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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Dec 03. 2019

솔샤르, 간격을 깨우치다.

-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아가고 있다.

시즌 초, 암담한 경기력의 유나이티드가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 최약체인 본머스전 패배와 얼마전 아스타나전 패배는 '반등' 이란 표현을 쓰기엔 어색하지만, 리버풀전 전 /후로 봤을 때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죠.


- 리버풀전 이전 시즌 기록 : 11경기 3승 5무 3패 /11득점    9실점

- 리버풀전 이후 시즌 기록 :    9경기 5승 2무 2패 /17득점 10실점


개막전 첫 경기에서 첼시 상대로 4:0 승리를 했음을 고려한다면 시즌 초반 득점력이 처참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첼시전 제외 10경기 7득점). 해당 기간동안 무득점 경기는 3경기나 있었으며, 멀티득점 (2득점 이상)은 첼시전 밖에 없을정도로 암울한 화력을 보였죠.


리버풀전 이후 9경기에서는 어떨까요? 9경기 동안 17득점을 성공시키며 경기당 약 1.9점의 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전 이전 11경기에 비해 약 2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죠. 9경기 중 5경기에서 멀티득점을 성공했으며, 그 중 4경기가 3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세필드, 노리치, 파르티잔, 브라이튼전). 또한 무득점 경기는 본머스전이 유일하죠.


여전히 더 높은 화력을 보여줄 필요는 있겠지만 분명 공격력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신기한 부분은 , 사실상 지난 시즌 솔샤르 임시감독 시기에 공격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던 포그바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화력이 폭발했다는 부분입니다. 분명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저는 솔샤르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를 깨우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반등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솔샤르의 깨우침, '간격'을 한 번 얘기해보죠.


# 간격, 내가 가장 다루기 껄끄러운 것.



지난 시즌 막바지에 제가 '간격' 을 유독 강조한 두개의 칼럼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읽어보시면 좋을듯 하네요. 링크는 아래에 바로 남겨두겠습니다.




링크 1 : https://brunch.co.kr/@king978/29

링크 2 : https://brunch.co.kr/@king978/37



위 두 경기는 솔샤르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습니다. 먼저 왓포드전은 솔샤르 정식 감독 부임 첫 경기로, 우여곡절 끝에 승리는 쟁취했지만 졸전 그 자체의 경기였으며, 그의 마법이 사라지기 시작한 경기였습니다. 당시 유나이티드는 포그바를 비롯한 전방의 선수들이 수비 가담에서 멍때리는 장면과, 포지셔닝 미스로 왓포드에게 하루 종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수간의 간격 조절, 즉 채널 컨트롤 부분에서 상대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줬죠.


두번째 경기는 그런 솔샤르의 하락세에 방점을 찍은 경기였습니다. 대참사 그 자체, 에버튼에게 4:0으로 무너진 경기였죠. 이 경기는 간격의 문제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났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제목을 'Come Short' 로 선정했었죠. 이 경기에서 공격진의 불협화음이 제대로 나왔습니다. 공-수 간격/ 3선과 수비진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며 효과적인 빌드업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루카쿠를 향한 롱볼을 전개했는데, 선수간의 간격이 벌어진 상황에서 루카쿠가 장악한 제공권의 세컨볼은 모두 에버튼이 가져갔죠. (루카쿠는 이 경기에서 총 10회의 공중볼 경합에 성공했습니다. 양 팀 최다) 스트라이커가 이 정도로 공중볼을 따냈음에도, 다른 선수들의 백업이 늦어서 볼 소유를 지속적으로 내줬고, 간격이 통제되지 않다보니 수비시에도 상대에 비해 수적 열세에 시달렸죠.


결국 경기는 일방적으로 휘둘리며 4:0 패배, 솔샤르 매직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보여준 대표적 경기였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경기가 진짜 답도 없이 안풀리고뭔가 선수들도 되게 버거워보이고 평소처럼 되지 않는 느낌일 때 경기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간격'의 통제권을 상대에게 내줬을 때 그렇더군요. 이건 진짜 개인적인 생각일 뿐, 팩트는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다른 요인들도 꽤 많겠죠. 하지만 상대의 압박 대형과 특정 선수의 시프트로 인해 우리가 플레이하고 싶은 간격에 태클이 걸린다면? 빌드업부터 한 단계 넘어간 이후의 공격작업 및 전환까지도 흐름이 뚝뚝 끊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제 경험과 주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맨유 경기를 보다가 진짜 고구마처럼 답답할 땐 우리팀과 상대팀의 간격을 유심히 보게 되더군요. 전문적인 툴이 있어서 피치위 선수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간격의 너비/길이를 체크할 수 있다면 분석이 용이하겠지만 주어진 중계영상만으로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격' 에 관해선 깊게 다루는 것을 개인적으론 꺼려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께 경기가 답답해보이면 간격을 유심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 리버풀전 전/후 개선된 것이 바로 간격이다.


