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 Dec 03. 2018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에서 흥행하는 네가지 이유

보통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서 영화를 보다가 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보헤미안 랩소디>. 최근 선풍적인 인기로 비주류인 음악영화임에도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다. 

일단 감상평은 노래는 좋지만 나머지는 별로라는 것이다. 일단 스토리는 온통 뻔한 클리셰 범벅이며 어째서 주변 인물들이 프레디와의 그 많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원과 지지를 보내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스토리가 매력이 없다보니 2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동안 노래를 찔끔찔끔 틀지 말고 완창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필자는 이렇게 느꼈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12월 2일부로 600만명 이상의 관객이 상영관을 찾았을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도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토록 흥행하는 걸까?

첫째, 이 영화가 소재로 하고 있는 퀸이라는 밴드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 호소력이다. 퀸은 1970~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전설적인 밴드이다. 그들은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도전적이면서도 대중들에게 먹히는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명곡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CM송, OST 등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비록 가수가 퀸이라는 사실을 모를 뿐이지 젊은 층에도 익숙한 노래들이 많다. 퀸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면서 지나버린 세월이 감동과 함께 몰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 중에서는 영화관에서 울면서 나왔다는 분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퀸이라는 밴드를 모르지만 이미 알고 있는 노래가 많기 때문에 묘한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퀸이라는 밴드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역량과 강렬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퀸이라고 하는 밴드와 그들의 음악이 가지는 힘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다. 보고 있으면 그저 퀸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영화의 내용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필자는 메가박스의 MX관에서 관람했는데 여기의 사운드 시스템 덕분에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다.

둘째, 우리나라는 이상할 정도로 음악영화가 강세다. 음주가무에 특화되어 있는 민족의 특성 때문인지 국외에서는 맥을 못추는 음악영화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음악영화에 대한 선호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  <비긴 어게인>을 예시로 제시한다. <비긴 어게인>은 북미 시장을 제외하고 47,294,229달러의 매출을 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한국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25,872,334달러이다. 한국에서 세계시장 총 매출의 50% 이상을 낸 것이다. 

최근에는 <싱스트리트>라는 음악영화가 개봉했다. 2016년도 5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비긴 어게인>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존 카니 감독의 후속작이다. 이 영화 역시 한국에서 전세계 수익의 3분의 1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비긴 어게인>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의 수익이 우수워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가 개봉하고 2주 정도 뒤에 출연 배우인 마크 맥케나가 한국인 비하 발언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을 생각할 때 무시못할 성적이다. 전작 <비긴 어게인>에서도 감독이 영화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삽입하여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란이 조금 있었지만 이 일은 아래의 링크와 같이 뉴스로 알려질만큼 큰 파장을 낳았다.   

http://www.osen.co.kr/article/G1110428825

이 외에도 <송 원>, <라라랜드>등 다양한 음악영화들이 국내에서 개봉되었으며 한국인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밌는 점은 이처럼 해외의 음악영화들이 국내로 수입되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수익을 걷어들이고 있는데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음악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SMTOWN THE STAG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든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H.O.T를 주연으로 한 <평화의 시대>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등의 시도를 보이고는 있다. <평화의 시대>를 실제로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음악영화라고 분류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평화의 시대>라는 영화를 제쳐두더라도 이러한 시도들은 아이돌이라는 가수들을 소재로한 영화일 뿐이지 이것을 온전히 음악영화라고 분류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국내 영화 제작사들이 음악영화를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수수께끼이다.

셋째, 한국인들은 정형화되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 이건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이라는 것을 먼저 말해두겠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한 까닭은 클리셰가 뚜렷한 영화들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파 혹은 휴머니즘으로 대변되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의 결말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못배웠지만 열정적이고 결국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ex. 형사)이 만들어내는 권선징악적 스토리 구조도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전형적이고 익히 많이 사용되는 클리셰들로 이루어져 있다. 건방진 천재의 등장, 천재의 추락, 무조건적인 주변인의 지지, 천재의 재비상. 이 네 마디로 이 영화를 요약할 수 있다. 천재 캐릭터도 천재 캐릭터의 굴곡도 뻔하다. 그리고 어째서 주변인들이 천재의 거만함과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갈등을 빚으면서도 계속해서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사실 이런 정형화된 스토리는 대부분의 음악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점이다. 음악이라는 정체성에 집중하기 때문인지 대다수의 음악영화가 정형화된 스토리와 뻔한 클리셰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본 음악영화 중에서 예외가 되는 영화가 <인사이드 르윈>이었는데 이 영화는 한국내 흥행에 실패했다.

넷째,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소재에 대한 영향력이다. 필자는 왓챠라는 영화추천 앱을 사용한다. 왓챠를 사용하다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명작이라고 불릴 영화는 아닌데 만점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써놓은 코멘트를 보면 그 영화가 동성애를 긍정하거나, 여성주의 영화이거나, 반군사정권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등의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 올바름'이 영화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이러한 버프를 받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이었던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자였으며, 극 중에서 퀸은 모든 부적응자들을 위해서 노래를 만든다는 장면이 있다. 


이상으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에서 흥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실 필자는 이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장점보다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살펴본 흥행 이유도 이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국민성이나 정치사회적 이슈의 영향을 예시로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쁜 영화가 아닌 것은 이제는 라이브로 들을 수 없는 퀸의 노래를 영화관이라는 관객 경험을 극도로 고려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만약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 공연 영상 리마스터링 버전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감상하라면 퀸 공연 영상 리마스터링 버전을 선택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디지털 에이전트와 어떻게 살아가고 싶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