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출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Apr 14. 2024

배리 매닐로우와 최유리

날짜: 23.10.10 00:52
제목: 작가님께
     

작가님 안녕하세요.

나재인(가제)_1교_85_92페이지_편집본 파일 보내드립니다.


지난번 보내드린 청계천 사진을 이렇게 좋아해주시다니 기뻐요.

덕분에 저도 가을 청계천의 맛을 알게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편집본에서 드디어 우진의 행방을 알게 되었는데요.

눈이 안 보이는 우진의 사연을 재인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쓰셨더라고요. 이 부분 읽으며 참 가슴 아팠어요.

(다만 '~했다'체가 제가 느끼기엔 감정이입을 다소 해치는(?)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요. 일부분 '~했어'체로 수정해두었습니다.

작가님께서 한번 더 보시며 검토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아무튼 그 장면 읽는데 영화 클래식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눈이 멀거든요.

오래전에 본 영화라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눈이 먼 남자 주인공이 훗날 여자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나요.

그 장면 보면서 엄청 울었던 것 같거든요..^^;


군대에서 누군가 우진을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데 뒤에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도 나오겠지요?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

추천에 주신 매닐로우의 'When October's gone', 낮에 작업실에 틀어 놓고 일하니 좋더라고요.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오랜만에 뜨거운 아메리카노 마시며 일했는데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노래란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노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주도 반짝반짝, 좋은 날들 이어가시길 바랄게요.


다음 메일에서 뵐게요.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xrEmmWzdk



날짜: 23.10.10 09:49 
제목: 편집장님께
            

아....우진을 가격한 인물을 나오지 않아요. 

우진도 누군지 모른채로 다쳤고 그때의 충격이 실명에 영향을 준 것처럼 사건을 활용하였으니까요.

미스터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죄송 ㅎㅎㅎ


생각해보니 클래식에서 조승우 배우가 실명하게 되지요?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선배가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그 선배와 좋은 추억이 참 많아요. 속으로 오랫동안 짝사랑했는데 그 선배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고백도 못하고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우진의 캐릭터는 그 선배에게서 많이 가져왔어요. 그리고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도 화재 사고로 실명하지요. 

예은이는 <제인 에어>의 유일한 제인의 친구 헬렌을, 한승원 선교사는 세인트 존 목사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숙자 엄마의 존재는 <제인 에어>의 제인이 엄마처럼 따듯하게 품어주는 존재를 만나지 못해 너무 안타까워 배치한 인물입니다.


재인이 이성간의 사랑으로 구원을 받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인 에어>에서도 제인이 그런 인물이 아니지요.

그래서 <제인 에어>를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페미니즘 소설이라 여깁니다. 

여성이 주체가 될 수 없던 시기에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끌어 간 캐릭터는 그 시대 소설에 거의 없지 않나 싶어요.


매닐로우 노래를 들으셨다니...편집장님 마음이 고우십니다. 


송 편집장님은 가을에 주로 무슨 노래를 듣는지요? 추천해주면 저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장님의 제안대로 우진의 편지 서술어를 수정하였습니다.


한승원 선교사의 이야기편도 최대한으로 수정을 했지만 제 의견도 몇 줄 넣었으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소설이라 인칭도 뒤죽박죽이고 구성도 내레이션이었다가 서간문이었다가 왔다갔다 하지요? ㅎㅎㅎ


이렇게 다시 읽으며 수정을 하니 이 또한 재미가 있네요.




날짜: 23.10.12 00:13 

제목: 작가님께


작가님 안녕하세요. 

나재인(가제)_1교_92_98페이지_편집본 파일 보내드립니다.


이번 편집본에서는 재인이 우진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짝사랑하셨던 선배의 모습을 소설에 녹이셨다니...

이야기 들으니 불쑥 저도 소설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누구나 가슴 속에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같은 이야기 하나씩 품고 있잖아요.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작가님의 의도를 들어 더욱 작업이 즐겁습니다.

언젠가 독자분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들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가을에 듣는 음악이라....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요즘엔 '최유리'라는 국내 가수 노래 종종 들어요.

<숲>이라는 노래 특히 좋아합니다.


