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수들, 부분별 다른 평가
웨스트햄전 가벼운 리뷰를 작성해보죠. 팬들 사이에서 후기가 조금 갈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만족했던 경기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긴 했으나,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었죠. 최근 칼럼 스타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존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죠.
이러나 저러나, 마타와 린가드가 지난 감독들과 솔샤르 체제에서도 중용되는 이유를 보여준 경기라 생각합니다. 지난 바르셀로나 리뷰에서 전방 움직임의 부재로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맨유의 현 상황을 한 차례 언급했습니다. 이 날 기용된 센터백이 존스-스몰링이고, 왼쪽 풀백 또한 루크 쇼가 아닌 로호였음에도 경기에서 빌드업은 무난히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에는 프레드와 포그바의 헌신도 있겠으나, 전방에서 부지런한 오프 더 볼을 가져간 린가드와 마타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린가드와 마타는 상대 수비블록 틈틈으로 파고들면서 지속적으로 공간과 패스 루트를 창출했습니다. 포그바가 평소보다 한 칸 아래인 볼란테로 기용되었음에도 공격적으로 유기적인 플레이가 지속된 것은 린가드와 마타의 축구지능이 큰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경기에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 또한 린가드와 마타의 동시 기용입니다. 두 선수의 동시 기용으로 공간 창출은 좋았으나, 이를 활용할 선수가 부재했습니다. 두 선수 중 한 선수만 기용되고 나머지 한 자리에 좀 더 직접적인 스코어러가 기용되었다면 더 파괴적인 장면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많이들었죠. 마타나 린가드만 기용되고, 최근 폼이 올라온 맥토미니가 기용되었다면 포그바와 번갈아가며 박스에서 좋은 찬스를 살릴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두 선수의 동시기용으로 창출된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마샬과 루카쿠도 관계가 있긴 하겠으나 상대가 상대적 약팀인 경우에는 두 선수 중 한 명만 기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은 로호를 커버하기 위한 프레드와 포그바의 위치변화였습니다. 로호는 아직 경기감각이 많이 올라온 상황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맨유에서 수비 가담이 가장 안좋은 마샬이 위치했죠. 이를 의식한 솔샤르는 평소와 달리 투 볼란테 체제에서 포그바를 우측으로, 보다 활발한 수비가담을 하는 프레드를 왼쪽으로 기용했습니다. 프레드는 왼쪽 영역을 훌륭하게 커버해줬고, 포그바도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임했습니다. 또한 포그바는 전방에서 볼을 잡는 것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마타와 린가드보다 한 칸 아래에서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볼을 배급하고 자신이 올라가는 포지셔닝으로 공격에 기여했죠. 이 경기는 포그바가 볼란테로 기용되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구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론 포그바의 최적 포지션은 여전히 좌측 메짤라라 생각하지만, 이 경우 포그바의 미끼가 되어줄 10번이 부재하게 됩니다. 오늘 경기에선 마타와 린가드가 포그바의 앞 선에서 훌륭한 미끼가 되었고, 포그바는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죠. 저는 전방에 높게 올라간 포그바보다 좀 더 아래에서 플레이하는 포그바가 더 좋습니다. 뛰어난 활동량을 갖춘 파트너 볼란테와 하드워커 10번이 존재한다면 포그바에게 최적의 포지션은 10번보다는 지난 경기처럼 보다 공격적인 볼란테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추가로 로호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완벽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나 전방을 향한 패스도 준수했고, 무엇보다 압박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전진한 상황에서 상대의 빠른 카운터가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를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플레이를 지연시키는 전술적 움직임을 꾸준히 가져갔습니다.
전술 이행은 좋았으나, 그래도 폼 자체는 아쉬운 장면을 보인 로호입니다. 폼이 좋았을 때도 적극적인 오버래핑보다 한 칸 아래에서 킥으로 공격가담을 하던 로호였죠. 이번 경기에서도 마샬의 뒷공간 활용보단 한 발 물러서서 크로스로 공격을 풀려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어쩌면 상대의 카운터를 의식해서 더 올라가지 못했을 수 있으나 이런 요인 때문에 마샬도 탄력을 받지 못했죠. 존스와 프레드가 충분히 백업을 해주는 상황이었고, 상대는 노련하지만 폼이 많이 떨어진 사발레타였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마샬을 향한 사발레타의 집중력을 떨어트려줄 필요가 있었으나 이를 이행하지는 못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웨스트햄은 마샬이 볼을 잡으면 극단적으로 최대 3명까지 경로를 막아서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이 경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선수는 마샬이었습니다. 마샬에 관한 내용은 아래에서 좀 더 다뤄보죠.
