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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Apr 23. 2019

Come Short, 간격의 패배

- 흘러나오는 욕을 부여잡고 쓴 에버튼전 리뷰 칼럼

제목 선정에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목 후보군을 먼저 보여드리죠.


1. 맨유의 프리시즌!? 왜 맨유만 프리시즌

2. 세 얼간이, 아니 진짜로. 농담 아니야.

3. xxxxxxxxxxxxxxxx(심한말 심한말)


# 정신력, 집중력, 멘탈리티

  

  일단 선수들의 정신력과 집중력 이를 포괄하는 멘탈리티의 문제가 커보였습니다. 선수들이 도통 집중을 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으며 움직임이 둔했죠. 이 요인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분석이 아니니까요. 오늘은 좀 분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수 많은 제목 후보 중 가장 '분석적인'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 선수 탓? 냉정히 전술적 패배


  선수들의 멘탈리티는 심각했기 때문에 이미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냉정히 봤을 때, 전술적으론 괜찮았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선수들 멘탈리티를 떠나서 이건 전술적으로도 완패인 경기였습니다. 선발 라인업이 공개된 시점에서 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양학용 라인업이니까요. 근데 상대는 최근 강팀 뚜들겨 패고 다니는 구디슨의 에버튼입니다. 에버튼 원정은 예전부터 어려웠고, 심지어 최근 에버튼의 폼도 좋았죠. 이런 팀을 상대로 저런 말도 안되는 선발을 꺼낸다고? 솔직히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일단 이 라인업이 말이 안되는 이유는 '경기를 풀어줄 자원의 부재'. 사실상 3톱인 라인업입니다. 433을 즐겨 쓰는 팀 중에, 공격수 3명을 동시에 넣는 팀이 있을까요? 바르셀로나에는 쿠티뉴나 메시라는 플레이메이커를 겸하는 선수가 존재하고, 첼시에는 아자르가 있으며, 리버풀에는 제로톱 피르미누가 있습니다. 433의 전방 3명에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없는 선수로만 배치를 할 경우 전방보다 후방에서 경기를 엄청 잘 풀어줘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전방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해주고, 이를 통해 후방이 느낄 압박감을 줄여줘야하죠. 그러나 위 3명은 그런 플레이를 못보여줬습니다. 루카쿠-마샬-래쉬포드는 진짜 확언할 수 있습니다. 절대 이 세 선수는 동시에 기용하면 안됩니다.


# 이러나 저러나, 마타와 린가드를 기용하는 이유


  어제 경기가 린가드와 마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에버튼이 공간을 잘 제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또한 상당히 리스크 있는 압박을 가했습니다. 종종 수비라인과 3선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장면을 연출했죠. 이런 공간을 맨유 전방 선수들은 전혀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린가드와 마타는 스탯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들이죠. 이 두 선수가 있었다면, 두 선수는 이렇게 벌어진 공간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조금씩 상대 3선의 시선을 끌었을 겁니다. 이런 움직임이 오프 더 볼이며, 이런 오프 더 볼은 본인들의 후방을 향한 에버튼의 압박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마타와 린가드가 없는 상황에서 마샬이나 래시포드가 Stay wide를 접고, 안으로 들어와줬다면? 순간적이나마 패스 루트가 열립니다. 3선 선수들은 자신의 뒤에 있는 마샬과 래시포드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마샬이나 래시포드는 볼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거기서 결을 살려서 대각선으로 쇄도해도 좋고, 바로 리턴패스를 줘도 좋습니다. 공이 에버튼 3선 배후 공간으로 들어간 타이밍에 순간적으로 맨유 중원 선수들은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위치를 재조정하여 압박을 풀 수 있죠.

  이런 장면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분명 심판이 있는 위치에 공간이 생겼죠. 해당 장면은 린델로프의 판단이 아쉽기도 했지만, 맨유의 양 날개는 지나치게 와이드한 움직임만 보였습니다. 상대 수비진을 와이드하게 벌어지도록 전방을 향한 움직임이 무조건 나쁘진 않지만, 10번이 없는 상황에서 양 윙어가 모두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한 선수는 중원에 생긴 공간을 활용하며 공격 방향을 잡아줘야죠. 그렇게 자신이 비운 자리는 풀백이 올라와주며 조금씩 상대를 가두는 운영을 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장면은 분명 상대 3선과 수비블록의 간격이 좁긴 하지만, 마티치의 앞에 그 어떤 선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고 결국 맨유는 롱볼을 전개할 수 밖에 없게되죠. 아래에 다루겠지만, 맨유는 롱볼에서도 좋지 않은 모습을 연달아 보였습니다. 


  이런 부분이 빌드업 단계에서 전방의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샬-래시포드는 이런 움직임이 너무 안좋은 선수입니다. 루카쿠는 나쁘진 않지만 저는 래시-마샬-루카쿠가 동시 기용되는 경기는 다신 없길 바랍니다. 이들은 볼이 전방에 머문다면 킥과 드리블, 힘으로 뭔가를 만들어 낼 순 있겠으나, 볼이 전방에 도달하는 데 그 어떠한 기여도 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부디 남은 시즌은 마타-린가드 둘 중 한 선수는 선발에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제가 니클라스 페페나 베일과 같은 스코어러보다 산쵸와 같은 플레이메이킹이 되는 선수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린 전방에서 차별화 된 움직임을 가져가주며 팀 전체의 자유도를 높여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 감독의 지시? 최악의 래시포드.


