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영주권 받고 집 사기
폭풍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끈기 있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도중에 글을 계속 쓰지 않을 확률이 높고,
한국에 계신 담당변호사님께 구구절절 말씀드리기가 뭐해서 브런치를 이용하기 위함이며,
현재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하지만 소장을 받은 남편이 어떻게 나올지...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임으로 그전에 정리를 해 두려는 속셈이다.
나는 2020년 코로나 때 한 재택근무를 이용해 어렵게 겨우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바로 영주권과 구입할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일본은 대출이자, 재산세가 싼 편이라 구입해서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게 비싼 월세를 내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갈 수 있는 위치에 —나의 집, 직장과 아이들의 학교, 서로의 거리가 2킬로미터 안에 —있기를 원했다. 직장을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직장을 기준으로 2킬로미터 안의 모든 아파트를 샅샅이 뒤졌다.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한 번 집중하면 지나친 면이 있는데 1년쯤 집을 알아보자 나중에는 지나가면서 보이는 모든 아파트의 연식과 집구조, 시세를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고민고민해서 딱 한 군데를 정해 부동산에 연락해 집을 보았다. 올수리가 필요했기에 리모델링 담당자도 만나봤다. 가계약서를 쓰고, 대출을 신청했다.
일본의 대출은... 신용등급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월급이며, 정규직인가 아닌가이다. 계속적인 수입이 보장되는가 하는 것이다. 집담보대출은 월급의 몇 십 프로 이내로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나는 여유 있게 신청을 했음에도 1차에서 바로 떨어진 것이다. 제2 금융을 알아봐 드릴까요? 하는 담당자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상냥함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실... 그 후 며칠 크게 앓았다. 기대한 만큼 원한만큼 실망도 컸고, 내가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왜 그런지 스스로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영주권자가 아니란 것, 신용등급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유학생 신분으로 간단한 카드발급조차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 핸드폰을 구입할 때도 남은 체류기간에 따라 까다롭게 확인받은 경험이 있다.
직장을 구하고 난 후 카드를 발급받았지만 나의 사용한도금액은 몇 백만 원에 불과했다.
한도를 늘려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고, 대부분 현금을 사용했다. 나의 멍청함과 준비부족이 또 한 번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영주권 신청은 간단하지 않고... 나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고 또다시 복잡한 서류를 들여다보고 홀로 준비한다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행정서사를 쓸까 고민하면서 나는 영주권 신청에 대해 알아보았다.
서류에 나와 있는 영주권 신청 조건 중 내게 요구되는 것은... 거주경력 10년, 안정적인 수입, 대략 세금 5년 이상, 체류자격 3년 이상, 품행이 단정할 것(? 범죄사실) 등인데
그 당시 5년짜리 교수비자로 있었고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음... 한 번만에 영주권을 받지 못하면 그 후가 까다롭다. 거절당한 이유를 직접 딱 한 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긴 있는데… 첫 번째 신청했을 때 거절당하면 그 후 몇 년간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반드시 한 번만에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 집과 학교가 멀어지게 되고... 자전거로 통학하므로 사고의 위험도 높고... 그러면 나는 또다시 통학 라이딩 지옥에 뛰어들어야 한다. (학원만으로도 그만하고 싶...)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집을 사서 옮기는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그렇다. 내게 영주권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자.
그렇게 나는 영주권을 신청하기 전에 [고도인재비자]라는 것을 먼저 신청하게 된다.
고도인재비자는 우수한 외국의 인재들을 불러들여 일본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 영주비자 획득 제도로, 고학력과 고도기술을 지닌 외국인들이면 굳이 일본인과 결혼하지 않아도 무기한 체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고도인재비자를 획득한 사람은 1년 후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데 영주권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총 100장에 가까운 서류(거짓말 아니에요. 자신의 연구논문을 제출해야 해요.)를 홀로 준비했다. 지나고 보면 서류에 준비하라고 하는 대로 하면 되는데 어찌나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지 ㅠㅠ
결국 고도인재비자를 취득한 나는 1년 후 나는 영주권을 신청해서(고도인재비자와 영주권을 함께 신청했어도 된다던데 제가 잘 몰랐어요ㅠ ) 아이들과 함께 영주권자가 되었다. 감사 또 감사
그리고
저번에 원했던 집은 날아갔지만 ㅠ 아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나의 직장과 나의 집은 1킬로 정도, 집과 아들의 고등학교는 2킬로미터 안되게 떨어진 곳에 집을 구입했다.
영주권자는 일본인과 동일한 대출이자로 우대받기 때문에 내 대출이자율은 암보험/사망보험(암에 걸리거나 사망하면 남은 대출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을 포함하여 0.76이였다.
이제 내가 죽어도 아이들에게는 남은 대출금없이 이 집을 물려줄 수 있다.
이 집에서 두 아이들을 성인으로 키워내고
이곳에서 조용히 교회와 직장, 지역사회를 섬기면서 늙어가고 싶다.
평화의 집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