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생후 3개월)
2003. 5. 15
00을 위해 큰 차를 구입했다. 작은 차에서는 길이 조금만 안 좋아도 00 이가 카시트에 누울 때 많이 흔들려서 속이 상했는데 큰 차를 타니 흔들림이 없어서 좋다. 무리해서 구입하느라고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 00 이를 위해 구입하고 싶은 것이 많다. 이래서 아기를 낳으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나보다. 다른 것에서 아끼고 우리 00 이가 꼭 필요한 것들을 현명하게 구입해야겠다.
2003. 5. 16
00에게 매일 동요테이프를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준다. 00 이가 아직은 선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00 이는 오히려 내가 작사, 작곡을 해서 불러주는 노래를 더 주의해서 듣고 반응을 보인다. 아빠와 엄마 목소리에도 반응을 보이고,,, 딸랑이는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요즘은 눈 마주치고 웃어서 더욱 이쁘다.. 가장 이쁘게 웃을 때는 젖 먹다가 배가 불러서 웃을 때다. 이제 배냇저고리가 작아서 이쁜 상자 안에 보관해 두었다. 나중에 은이가 크면 보여줄 거다.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지 이야기해 주련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2003. 5. 23
긴장이 되고 불안한 상태라도 우리 00 이를 생각하고 품에 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사랑스러운 우리 00이. 00 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2003. 5. 31
육아휴직을 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 낮잠을 잘 수 있고, 평일 한가한 시간에 외출도 하고, 아기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물론 앞으로 내 수입이 없어지므로 어떻게 규모 있게 살아야 할지 고심 중이다.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고 집에서 되도록 모든 것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책 읽는 습관을 버리지 않아야겠다. 다시 열심히 살아보련다. 오뚝이가 되어서...
2003. 6. 1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목이 많이 부어서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다.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많이 만들면서 지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좀 더 노력해 봐야지... 00이 사진을 앨범에 정리해 놓으면서 흐뭇했다. 나중에 이 사진을 00 이와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눌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모유수유만 하고 있다. 힘들지만 젖을 떼고 밥을 먹을 때까지 계속 모유를 먹이고 천 기저귀도 계속 쓰려고 한다. 기저귀는 두 살이 되어야 뗄 텐데 그러면 00이 키우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00 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오늘도 기원한다.
2003. 6. 10
00이 재롱이 부쩍 늘었다. 어느 순간 예전에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00 이와의 생활이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아침에는 동요테이프를 들으며 놀고, 낮에 잠깐 00 이와 함께 외출하고 이주후면 00이 백일이다. 에버랜드에 가서 00이 사진 찍어주고 사진관에 가서 백일사진 찍는 것으로 백일을 기념하려 한다.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는 00 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2003. 6. 11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원래 비가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습기가 많아서 후덥지근하고 기저귀 등 빨래가 마르지 않아서 여러모로 불편하다. 특히 은이와 잠깐 하는 외출을 하지 못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단다. 바깥바람이 그립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날씨가 화창해야 할 텐데... 이 비에 장미들이 무사할지 모르겠다. 이쁜 넝쿨장미가 보고 싶은데...
아이를 낳기 전에 사람들에게 서른에 아이를 낳을 거고, 모유를 먹이고, 천기저귀를 쓰고 싶다고 말하면 아무도 ‘그게 너의 맘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웃어버렸다. 그런데 나는 나의 계획대로 하려고 했던 것들을 다 하면서 아이를 키웠다. 다만 하루의 스케줄은 내가 계획할 수 없었다. 아이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고,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선택들을 후회한 적은 없었지만, 일 년만 더 다니면 수료를 했을 텐데... 많이 아쉬웠다. 박사 과정을 그만둘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되뇌며 살았다. “0 선생, 연구실 안에 있어야만 심리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야. 심리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심리학자지”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