  마샬과 루카쿠도 아쉬움은 있었으나, 래시포드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다만, 이것이 선수의 판단인지, 감독의 지시인지는 알기 힘듭니다. 만약 선수의 판단이었다면 이런 상황을 70분 가까이 방치하지 않았겠죠. 보다 먼저 교체를 시키거나, 감독이 불러서 지시를 했을겁니다. 그럼에도 래시포드는 변화가 없었죠.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뇌피셜이지만 래시포드의 Wide한 포지셔닝은 솔샤르의 지시도 어느정도 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술적으로도 패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래시포드의 히트맵입니다. 사실상 프리킥을 제외하곤 우측 라인에 붙어있었습니다. 실제 경기 화면에서도 그는 유독 터치라인에 머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솔샤르가 어떤 축구를 하려고 하는지 그 색이 전혀 드러나진 않았지만, 래시포드의 이런 히트맵을 봤을 땐, 그가 최대한 Wide하게 벌어지면서 상대 풀백인 루카디뉴의 전진을 막아보려는 생각이 아녔나 싶습니다. 그러나, 래시포드는 공격-수비 모두 완패했고, 솔샤르의 지시였다해도 저런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를 원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래시포드의 포지션은 볼을 받을 수 없는 위치입니다. 그는 차라리 풀백보다 빠르게 안쪽으로 좁혀들어와서 볼을 받아주는게 더 좋죠. 지금 이 사진만 봐도 에버튼의 선수들의 밀도가 보입니다. 일부 사진일지라도 에버튼은 10명의 선수가 다 보이고, 짤린 마샬을 고려해도 맨유는 5명. 간격에서 완벽히 패배한 경기죠.


# 마샬-루카쿠, 투톱 호흡을 끌어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다음 시즌 Plan A는 마샬-루카쿠 투톱의 442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이 경기에서 공격진이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래시포드에 비해 마샬과 루카쿠는 그래도 가능성을 조금 보여줬습니다. 특히 루카쿠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공중볼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죠. 



  해당 지표는 공중볼 경합 승리 횟수입니다. 루카쿠는 이 경기에서 총 10번의 공중볼 경합에 성공하며 양팀 토탈 가장 많은 경합을 따내죠. 그러나 문제는 결국 Come Short, 간격이었습니다. 루카쿠는 이렇게 공중볼 경합을 승리했으나, 맨유는 그 공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두번의 경합에서 루카쿠에 대한 지원이 너무 늦습니다. 공중볼이 아닌 세컨볼을 노린 에버튼의 승리죠. 사실상 윙 포워드들이 풀백에게 묶인 상황에서 루카쿠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의 압박을 홀로 견뎌냈습니다. 묶인 시간도 많았지만, 때로 내려와서 볼을 연계시키는 모습도 보여줬죠. 


  마샬도 이 경기에서 지나치게 볼을 끌고, 잦은 패스 미스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루카쿠와 마샬이 투톱을 이루길 바랍니다. 마샬은 더 이상 왼쪽 윙어로 기용하면 안됩니다. 마샬의 가치는 터치라인 부근이 아닌,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나옵니다. 그는 왼쪽에 치우치기보다 본인이 안쪽으로 들어와서 플레이할 때 결정적인 장면이 훨씬 많이 나옵니다. 


  래시포드보다 비교적 좌측과 중앙이 고른 마샬의 히트맵입니다. 마샬은 자신을 더 이상 윙어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의 슛팅과 패스 감각은 충분히 좋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의 가장 큰 독은 드리블입니다. 그는 볼을 2초 이상 잡을 생각을 버리고 플레이하는 편이 더 좋아보입니다. 



  이 경기에서 마샬은 에버튼 선수들에게 싸먹히는 장면이 유독 많았죠. 맨유 선수들의 서포트가 늦은 부분도 있겠지만, 마샬의 온 더 볼 선호 성향을 알기 때문에 에버튼이 작정하고 달려든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마샬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왔을 떄, 비로소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 되었죠. 루카쿠-마샬-맥토미니-포그바가 가까운 위치로 모였고 (come short) 순간적으로 린델로프에게 패스 루트가 열립니다. 이 때 에버튼 수비진의 간격도 무너지죠. 린델로프의 패스를 포그바가 가볍게 뒤로 쇄도하는 마샬에게 건내줍니다. 이렇듯 마샬이 왼쪽에 머무는 플레이보다 순간적이나마 중앙으로 좁혀들어오며, 루카쿠와 간격을 좁혀 상대 센터백의 마크를 벗겨낼 수 있습니다. 


# 글을 마치며


  결과론적이지만, 첫 교체가 약간 아쉬웠죠. 에버튼의 간격에 맨유 433은 완벽히 무너졌습니다. 솔샤르는 넓은 간격을 의도한 부분도 있어보이지만, 에버튼의 압박에 간격이 예상보다 더 벌어지며 처참히 중원에서 패배했죠. 이럴 땐 차라리 433보다 narrow한 442가 좋습니다. 시메오네의 알레띠처럼 말이죠. 솔샤르도 70분 경 래시포드를 빼고 페레이라를 넣으며 442로 전환을 했으나, 이 판단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이렇게 무기력한 패배까지는 아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ㅎㅎㅎ 앞으로 제 칼럼에 사용될 마스코트 입니다. 

이름은 이 캐릭터를 창조해 준 제 여친이 기르는 반려견 이름을 본따 '앙마' 로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저희 앙마 잘 부탁드려요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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