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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Oct 20. 2019

괴리감, 솔샤르의 유나이티드

- 내가 느끼는 유나이티드는 '괴리감'에 둘러싸여있다.

오랜만의 Brunch 활동입니다. 그 동안 너무 뜸했지요. 50명 남짓한 구독자분들께서 칼럼을 보기 위해 구독을 하셨을텐데, 정작 맨유 축구에 관한 글이 뜸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글은 참 솔직합니다. 잠시 쉬면 그 감을 잃고 방황하더군요. 그걸 꾸준히 이어가다보면 어느샌가 꽤 좋은 글이 술술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아마 꽤 힘들겠죠 ㅎㅁㅎ 그래도 나름 진솔하게 제 생각을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유나이티드에게 힘든 시간입니다. 팬들도 지쳐가고 있죠. 오늘은 객관적 지표가 조금 들어가긴해도 사실상 주관적인 해석이 강한 칼럼을 가져왔습니다. 언제나 제가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다른 의견으로부터 더 배움을 청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괴리감' 이란 단어로 유나이티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괴리감이란 사전적 의미로 '서로 어긋나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끼는 마음' 입니다.


전 한 명의 팬으로서, 그리고 그들을 나름의 분석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입장으로서 앞서 말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세가지 괴리감, 함께 살펴보시죠.


# 사라진 유동적 전술, 경직된 솔샤르

솔샤르 감독에 대해 여러번 말할 때 마다, 그의 색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퍼거슨 감독 또한 그 색채가 명확한 감독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펩이 점유를, 무리뉴가 수비와 전환을, 클롭이 강한 압박을 중시한 것에 비해 퍼거슨은 전술적 색이 명확한 감독은 아녔습니다.


대신 상황에 따라 변화를 가져가는데 두려움이 없었고, 선수에게 디테일한 주문으로 같은 전술로도 사뭇 다른 상황을 연출해내는 여우같은 감독이였죠. 지난 시즌 솔샤르 매직 당시의 솔샤르 감독도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Plan A는 포그바의 공격 관여를 더 높인 [4-2-3-1]과 [4-3-3]을 혼용하였으나, 상대에 따라 [4-3-3 False 9] , [Diamond 4-4-2], Back 3 전술 등을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상대의 전술 변화에 따라 경기중에도 포메이션을 변화하는 유동성을 보여줬던 부분이죠. 기본적으로 최근 트렌드처럼 강하게 압박하고, 빠르게 전환하는 축구를 지향하면서도 상대에 따라 점유를 내주더라도 지키고 빠르게 역습을 하는 축구 또한 보여주며 실리적인 선택도 종종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제 이런 솔샤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극 후반 승부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4-2-3-1] Plan A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상대의 전술에 대응한 특별한 지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기력이 떨어진 시점에서 자신들이 가장 열심히 준비한 전술을 계속 시도하며 감을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답답한 경기력이 반복되는 시점에서 변화조차 주지 않는 모습은 지난시즌 솔샤르와는 느낌이 지나치게 다릅니다.


단순히 전술 변화 뿐만 아니라, 승부를 띄우기 위한 교체 타이밍 / 승부수 타이밍 또한 한 템포씩 늦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유동적인 전술로 상대의 허를 찌르던 솔샤르, 현재는 외골수가 되어버린 모습이 제가 느낀 첫번째 괴리감입니다.


# 폭발했던 득점력, 허나 현재는


부임 초기, 엄청난 득점을 뽐내며 오랜만에 맨유팬들에게 진정한 '다득점'을 보여주던 솔샤르. 단순히 득점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공격수들의 폼이 확 상승했고 래쉬포드는 드디어 각성을 했다는 느낌도 받았었습니다. 특히 토트넘전에서 보여준 깔끔한 득점에서 우린 열광했었죠.


18-19 시즌 토트넘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는 래쉬포드. (출처 : The Sun / Sky sprots)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루카쿠도 슈퍼 서브처럼 교체 투입으로 득점포를 가동했고  팬들은 '이러다 애물단지 산체즈도 살려낼 수 있을 거 같다.' 며 기대를 모았습니다. 1실점씩 하며 클린시트를 하지 못하는 수비진이 걱정이었지, 득점력에 대한 걱정은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달콤한 득점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솔샤르 정식감독 선임 후, 공격진의 극도의 부진이 시작되었죠.


아래 표는 솔샤르 정식감독 선임 전-후의 데이터입니다. <후> 데이터에는 18/19 시즌 말미에서부터 현재 (19/20) 까지의 데이터를 합친 내용입니다.



