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생후 4개월)
2003. 6. 21
날씨가 후덥지근해서인지 자꾸만 짜증이 난다. 매일 출근을 할 때는 더운지 모르고 지냈었는데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에어컨 바람이 무척 그립다. 자꾸만 짜증이 나는 나를 보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떠올려 봤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충분히 감사할 일들이 많다. 짜증을 부리며 시간을 쓰기보다는 좀 더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움직여 보련다.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 이번 달에는 식비와 외식비가 대폭 줄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2003. 6. 23
장마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분다. 그 바람을 맞으며 무작정 걷고 싶다. 비가 내리면 00 이와 함께 나갈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한 달간 장마가 계속될 거라는데 걱정이다. 오는 00 이는 계속 잔다. 깨워서 젖도 먹이고 놀아도 봤지만 너무 졸려한다. 이쁜 00이. 오늘은 피곤한 거니?
2003. 6. 24
오늘 00 이는 낮에 낮잠도 잘 자고 놀기도 잘했다. 무럭무럭 크는 00 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00 이와 놀고, 젖먹이고, 재우고 하느라고 계획대로 공부하기는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하려 한다. 남편 회사 여직원이 00이 백일이라고 백일반지를 사줬다. 너무 이쁘다. 우리 00 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 여직원은 우리 00 이를 며느리 삼고 싶단다. 우리 00 이는 커서 좋은 사람 만나서 평생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내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00 이에게 00 이는 사랑과 존중을 받을만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 줘야겠다.
2003. 7. 8
일상적이지만 하루하루 나만의 특별한 무엇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 중이다. 손바느질로 은이 턱받이도 만들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반찬을 만들거나 김치를 담기도 하고... 하루하루 살림 솜씨가 나아지는 듯하다. 어제는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낮잠을 푹 잤더니 몸이 한결 좋아졌다. 매일 낮잠을 자지는 못하지만 2-3일에 한 번씩이라도 낮잠을 푹 자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00이 백일 사진을 찍었다. 00 이가 활짝 울지 않아서 속상했다. 평소에는 엄마 얼굴만 봐도 웃었는데... 하지만 이쁜 옷들을 입히고 사진을 찍어서 만족스럽기도 했다. 자꾸 00이 옷을 사서 입히고 싶다. 이제 품에 안으면 묵직해서 껴안고 잘 수 있을 만큼 컸다. 크면서 점점 더 이뻐지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바로 근처에서 몇 달 동안 공사소음이 들렸다. 더워서 문을 열고 지내는데 소음이 크니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00 이는 보채지도 않고 잘 지내줘서 지금 생각하면 정말 고맙다. 다른 아이보다 청각이 발달해서 시끄러운 장소를 힘들어하는 아이인데 아기였을 때 잘 지내줬다는 것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