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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요에게.
글쎄. 아무리 노력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방식이자, 반대로 아무리 막으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감정의 형태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내가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눈물이 반응하곤 해. 그러다 보니 거꾸로 눈물을 통해 감정을 깨닫게 될 때도 많고.
눈물에 담기는 수많은 감정들을 크게 구분해 보자면, 내 경우에는 화가 나서 눈물이 날 때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슬퍼서 우는 것 같아. 좋아서 울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네. 화가 나서 눈물이 나는 상황은 정말 곤란할 때도 많은데, 화를 표현할 수 없거나 표현해서는 안 되는 순간에 갑자기 눈물이 삐져나와 버리곤 하기 때문이야. 이건 특히나 호르몬의 영향이 있을 때 심해져서 미리 월경 주기를 체크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기도 해.
사실 화나서 흘리는 눈물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라면, 슬퍼서 울 때 나오는 눈물은 꽤나 깊은 영향을 남기곤 해. 우는 정도를 보면서 ‘아, 이게 나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부분이었구나.‘를 발견하고 나면 찬찬히 곱씹어보게 되거든. 엄청나게 분석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종종 나를 훨씬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조금 더 하고 싶은 말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만 줄일게.
다음에는 ‘이불’에 대해 적어줘.
2023.07.16.
기요.
+ 예전에 우리가 한참 대화하다가 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던 적이 있어. 그때 너가 나에게, “이런 상황에서 너가 갑자기 울어버리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라고 말했어. 그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일부러 우는 것이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너가 내 눈물을 드러낼 수 없는 상대인 것도 아니니까 뭔가 마음이 어렵더라고. 당시에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다른 주제가 있어서 미처 얘기하지 못했기에 뒤늦게 너의 말에 답할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너보다 더 자주 우는 편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 눈물은 너에게 내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냥 몸에서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의 산물인 걸. 그러니 이렇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해 버렸을 때는 그 이유를 잘 설명해 보도록 노력할게. 바로 하기는 어렵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덧붙여볼게. 과정이 어떻든, 이 수많은 감정의 오르내림을 지나 꿋꿋이 대화를 마무리지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