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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베 Aug 13. 2018

사막에서 68개월

05 때론 나빴을 인생에 좋았던 것들

소노 아야코의 '약간은 거리를 둔다'처럼 때론 투산에서 나빴을 인생에 물론 좋았던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여름에 끈나시 하나 입고 돌아다녀도 신경 쓰이지 않던 시선들, 12월의 한겨울에도 두꺼운 패딩을 입지 않을 만큼 따뜻했던 겨울 날씨, 좋아하는 과일을 마음껏 맛있게 그리고 값싸게 먹는 것, 한 입 먹고 나면 온 몸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치즈 케이크 집,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안부를 물어도 어색함이 없는 순간들, 대충 입고 마켓에 가도 절대 하지 않는 지적질 등등


그중 내가 가장 사랑했던 '크리스마스 시즌'

나는 그 수많은 순간들 중에서 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가장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어려서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면 늘 설레었다. 물론 종교를 가진 천주교 신자로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일주일 전부터 온갖 캐럴송을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하며 거리를 걸을 땐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 나에게 미국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마치 시골의 작은 성당에서 드리던 미사를 명동성당과 같은 거대한 곳에서 드리는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자 온 동네는 각자 자신의 집에 형형색색 크리스마스 장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기념일을 더욱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은 1~2주 전 (심지어 어떤 집은 한 달 전부터)부터 꾸미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실제로 크리스마스 나무들을 키우는 농장에서 직접 사 오기도 하고, 앞 집주인과 심오한 논의 끝에 루돌프를 탄 산타 할아버지의 마차가 지나가듯 서로의 지붕과 지붕을 긴 전구로 연결하기도 한다.  


 이 시즌에는 어떤 동네를 들어가더라도 화려한 성에 놀러 온 듯 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명한 행사인 'Winterhaven Festival Of Lights'에 가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집들이 경연을 펼친다. 이 날은 만석인 주차장을 두세 번은 돌아야 할 만큼 구경 오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달콤하고 맛있는 쿠키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켓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쿠키, 케이크 등과 같은 디저트가 무슨 맛이 있겠냐 싶었지만 한 입 베어 문 순간 그 중독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특히나 둥글고 크기가 넙적한 쿠키는 늘 설탕 덩어리로 가득 찬 아이싱이 얹어 있지만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핑계로 둘러 넘기기 쉬운 날이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라는 존재가 이 평범하고 단조로운 곳에서는, 뜻밖에 발견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설렘을 안겨주는 순간이 아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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