경기당 득점이 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2.23 → 1.0) 무득점 경기 횟수도 늘어났으며, 다득점 경기도 정식 감독 선임 후에 고작 3경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은 데이터가 우리에게 괴리감을 주죠.  선임 전엔 13경기 동안 최대 39승점 중 34점을 획득하는 (비율상 87%)  기염을 토했으나, 선임 이후엔 경기수가 3경기나 많은 16경기를 치뤘지만 딱 절반인 승점 17점을 획득하는데 그쳤습니다. (최대 48승점 중 17점, 비율상 35% 남짓)


분명 전반적인 경기력 문제도 있겠으며, 이번 시즌 린델로프가 결정적 실수 2차례로 경기를 그르치기도 하며 수비진 또한 질타를 받았죠. 그러나 놀랍게도 현재 유나이티드는 리그에서 최소 실점  공동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8경기 8실점, 경기당 1실점)

(이미지 출처 ; The Sun)

반면 득점은 리그 13위로 8경기 동안 9득점에 그쳤습니다. 현재 리그 득점 팀순위 1위인 맨시티는 27득점으로 맨유보다 3배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개인 순위 1위인 세르히오 아게로와 타미 아브라함은 8골을 넣었죠. 공격력만큼은 화끈하던 유나이티드, 그치만 이제 그 자취를 감췄습니다.


단순히 수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공격 전개가 전혀 되지 않으며, 공격 시 세부전술 또한 찾아보기 어렵죠. 거기에 단순히 래쉬포드와 제임스의 주력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솔샤르의 전술은 이 두 선수를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거의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으며, 팀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공격시 무책임한 롱볼 때문에 스프린트를 반복하고,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으로 부딪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죠. 웨스트햄전에서 래쉬포드가 쓰러졌을 때, 드디어 올 게 왔다고 느꼈습니다.

경미했었지만, 언제 큰 부상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맨유 경기를 볼 때, 래쉬포드가 퍼질까봐 조마조마한 경기가 있습니다. 래쉬포드는 반 할 체제에서 주전급 공격수가 모두 이탈했을 때 데뷔했고, 이후 빡센 일정에서도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무리뉴 첫 시즌에도 즐라탄이 장기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컵-리그를 사실상 로테이션 없이 소화했죠. 지난 시즌에는 잔부상이 있는 상태임에도 시즌 후반을 소화했었습니다. 이 선수는 경미한 부상 혹은 지치면 폼이 확 떨어진게 보입니다. 좀 더 섬세하게 관리해주면 보다 성장할 수 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 생각하는데 솔샤르는 공격수가 갈려나가는 축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격진의 부상때문에 로테이션을 할 수 없다는 건 개인적으로 핑계라 생각합니다. 전술에 따라 공격수의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막무가내 롱볼 역습을 줄이고, 보다 공을 소유하는 방식이나 역습을 하더라도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마샬이 돌아오긴 하지만, 앞으로 일정이 더 힘들면 힘들지, 수월하진 않을겁니다. 이런 방식의 축구를 계속 공격진이 버틸 수 있을까요?


공격진에 대한 케어에 의문점이 달리는 '공격수' 출신 감독에게 번째 괴리감을 느낍니다.


# 라인업과 어울리지 않는 축구


마지막, 라인업과  In Play의 괴리감입니다. 라인업에 따라, 포메이션에 따라 정해진 플레이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11명의 구성으로도 매번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극단적인 케이스에서 우린 라인업을 보고서 컨셉정도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 스쿼드로 예를 들겠습니다.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었는데, 요렌테 원톱의 라인업이 발표되었습니다. 확언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라인업에서 우린 암묵적으로 "아 타겟터 요렌테를 활용한 포스트플레이를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죠. 요렌테를 선발로 기용했으면서 요렌테가 상대 뒤공간으로 쇄도하는 플레이를 주문할거란 기대감이 들지는 않죠.


이번엔 요렌테가 아니라 루카스 모우라가 원톱으로 기용되었다는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 예상은 되지만, 적어도 '모우라를 향한 크로스 위주의 플레이'를 예상하지는 않을겁니다.


현재의 맨유는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최근 맨유를 보면 라인업과 In play가 매칭이 되지 않는 경기가 꽤 있습니다. 부상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러면 다시 첫번째 괴리감으로 돌아가겠죠. 실종된 전술의 유동성..



vs West Ham Line-up (출처 : Sky sports)

위 사진은 문제의 라인업입니다. 이 라인업은 최근 축구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중원의 전진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라인업이죠. 마티치- 맥토미니- 마타로 이뤄진 중원은 속도가 매우 딸리며, 볼을 직접 운반하는 능력이 아주 부족한 중원 구성이죠. 마타는 중원을 누비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는 이제 터치 한 번, 패스 한 번, 팀원들을 위한 무브먼트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죠. 그는 Zone 14 (흔히 10번들이 활동하는 위치) 에서 볼을 잡았을 때 위력적이지, 그 아래에서 잡았을 땐 혼자의 힘으로 템포를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선수입니다.


