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앙요 Apr 09. 2023

발견

(53)

재요에게.


뭔가를 발견한다는 건 꽤 두근거리는 일인 것 같아. 반가운 것이든, 원하지 않던 것이든, 큰 감흥은 없는 것이든 새롭게 뭔가를 인지하게 된다는 건 당황스러운 상황이니까.


그리고 아마 많은 경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찰'이 필요할 테니 내가 발견하게 되는 건 평소에 내가 어떤 것들에 더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아. 잠깐 생각해 봤을 때 내가 가장 많이 관찰하는 건 '나', 그다음으로는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겠다. 그 말은 곧,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발견'을 가장 많이 한다는 뜻이네.  


'나'에 대해 많이 관찰하는 건 글쎄, 그냥 나는 나한테 관심이 많고 늘 나를 조금 더 잘 알아주고 싶어 해서야.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는 나고, 내 뜻대로 되는 건 얼마 없는 이 어려운 세상에서 그나마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대상도 나니까. 사실 나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유의 깊게 보는 것도, 한 절반 정도는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야. 달리 말하면 눈치를 보는 걸 수도 있고. 반대로 나와 연결되는 지점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 혹은 별로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무관심한 것도 이런 맥락이지.


한편,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는 나머지 절반의 이유는 가능한 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야. 사람마다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지키고 싶은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하고, 적어도 상대를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공 들여 파악하게 되고, 그들에게서 보고 듣고 느낀 건 다른 지식과 정보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아있더라. 하나의 장면이나 대화로 이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 전체적인 사람 자체를 관통해서 들여다보고 싶어 하곤 해.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다양해서 그런가 봐. 표정이나 행동, 감정과 태도, 취향 혹은 성향, 성격과 외모까지. 게다가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너무도 달라지는 입체적인 존재라서 그저 몇 번의 관찰에서 나온 몇 개의 발견으로 끝나지 않아. 내 삶이, 내가 맺고 있는 관계가 지속되는 한 매 순간 무언가를 발견하겠지.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일은 단순히 내가 적당한 사회생활(?)을 하며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차원의 부담이라기보다는, 전혀 그럴 의지가 없더라도 너무나 당연하게 그 상대를 관찰하고 발견해 가는 데에 상당한 에너지를 들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신중함일 수도 있겠어.


어제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와는 또 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너를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껴. 다음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2023.04.09.

기요.

작가의 이전글 러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