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저녁 먹고, 식전의 예민함을 조금 가라앉힌 후에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산책하듯 탑층의 커뮤니티 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탁구대를 발견했다. 너는 탁구대를 보고 환호했고, 나는 그런 너를 뒤로 하고 안마의자에 홀린 듯이 다가갔더랬다.
탁구대는 1대뿐이었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네 손엔 아이스크림이 아직 들려 있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안마 의자에 누워 잠깐의 안락함을 맛보았다. 막힌 곳 하나 없이 뻥 뚫린 시야. 도심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29층 통창 유리 앞에 위치한 안마의자는 잠깐이나마 무릉도원 그 자체였다. 물론 나의 낙원이 고작 3분에 끝났다는 것이 흠이지만.
자리가 났다며 신나서 뛰어오는 널 보며 난 거기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몸을 일으켜 탁구대 앞으로 나갔다.
분명 천방지축으로 튀어 오를 탁구공을 보며 그 탄성의 10배 이상 차오르는 짜증을 낼 텐데, 이걸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섰다. 최대한 화를 내지 않도록 나라도 노력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의 다짐을 하며 시작한 탁구!
정확히는 탁구대 앞에서 탁구채를 잡고 공 튀기는 거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시작한 탁구에 너는 금세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간헐 짜증 섞인 말투로 “이 공은 내 말을 안 들어!”라며 볼멘소리를 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즐겁게 게임을 이어나갔다.
심지어 1-2번 정도의 릴레이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단 20분 만에.
7살 초심자 중엔 네가 최고라며 너스레 떨듯 아이를 응원했는데, 한 50% 정도는 진심이었다. 정말 잘했으니까.
우리의 첫 탁구는 그렇게 즐겁게 마무리 됐다.
한동안은 저녁식사 후 함께 탁구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오늘도 성장하는 너와 그런 너에게 놀라는 나를 보며 재밌었다.
2025년 5월 13일 너와의 첫 탁구를 기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