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산야는 나의 번아웃 해독제
내 방 문고리를 잡고 털썩 주저 앉았다. 문 밖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고 숨을 크게 마시고 내쉬었다. 방 안에 괴물이라도 있는 것 처럼 들어가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 괴물은 다름아닌 번아웃이라는 괴물이다. 코로나로 3년 째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 방에는 어느새 괴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눈을 떠 잠들 때까지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일, 회신을 기다리는 메신저창과 메일함의 끝없는 알람,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없어진 일상으로 마음의 탈진이 시작됐다. 재미도 의미도 없는 일을 책임감 하나로 버티기를 1년,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하루하루 해야하는 일들을 쳐내기 바빴던 어느날, 격투기 선수 아데산야의 챔피언 우승 영상이 번아웃 해독제가 되어주었다. 땀과 눈물이 뒤섞인 아데산야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 “여러분 모두가 나처럼 이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단 한번이라도요. 근데 그거 알아요? 이정도 행복은 도전하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어요. 여러분을 넘어뜨리고, 목을 조일 때 주저앉아 있으면 절대 이룰 수 없어요. Fortify your mind!” 마치 회사라는 링 위에서 펀치를 맞고 목이 조여 케이오 당히기 직전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링 위에 오를 때 죽을 각오로 임한다고 했다. 그 각오와 링 밖에서의 훈련이 더해져 우승을 거머쥐고는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만큼의 각오와 노력으로 행복을 손에 쥔 적이 있었나? 연이은 평일 야근 후 주말에 즐기는 취미생활과 잠깐의 여행으로 느끼는 행복말고, 아데산야가 말하는 그 행복 말이다.
4번의 이직 끝에 원하는 곳에 입사했다. 원하는 곳이라고 썼지만, 남들의 기준에서 가고싶은 회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이직 성공에 짧은 행복을 느낀 것도 잠시, 타인에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내 인생의 KPI는 내팽겨치고 회사의 KPI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만 고민했다. 그리고 얻은 것은 안정적인 수입과 번아웃이었다.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인정,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평균 이상의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가? 나의 대답은 No.
그래서 잠시 회사생활에 stop 버튼을 눌렀다. 타인에게 맞춰진 기준점을 나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내 영혼이 쾌재를 부르는 것, 아침에 눈 뜨는 것이 신나는 마법을 부리는 것을 찾아 오늘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여 내일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한뼘 더 나이지는 것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중이다. 나의 KPI는 회사 매출이 아니라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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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극복법, 휴직 이후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는 명상 수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