글 자체가 참 빌드업을 충실히 했네요. 결국 제가 오늘 용기내서 다루는 것은 간격입니다. 진짜 건드리기 싫은 영역이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기에 여러분에게도 소개해드립니다. 솔샤르는 결국 간격의 문제를 해결했고, 이 해결을 통해 팀 성적 또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몇 차례 빌드업에 관한 글을 다룰 때, 맨유 빌드업의 문제는 볼을 못다루는 센터백보단, 전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소극적인 공격진의 문제가 더 크다는 의견을 꽤 자주 어필했습니다. 


https://brunch.co.kr/@king978/6


실제로 우린 꽤 공을 잘 다루고, 빌드업에 뛰어난 센터백 매과이어를 데려왔음에도 시즌 초반에 그의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었죠. 매과이어가 전방에 볼 배급을 효과적으로 하는 건, 언제나 경기 막바지였습니다. 상대 선수가 압박의 강도를 낮췄을 때죠. 이 때 매과이어를 향한 압박만이 풀린 것이 아니라, 2선에서 움직여주는 선수에 대한 압박도 풀렸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맨유의 빌드업은 10번으로 기용되는 마타와 린가드에 대한 의존도가 꽤 컸습니다. 그 둘은 공간을 이해하고, 성실히 뛰는 대표적인 선수들로 그들의 오프 더 볼을 통해 후방 자원들에게 볼을 전진시킬 공간이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의 매과이어는 어떤가요? 그는 이제 경기 후반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빌드업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영입이 있던 것도 아니고, 포메이션에 변화가 생긴것도 아닙니다. 선발 라인업도 포그바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하죠. 차이는 딱 하나, 전방과 후방의 간격을 좁힌 부분입니다. 


먼저 시즌 초반, 벌어진 간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해당 경기는 크리스탈팰리스와의 리그경기입니다. 2:1로 맨유가 패배했던 경기죠.

시 선발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 4-2-3-1 / 데 헤아 _ 완 비사카 - 린델로프 - 매과이어 - 루크 쇼 _ 포그바 - 맥토미니 _ 제임스 - 린가드 - 래쉬포드 _ 마샬]


경기 초반 빌드업 과정입니다. 루크 쇼가 높게 전진하고, 맥토미니가 그 공간을 커버하는 형태로 빌드업을 진행했죠. 이 때, 3선과 센터백의 간격은 좁으나, 그 윗 라인과의 간격이 꽤 벌어져있씁니다. 또한 2선 및 최전방 선수들이 간격을 좁혀주지 않은 것을 넘어서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 간에도 벌어진 공간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죠. 포그바가 사선으로 빠르게 대쉬하거나, 린가드 혹은 마샬이 내려와서 크리스탈 팰리스의 최전방과 중원 사이의 간격으로 (빗금친 부분) 들어갔다면 한결 수월하게 빌드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도 전방 자원 중 린가드만 후방으로 내려와준 모습입니다. 린가드가 내려오면서 상대 선수의 시선을 끌어주면서 동시에 우측 날개인 제임스도 함께 내려와 빗금친 영역으로 들어갔다면? 린델로프에게 린가드와 제임스 양 쪽의 전진패스 선택지가 생겼겠죠. 하지만 포그바- 맥토미니- 린가드 모두 중앙 / 좌측에 치우쳐있고, 린델로프 전방에는 약 40m 넘어에서 센터백 라인과 나란히 위치한 마샬밖에 없었습니다. 린델로프는 마샬의 쇄도를 믿고 롱볼로 전개했죠. 사실 이 타이밍에 린델로프에게 선택지는 안정적으로 매과이어나 완비사카에게 건네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전방에서 좀 만 함께 내려오며 간격을 좁혀주면 서로 주고 받으며 전진할 타이밍이 생기겠지만, 이전의 맨유는 이를 이행하지 못했죠.


이런 부분이 최근엔 꽤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마샬이 각성했던 경기, 브라이튼과의 리그 경기입니다.


당시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4-2-3-1 / 데 헤아_ 완 비사카 - 린델로프 - 매과이어 - 브랜든 _ 맥토미니 - 프레드 _ 제임스 - 페레이라 - 래쉬포드 _ 마샬]


부상인 루크 쇼와 포그바를 프레드와 브랜든이 대체했으며, 페레이라가 린가드 대신 들어온 상황, 포메이션은 시즌 Plan A인 4-2-3-1 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빌드업의 수준은 확연히 달랐죠.



