 없구나는 생각을 했어. 오히려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은 이 미천한 자의 삶이, 내 삶이 허송세월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 


J: 그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깨달음은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 나이가 된다고 이렇게 김훈 작가님처럼 넓고 깊게 사유할 수 있을까? 난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보고서 너무 겸손해졌고, 이런 글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나는 글쓰기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없이 작아졌어요. 천재 같아. 글을 쓰는 분야에 있어서 신의 재능을 받으셨어. 그래서 내년에는 1년 동안 한국 작가들이 쓴 책만 읽어볼 건지 물어봤던 거예요.


B: 너는 꼭 내가 하자고 할 때는 안 하고! 꼭 뒷북쳐 이렇게!!

<허송세월> 저자 김훈

J: 내가 독서 모임을 하고 좋았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든요? 그랬던 것이 <<밤에 우리는>을 좀 하고 <<긴긴밤>>도 <<나의 생로랑에게>>도 좀 했는데, 앞으로 한 동안은 <<허송세월>>만을 선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 책을 뛰어넘는 책은 없을 것 같아.


B: 올해 읽은 것 중에 베스트!


J: 우리가 했던 독서모임 중에 베스트! 나는 이 책 전체를 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B: 오~ 나도. 나는 이 책 보면서 진짜 필사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 작가가 본인이 사후 세계에 갔다 왔다고 생각하는 시기 있잖아. 그때도 일어나서 취재 노트에 써야 된다고 생각했대. 또, 허송세월도 취재 노트에 쓰여 있던 일부였을 거잖아?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런 사람도 쓰는데 나는 뭘 믿고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이 계속 휘발되는 건 메모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새기고 싶은 좋은 문장을 필사하면 좋겠더라고. 그래서 내년에는 필사하자고 얘기를 한번 해볼까 싶었어. 그리고 독서 모임 할 때도 좋은 문장들 하나씩 추려서 올리자고 할까? 그런 생각도 했지.


J: 원래 우리 처음에 독서 모임 했을 때는 기억에 남는 한 문장도 들어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했잖아요. 


B: 맞아 ㅎ필사 노트 같이 해보자!


J: 내년에 한 번 시도해 볼까요?


B:  굿


J: 그리고 책 앞뒤로 들어간 200자 원고지 디자인도 좋았어.


B: 아날로그형이시라 더 어울렸던 것 같아


J: 맞아. 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책을 읽고 좋았던 구절을 여기에 한번 써보라는 의미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이 책 보니까 김훈 작가님 좀 만나보고 싶더라. 만나면 또 다른 느낌일 수 있지고 그 환상이 깨질 수도 있지만...


B: 내가 예전에 황석영 선생님 만나기 전에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J: 언니 그때 황석영 선생님 만났었죠? 황석영 작가님이 김훈작가님 보다도 한세대 위의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황석영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그때 황석영 선생님 만났을 때도 나는 그냥 '와 유명한 사람이다.' 이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허송세월>>을 읽기 전에 김훈작가님을 만났다면 그때도 아무 감흥이 없었겠지만, 이제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아요. 


B: 너는 그전에 <<남한산성>> 같은 책 안 읽었어? 김훈 작가님 책은 <<하얼빈>>이 처음이야?


J: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등 안 읽어봤죠. 난 한국 작가 소설 읽은 게 진짜 몇 개 안 돼요. <<몽실언니>>, <<가시고기>>,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이 청소년 도서들만 몇 개 읽어죠. 그리고 커서 읽은 몇 가지 소설? 외에는 외국 소설 위주로만 읽었죠. 그런데, 산문집은 이런 책 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B: 그러니까. 요즘은 작가가 많은 시대니까 그래서 더 비교되고, 좋은 글에 필요성? 좋은 글의 가치? 이런 게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 표지에도 '에세이'가 아니라 '산문'이라고 썼잖아. 그런 산문 다운 문장들을 만나서 되게 좋았어. 반가웠어.


J: 옛날에는 진짜 이런 게 산문이었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느낌의 산문이 많이 없어졌고...


B: 요즘엔 그냥 자기 일기를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내는 경우가 많다고 봐.


J: 나에게 산문은 철학과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이렇게 철학적 사유를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들이 산문인 느낌인데...


B: 나는 그것도 참 의문이야. '철학'이라는 단어로 이 사람이 철학적 사유를 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사실 나는 그건 잘 모르겠거든? 철학적 사유라기보다 오히려 이 사람이 개인적 사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깊은 사유를 잘 풀어낸 책인데...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을 수 있으니까. 근데 어떤 사유를 하느냐도 나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아까 내가 얘기했던 그런 세월호나, 네가 얘기했던 사회 현상이나, 전시에서 바라보거나 그것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자기만의 생각으로 이렇게 풀어낼 수 있는 건 자기 사유가 있다는 거잖아? 칸트가 뭐라고 말했고 니체가 뭐라고 말했고 이런 고유한 철학자나 정립된 사회적 이상을 끌어와서 그것을 비교하고 대입해서 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생각과 사유와 공감과 경험으로 이야기하는 거라서 나는 자기 사유가 깊이 담긴 책인 것 같아.


J: 완벽했다...


B: 최근에 어떤 글쓰기 수업에서 알려준 문장을 멋있게 쓰는(포장하는) 방법이 얼마나 가벼운 기술인가라는 생각을 했어.


J: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책이에요. '3.1 독립선언서'에 관해 쓰신 글도.. 독립선언서를 이렇게까지 분해하고 조립하고 사유해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가?라는 감탄만 나왔어요.


B: '조사'를 찬양하시잖아. 너 한국의 조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J: 없어. 


B: 나도 없어.


J: 형용사하고 부사를 생각한대... 미친 거 아니야? 


B: 조사를 찬양한다는 것 자체가...


J: 나는 이거 이상의 산문집은 없다고 생각해요.


B: 좋은 책이었어.


J: 이 책을 보면서 나란 인간이 얼마나 비루한지를 느꼈어요.


B: '나남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J: 김훈 작가님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나는 그런 책까지 들었어요. 내가 죽을 때 이 책이랑 같이 묻어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 내가 죽을 때 책 한 권을 가져갈 수 있다면 난 이 책을 가져갈 것 같아요.


B: 이 책을 한 박스 사서 차에 싣고 다녀.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해.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3점 + 구성력 3점 + 오락성 2.9점 + 보너스 1점 = 총 9.9

J: 문장력 3점 + 구성력 3점 + 오락성 3점 + 보너스 1점  = 총 10점 (처음으로 만점을 준 책 / 완벽해)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B: 장자 : 특정 계절에만 읽을 게 아니라 사시사철 곁에 두고 보면 좋을만한 책이라 김훈 작가님이 느낀 심상과 자신의 심상을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을 듯.
J: 김훈 - 저만치 혼자서 : 오늘은 한 권의 책만 추천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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