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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pr 17. 2019

글을 쓴다는 것의 여유

최근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여유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7월쯤에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6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바심,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 돌아보면 할 줄 아는 게 글을 읽고 쓰는 것 밖에 없다는 자기 성찰의 결과였습니다. 

저는 콘텐츠 전공자이고 관심분야도 문화콘텐츠이다보니 관련한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시작하기로 한 이상 대강 쓰고 싶지는 않아서 나름 전공을 살려서 열심히 썼습니다. 글쓰는 건 좋아했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썼습니다. 재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쓰는 틈틈이, 하지만 꾸준하게 글을 썼습니다.

올해 1월 계약직으로 취직했습니다. 1~2월에는 취직도 했겠다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책도 읽고, 전시도 보러 돌아다니고, 글도 나름 신경써서 썼습니다. 3월이 되고 보니 계약만료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제 계약기간이 9월까지니까 어느새 6개월도 남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뭔가를 더 준비해야했습니다. 뭘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정말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펙 인플레이션이라고 싫어했지만 다 갖고 있는데 저만 안 갖고 있을수는 없죠. 그래서 최근에 한국사 강의를 알아보고 수강중입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직장 출퇴근 시간으로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씁니다. 점심시간 포함 9시간은 일을 하지요. 점심시간이나 버스에서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어느순간보면 책을 펴놓고 졸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들지경입니다. 읽기도 힘든데 쓰기는 더 어렵지요. 읽는 것은 주어진 텍스트를 받아들이면 되지만 쓰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엮어서 자아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고3 이후 항상 글을 써왔습니다. 고3 시절 게임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면서 그런 내용의 글을 쓰던 때부터, 학부시절 순수소설과 레포트, 대학원에 가서 쓴 논문까지 항상 저는 글을 써왔습니다. 당시에 글은 저에게 업이었고,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에 부담을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취직을 하면서부터는 글쓰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전직장 다닐 때는 매일 야근이었던 일이 많은 회사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야근도 없고 널널한대도 이렇게 몇자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여유가 필요한 일입니다. 마음의 여유뿐만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도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바쁜 시간 중에 쓴 글이 이런 글이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몇 자 남겨보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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