음... 그냥 다음번엔 Powerpoint 로 작업하겠습니다. 영.. 퀄이 컴터로 넘어오니까 더 별로네요. 이번에만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대략적으로 보셔도 알겠지만 포백 라인 - 3선 - 2선 의 간격이 상당히 좁혀져있습니다. 특히 이 경기에서 마샬과 페레이라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죠. 마샬은 이 경기에서 공격 전개시 래쉬포드보다 더 내려오며 상대 시선을 끌어주었고, 이는 빌드업에서 큰 강점이 되는 것과 동시에 래쉬포드에게 쇄도할 공간을 만들어줬습니다. 



위의 사진보다 더 후방에서 빌드업 작업을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 또한 포백라인과 3선 그리고 2선의 간격이 크리스탈팰리스전에 비해 촘촘함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선-선 의 간격만 살폈을 때도, 팀이 보다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격은 라인과 라인만을 의미하진 않죠. 점과 점 사이 또한 간격입니다. 즉 선수와 선수의 간격을 살폈을 때, 솔샤르가 얼마나 빌드업 과정에서 개선을 해냈는지를 볼 수 있죠. 동일한 사진을 이제 선수와 선수의 관점에서 체크해보겠습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전 선수들을 선으로 연결한 모습입니다. 빌드업 단계에서 최근 트렌드는 사각형을 구성하는 것이죠. 최소한 2곳의 패스 루트를 확보하고, 한 선수의 오프 더 볼로 최대 3명까지 패스 루트를 확보하는 형태가 빌드업 및 페네트레이션 단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는 빌드업에도 좋지만, 페네트레이션 단계에서 상대에게 볼을 빼았겼을 때, 이미 형성된 그물을 바탕으로 빠르게 압박하여 다시 볼을 탈환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용이합니다.




위 사진에선 린델로프- 매과이어-포그바 이외의 삼각형 구도는 나오지 않죠. 굳이 연결하면 린가드 - 포그바 - 매과이어도 가능이야 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사각형 구도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빌드업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한 최소한의 옵션도 제공되지 않았고, 결국 린델로프가 홀로 빌드업을 해결하는 방식밖에 없죠. 단독 전진 드리블 혹은 롱패스. 이미 상대가 블록을 형성했기 때문에 린델로프는 롱패스를 시도했고, 턴은 상대에게 넘어가고 맙니다. 


위 사진도 동일한 사진이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수간의 간격이 어설픕니다. 점선이 아닌 실선으로 봤을 때, 삼각형이 도저히 형성되지 않죠. 제가 위에서 말했듯, 2선의 한 선수가 추가적으로 내려와줬다면? 지금 체크한 것 처럼 린가드가 [?]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가정하에 무려 4개의 삼각형이 형성되고, [매과이어 - 포그바 - 맥토미니 - 린가드] / [매과이어 - 맥토미니 - 린가드 - 루크 쇼] / [맥토미니 - 린가드 - 루크 쇼 - 래쉬포드] 총 3개의 사각형도 형성됩니다. 즉, 볼을 전진시키기 위한 빌드업 수단이 기하 급수적으로 상승한다고 볼 수 있죠. 


화면에서 보실 수 있듯이, 린가드는 절대 뛰는 모션이 아닙니다. 발이 붙어있죠. 그가 뛰는 모션이라도 취했다면, 1~2초 뒤에 유기적으로 형성된 빌드업 구도를 희망하겠지만, 현 단계에선 또 빌드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그럼 이제 브라이튼 전의 빌드업을 살펴볼까요?


딱 봐도 차이가 보이죠? 프레드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수 많은 삼각형을 형성했습니다. 브라이튼도 꽤 골목 골목에 효과적으로 선수를 배치하여 압박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으나, 프레드와 매과이어가 조금만 움직여주면 브랜든이 공을 건내줄 공간은 충분히 생기고, 이후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수월하게 빌드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환경이죠.


이를 색깔별로 사각형을 구성해봤습니다. 사진처럼 청록색은 유효한 사각형이 되기 위해선 페레이라나 볼을 소유한 브랜든이 움직여주긴 해야합니다. 그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브랜든을 꼭지점으로 2개의 사각형 (파랑/ 보라) 이 형성되었고, 그 후속 사각형 또한 (주황/노랑) 준비되어있죠.