이제 마타가 온전히 1인분을 하기 위해선 그가 '볼을 잡는 위치' 가 윗선이어야 하며, 그만큼 후방에서 볼을 전방으로 수월하게 배급을 해줘야 하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 라인업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려면 마타가 이미 윗선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황, 즉 전체적으로 라인을 높이 올릴 수 있으며 상대를 가둬놓고 공략할 수 있는 상황일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라인업입니다.


한가지 예외적인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건 마타를 대신해서 순간적으로 10번처럼 올라갈 수 있는 선수의 유무이죠.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맨유에서 10번 롤을 맡는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이러한 롤을 부여받습니다. 자신이 진짜 10번이 아닌, 가짜 10번으로서 수비를 흔드는 것. '가짜 10번'의 활동으로 생긴 공간(Zone 14)을 쓰는 선수가 바로 포그바죠. 어쨌든 마타가 기용된 시점에서 맨유에겐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를 가둬놓고 공략하던가, 마타를 대신해 3선의 한 선수가 높게 전진하거나.


하지만 이는 일어나지 않았죠. 맨유의 3선 맥토미니와 마티치는 후방에 꽤 볼을 잘 다루는 린델로프와 매과이어가 전진할 틈을 만들어주지도 못했고, 본인들이 직접 볼을 운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그 두 조합은 발이 무거웠죠. 마타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줬을 때, 마타 앞에 20m 이상의 공간이 열렸지만 마타는 이 공간을 혼자 뛰기엔 기동성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3선의 두 선수를 비롯한 전방의 제임스 - 래쉬포드 -페레이라 또한 마타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 그저 앞을 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소유권을 내주게 되죠. 이후 맨유는 중앙이 아닌 측면 풀백을 통한 돌파구를 찾아보지만, 래쉬포드는 상대 센터백 둘을 홀로 상대해야했고, 마타 또한 데클란 라이스와 마크 노블에게 완전히 지워지며 무의미한 롱패스-크로스만 난무하며 패배했죠.


이 경기에서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런 코멘트를 했습니다.

" 이 라인업은 (맨유) 상당히 클래시컬한 4-4-2 같다. 중원에서 좌-우로 볼을 돌리고, 크로스를 올리는 되게 옛날 축구를 보는 거 같다."


크로스 전술을 구사하기에 래쉬포드는 타겟터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경기가 진행된 이유는 중원이 기동성과 볼 전개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반강제로 측면으로만 볼을 보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롱패스와 크로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래쉬포드와 다니엘 제임스만 갈려나갔습니다. 그들은 스프린트를 반복하며 상대와 경합했지만, 그 둘의 속도에 맞춰서 함께 올라와 준 선수는 없었죠. 래쉬포드는 부상으로 교체 아웃이 되고 우린 '스트라이커 린가드' 라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상과 폼의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날 별도의 인터뷰가 없었기에 팩트 체크는 불가하지만, 진짜 웨스트햄을 상대로 가둬놓고 플레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최소한 [마티치 - 맥토미니 - 마타 ] 중 한 선수는 빼고 유나이티드에서 그나마 전진 드리블로 볼을 전개할 수 있는 프레드/ 린가드를 기용하는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린가드도 폼이 떨어진 모습이라 할지라도, 한 선수만큼은 기동성을 갖춘 선수를 기용했어야 중원의 답답함을 풀 수 있었겠죠.


만약 프레드와 린가드가 선발로 뛸 폼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페레이라를 10번으로 기용하는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또한 소유권을 잃는 장면을 보이긴 하지만, 마타보다는 볼을 전개시킬 수 있는 선수이며 마타를 기존의 False Winger 처럼 활용한다면 보다 좁은 간격의 중원 구성으로 보다 볼 소유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위 얘기는 분명 결과론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얘기를 언급하는 것은, 그 느린 선수들로는 중원을 횡단할 수 없음에도 이에 대한 방안이 없었다는 것, 이미 필드에 있는 페레이라를 통해 사소한 변화를 줄 수 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부분, 나아가 선수들의 개성조차도 결여된 라인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이행해내는 선수가 최고의 선수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에겐 역량으로 해낼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죠.


선수 한 두명이 못한다면, 선수를 질책할 수 있겠지만 팀 전체의 퍼포먼스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감독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이 세가지 괴리감, 솔샤르는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요?


# 글을 마치며


오랜만의 칼럼입니다. 준비는 꽤 오래전에 시작했으나, 일정이 꼬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글을 쓰다보니 더욱 오래걸렸네요. 해당 글은 새로 장만한 Galaxy Tab 6로 작성했는데, 좀 더 손에 익으면 꽤 좋은 장비가 될 거 같습니다. 글 2개 정도를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본문에서 잠깐 다뤘던 10번에 대하여, 나머지 하나는 19/20 시즌 1분기를 돌아보며 솔샤르의 리빌딩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해볼 생각입니다.


보다 꾸준하게, 주기적으로 인사드릴 수 있는 이혁렬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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