자주 언급하던 내용이지만, 루카쿠는 센터백 사이에서 묶여 있는 Targeter보다 Draft wide한 움직임으로 풀백을 무너트리는 플레이가 더 인상적입니다. 한동안 이런 움직임이 다시 굳어졌죠. 특히 지난 바르셀로나전에선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으며, 이런 움직임을 도와주는 풀백과 미드필더의 부재로 루카쿠의 존재감이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그러나 웨스트햄전에선 달랐죠. 루카쿠는 마타와 린가드의 오프 더 볼을 활용하며 우측면으로 빠지는 Movement를 지속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경기장을 보다 넓게 활용하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측면 활용을 효과적으로 수행했죠. 볼터치와 점프 타이밍은 여전히 아쉽지만, 중앙 지박령에서 벗어나 측면을 적극 활용하는 특유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은 왼쪽 풀백 오버래핑을 적극 활용하는 바르셀로나에게 카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좌측에서 편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래쉬포드나 (뭐.. 크게 가리진 않죠 요샌) 마샬 등 과 좋은 시너지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기가 긍정적인 요인이 충분히 많았음에도, 경기를 끌려다녔다는 느낌을 받는 결정적 이유는 지난 바르셀로나전과는 또 다른 공격진의 부진 때문입니다. 분명 루카쿠가 긍정적인 Movement를 보였고, 마타와 린가드 또한 부지런히 공간을 창출했으나 정작 끝맺음이 확실하진 않았습니다. 여기엔 앞서 언급했듯 로호의 오버래핑 부재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루카쿠와 마샬의 시너지의 아쉬움이 주 요인이었죠. 마타와 린가드가 만들어준 공간을 루카쿠는 우측으로 빠지면서 활용했으나, 이 타이밍에 마샬은 왼쪽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루카쿠의 공백을 마샬이 활용해야하는데 항상 한 템포씩 늦었죠. 그러다보니 루카쿠는 게속 긴 크로스만 올렸습니다. 마샬-린가드-마타는 절대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더 영리하게 짤라 들어가야 하는데, 린가드와 마타는 공간을 만들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마샬은 부지런히 안으로 좁혀 들어왔어야 합니다. 스트라이커가 자리를 비우면 그가 스트라이커가 되야하니까요. 마치 앙리와 호날두처럼 말이죠.
마샬은 본인의 스타일을 보다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왼쪽에 치우친 플레이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시즌 마샬의 결정적인 장면은 대부분 그가 보다 빠르게 중앙에 포지셔닝했을 때 발생했습니다. 마샬의 슛팅 감각은 상당히 좋은 편이죠. 그는 왼쪽 드리블, 온 더 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팀원들이 만들어 준 공간에서 간결한 슛팅을 통한 피니시에 주력하는 편이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마샬 뿐만 아니라 루카쿠도 치명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좋은 움직임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이 선수 자신감이 사라진걸까요? 아니면 아예 도우미로 전향한걸까요? 전 분명 루카쿠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칭찬했고, 중앙에만 머물지 않는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으나, 그래도 그의 본질은 '공격수' 입니다. 그것도 최전방 공격수죠. 지난 맨유의 3경기, 웨스트햄-바르셀로나-울버햄튼 경기에서 맨유는 총 42개의 슛팅을 기록했습니다. 그 경기 중 루카쿠는 단 3개의 슛팅만 기록했습니다. 최전방 공격수인 선수가 3경기 동안 오직 3개의 슛팅만을 기록했죠. 심지어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선 슛팅이 0개였습니다. 3개 중 유효 슛팅은 오직 1개. 맨유 공격진이 전반적으로 유효슛팅이 부족하긴 하지만, 루카쿠는 슛 자체를 잘 안하고 있습니다. 공격수의 탐욕은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도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자신이 슛팅 각도가 나왔다고 판단하면 난사라도 하는 것이 공격수의 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영점을 (조준) 맞춰나가고,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죠. 루카쿠는 너무 슛팅을 아끼고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좋은 찬스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그 또한 리그 10득점 이상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코어러이자 피니셔입니다. 그가 더 욕심내고 더 적극적으로 슛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이 시작하기 전에, 지난 1차전과 웨스트햄전의 리뷰를 업로드하려다보니, 텍스트로만 글이 작성되었습니다. 더 나은 퀄리티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을 포함한 글로 조만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