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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19. 2018

당신은 디지털 에이전트와 어떻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디지털 트렌드 2019>는 말하자면 최신 IT기술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현업에 있는 작가가 이용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기 때문에 초심자가 보기에도 준수한 난이도의 입문서적이다. 따라서, 최근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일독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각 기술의 원리나 역사 같이 어려운 부분을 빼고, 어떤 기술이 있고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써 내려간다. 따라서 말그대로 어느 누가 읽어도 어렵지 않은 난이도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쉬운 난이도와 사용자 중심의 설명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단점 역시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에이전트'라는 주제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초반의 챗봇이나 사물인터넷 등을 설명할 때는 저자가 어째서 2019년 디지털 트렌드를 에이전트로 잡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디지털 에이전트'라는 주제는 힘을 잃고, 그저 최신 기술과 그에 따른 상품을 나열하는 일반적인 글이 되어버린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후반에는 다시 한 번 '에이전트'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만 이미 '에이전트'라는 주제는 이 글을 꿰뚫지 못하고 겉돈다.

두 번째는 이 책 자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콘텐츠 커머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건 이 책만이 아니라 현업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이나 강연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이 전달하는 정보는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이거나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출판사와 저자가 이 책의 장점으로 기업인 인터뷰를 말하고 있고, 어떠한 종류의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실용화되었으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에 대한 책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책 자체가 콘텐츠 커머스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에이전트'라는 주제는 생각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에이전트는 고객의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이다.(p.25) 사실 이미 인간의 역사 속에서 에이전트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어 챔피온(Champion)은 승리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결투에 대신 나가서 싸우는 대리 기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승리자와 대리 기사가 같은 단어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에이전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실, 군주가 군사와 장수를 등용하거나 사장이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 모두 일종의 본인의 임무를 대신하여 위임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인이 하기에는 일이 많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이전트는 인류의 삶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앞으로는 디지털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분명히 이 변화는 편리함을 보장한다. 하지만 과연 100% 긍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변화의 결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부분이 편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고 말하면 인공지능에서 5G로 각종 사물인터넷 장치들에 연결되는 사회를 그릴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 스피커에 본인들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각종 플랫폼을 연결시켜서 출시한다. 즉,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입하고 사용한다는 것은 오히려 선택의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자사의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많은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자 브랜드다. 애플에서 출시되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끼리는 연동된다. 하지만 그들끼리만 연동된다. 이 극도의 폐쇄성으로 인해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호환성 문제에 있어서는 최악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애플 제품 중에서 하나를 구입하면, 이후의 다른 종류의 유사 제품을 살 때 애플 제품을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역시 이런 문제를 가질 수 있다. 실례로 인공지능 스피커의 가장 많은 사용이 음원인데 인공지능 스피커 제작사들은 모두 음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 애플 정도의 폐쇄성을 가진 네트워크로 인공지능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기술이 적용될 분야는 굉장히 넓고, 인공지능 스피커 제작사가 그 모든 분야를 커버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날로그의 현실에서 디지털의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입출구로서,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선택에 어떠한 방향성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두 가지다. 사람과 반려동물을 부를 때다. 냉장고나 TV에 이름이나 애칭을 지어주고 부르거나 하지 않는다. 아마존 에코는 살아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사물에게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름을 당연하다는 듯 부른다.(PP.229~230)


인공지능 스피커에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를 집어낸 작가의 통찰에 깜짝 놀랐다.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존재를 지시하고 인식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아직 존재 그 자체를 통째로 인식하거나 발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이라는 추상화된 어떤 것으로 존재를 지시하고 발화한다. 즉, 인공지능 스피커에 이름을 지어주고 부른다는 것은 인공지능의 존재가 사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격을 갖춘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 속에서 더 크게 자리잡아 갈 것이다. 이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 인공지능과 관계를 맺어야하는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당신에게는 디지털 에이전트가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이 질문을 조금 바꾸어서 던지고자 한다. '당신은 디지털 에이전트와 어떻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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