편집자로 일하며 어려움이 가끔 있는데

이 노래 들으면 어느 지점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가사를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시적인 표현이 많달까요.


나이가 들수록(?) 시가 좋아집니다 ㅎㅎ


그럼 다음 메일에서 뵐게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cu9VVH9cSWc


날짜: 23.10.12 10:31 
제목: 편집장님께
            

맞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소설책이지요. 

사연 없는 사람이 없지요. 하지만 소설로 쓰고 싶은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좋은 추억이 있다면 언젠가 꼭 소설로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최유리 가수의 숲 들었어요 +.+/

우와...가사도 멜로디도 아름답더군요. 가사가 짝사랑을 노래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의 태도인것도 같고...

말씀대로 여러 해석이 가능한 열린 가사네요. 마치 시처럼요. 

좋은 가수를 알게 되어 기쁘구요.


저도 시를 씁니다. 

원래 글쓰기를 시로 시작했어요. 

<나재인>이 잘 되면 그 다음에는 꿈공장에서 시를 출판하고 싶네요. 

그때도 우리 송 편집장님이 같이 작업해주시면 좋겠어요. ㅎㅎㅎ


집필중인 사랑에 관한 원고 작업은 잘 되고 계시고요?


캐나다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온 가족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어요.

집에만 붙어 있어 저는 다행히 감기는 걸리지 않았지만

콜록대고 아파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편칠 않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날짜: 23.10.14 15:11

제목: 작가님께


작가님 안녕하세요. 

나재인(가제)_1교_99_106페이지_편집본 파일 보내드립니다.


늦어 죄송합니다.

작업하고 메일을 보내드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네요....^^;


최유리님 노래 좋아해주셔서 기쁘네요.

다른 곡들도 다 너무 좋아서 요즘 자주 듣고 있습니다.

최유리님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하고... 팬이 되어버렸네요....ㅎㅎ


언젠가 작가님께서 쓰신 시도 만나볼 수 있기를 저 역시 바라보아요.


그나저나 숙자엄마가 재인을 입양하는 부분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어요..

소설 읽으면서 오랜만에 찡한 느낌을 받아 기쁘더라고요.

그만큼 몰입도가 높고 따뜻한 소설이지 않나 싶어요.


사랑에 대한 제 원고는 현재.... 두 꼭지 완성했는데요.

요새 일이 많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더 촘촘하게 하루 계획을 세워서 써봐야지요^^ 하핫..


한국도 머지않아 겨울이 올 듯해요.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계절이 가을이라던데...

그래서 요즘 이 날씨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결핍은 늘 애틋함을 동반하니까요.. ㅎㅎ


작가님도 감기 걸리시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라요.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요.. ^^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늘 감사합니다.




날짜: 23.10.16 02:02 
제목: 편집장님께


최유리님의 다른 곡들도 유튜브로 찾아 들어볼게요. 


결핍이 없다면 만족도 모를테지요.

결핍은 어쩌면 인간 행복의 필요조건인지도 모르죠. 그 결핍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일 것 같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캐나다는 공기가 맑아 해가 뜨면 천국이 되는데 해만 뜨지 않으면 춥고 스산하답니다.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추적거리니 온 뼈마디가 쑤시고 으슬거려요. 아기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더 그러지요. 

하지만 또 이런 날씨가 아이러니하게 글 쓰기에는 좋아요. 바깥으로 시선을 못 돌리니까 꾸역꾸역 글이라도 쓰게 되지요. 


이곳은 겨울이 10월말부터 와서 4월 말에 끝이나요. 6개월이나 되는 긴 겨울을 다시 나려니 벌써부터 마음이 고되오네요.

재인이의 겨울도 곧 끝이 나려나요. ㅎㅎㅎ


가슴이 아리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책을 쓸 때는 이렇게 기획 단계가 최고로 행복한 듯요. ㅋㅋㅋ

마치 연애 초창기 상대와 썸 탈 때의 설렘이랄까. 


<나 재인>의 출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까요? 내년 1월에 출간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일정이 가능하신지 한번 검토 해 주시겠어요?


그럼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 행복하게 출발하시길요.


매거진의 이전글 청계천은 여전히 아름답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