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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 오빠 Oct 08. 2021

아직은 숨이 붙어있는가 보다.....

오랜만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순간을 가지게 된 것이. 그동안 애써 멀어지려고 마음가져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움직이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나날들. 지금 이렇게 용기내어 키보드 위에 손가락들을 언져 놓으며 지긋이 누를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할 따름이다.


최서해의 '탈출기'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간도로 이주한 조선 민중들의 절대고독, 완전분노, 그리고 순수빈곤을 보여준다.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탈출을 꿈꾸어왔다. 사실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이탈해야할 지도 모른채 말이다. 어쩌면 나로부터의 탈출을 꿈꾼 것은 아닐까.


이른 아침부터 대지를 가르고, 전철을 꿰뚫고, 버스를 무디어가며 '녹봉'을 주는 장소에 도착했지만, 이곳을 떠나는 하루라는 기간동안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마음을 전해서도 안되고, 전하는 행위는 곧 죽음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이라고 했던가. 기타 생명체들이 인근에 존재함에도 이 유기체들과 도통 화합할 수 없는 우리라는 존재들은 녹읍지급자들을 위해 억척스럽게도 순종해야 한다.


이렇게라도 이 순간을 벗어버리지 않는다면, 내일 또 다시 맞이하게 될 수많은 탈출기도가 처연해질 것 같아서 미칠 지경이다. 과연 나와 너는 살아있기나 한 것일까. 눈도 뜨고, 귀도 들리고, 코로도 숨쉬고 있지만 이같은 존재함이 실존에 이를 수 있을까. 야만과 원시에서 실존을 끄집어낸 까뮈와 정결함과 고귀함에서 실존을 찾아낸 사르트르. 끝내 그들은 화합하지 못했고 정신적 타협을 해내지 못했다.


후회는 없다. 결고 후회는 아니한다. 결단의 순간에 도달하면 사념없이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궁극의 너에게로 달려 갈 것이다. 대지를 탈출하는 이카루스를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뺨에 큰 숨을 몰아쳐 넣는다. 이렇게 조리고 호흡을 꺼내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은 숨이 붙어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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