역시 같은 브라이튼전 비교 사진입니다. 린델로프가 다니엘 제임스에게 볼을 주는 상황이죠. 볼을 받을 제임스를 중심으로 이미 3개의 삼각형이 있으며, 페레이라-완 비사카 - 린델로프도 그 아래에 삼각형을 하나 더 구축했습니다. 아까 린가드와 달리 프레드는 사선으로 열심히 뛰는 모습이죠. 꼭 그가 저 포인트로 간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방향을 봤을 때, 그는 맥토미니와 페레이라의 등을 지켜줄 수 있으며, 중앙으로의 활로를 열 수 있는 해당 포인트로 이동함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각형도 예쁘고 다양하게 형성되죠. 프레드 합류하에 노란색 사각형은 약간 비약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최소 3개의 사각형을 구축하며 스무스한 빌드업 / 공격 작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선수간의 간격이 컨트롤 되고, 이를 위해 2선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준 결과 보다 안정적인 볼 배급이 가능하고, 설령 턴오버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구축된 그물을 통해 상대에게 더 빠른 압박으로 볼을 재탈취 할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제임스 - 래쉬포드를 보유한 입장에서 상대의 무게중심이 순간 공격으로 치우친 시점에서 맨유가 다시 볼을 탈환해 숏 카운터를 시도한다면, 상대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솔샤르는 간격을 조금 깨우치기 시작했고, 본인들만의 간격을 유지하며 빌드업의 안정감을 가져갔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전 솔샤르가 꾸준함을 보이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발전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솔샤르는 좀 더 꾸준한 팀을 만들 필요가 있고, 이후엔 한 단계 더 나아간 '간격' 을 다룰 수 있는 감독이 되어야겠죠.


결국 현대 축구 감독들이 지공시 가장 원하는 구도는 [2-3-5] 혹은 [3-2-5] 형태입니다. 전방에 포백으로 이뤄진 상대 수비 사이사이에 선수들이 들어가며 전방에만 5명의 선수가 포진된 구도. 그 뒤를 홀딩 + 중앙 미드필더 혹은 홀딩 + 인버티드 풀백이 받쳐주며 볼을 계속 배급해주는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죠. 이미 클롭과 펩은 이러한 구도를 만드는 데 능숙한 감독이며, 풀백의 활용에 차이가 있을 뿐 두 감독 모두 기본 5명에 경우에 따라 가세하는 +1명으로 상대 그물 수비를 허무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펩과 클롭은 보다 치명적으로 볼을 탈취하는 구도 또한 간격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죠. 솔샤르가 발전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여전히 아쉬움이 크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발전 없는 감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조금은 응원은 해주고 싶네요.


# 첨언, 아스톤빌라전에 관해


이 글을 다 쓰고, 아스톤빌라전 경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싫어서 가능하면 경기와 칼럼 게시 타이밍은 엇갈리게 하려고 하는데... 솔샤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저는 방금 솔샤르를 조금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참 글 올리기 뻘줌한 타이밍입니다.


그럼에도 제 할 말은 해야겠죠. 솔샤르가 책임이 없다? 절대 아닙니다. 어쨌든 감독이기에 매 순간 100% 전적으로 감독 잘못은 아닐지라도, 감독 책임이 0%인 경우도 없죠. 하지만 이번 AV전은 감독만의 문제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아래 사진을 조금 첨부하죠. 아래 세장의 사진들은 모두 지난 AV전 경기입니다. 주도권을 많이 내줬고, 서로가 체력이 떨어지기 이전인 전반전 장면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후반전엔 감독의 용병술이 발휘되고, 전반전은 전체적인 판을 짜는 준비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맨유는 분명 브라이튼전처럼 삼각형과 사각형을 만드는 위치 선정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솔샤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감독이었다면, 이 경기도 크리스탈 팰리스전처럼 뒤죽박죽이었겠죠. 분명 솔샤르가 리버풀전을 기점으로 준비한 간격들이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확장하면 이전에 비해 솔샤르는 발전했고, 팀에 이를 녹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실제 인플레이는 어땠죠? 솔샤르가 준비한 포메이션에서의 문제는 솔직히 크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빌드업 단계에서 각자의 위치는 충분히 잡았죠. 하지만 말도 안되는 볼터치, 패스 강도, 패스 타이밍, 무리한 드리블, 탈압박 실패 등... 이 또한 코칭 스태프의 훈련 커리큘럼의 문제라고 꼬집을 순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위에 나열한 요소들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우린 코치보단 선수를 문제삼습니다.


골로 세탁은 했고, 특히 프레드의 경우에는 후방 빌드업 단계에서 본인의 위치를 계속 찾아가는데 성공은 했으나 페레이라와 함께 너무 처참한 3선의 퀄리티를 보였습니다. 후방에서 털리니, 마타는 할 수 있는게 사실상 없었죠. 마타는 이제 Zone 14에서 마법을 만들 선수이지, 경기장 전역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후방에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이후 전환단계에선 결국 속도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3선이 시팅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 선수이죠.


프레드와 페레이라는 이 부분에서 낙제점이었고, 완 비사카 또한 '수비'를 그나마 잘했을 뿐, 빌드업에서 끔찍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감독이 문제라고 표현한다면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감독만 바꾼다고 저 세 선수가 오늘같은 호러쇼를 보이지 않는다고 선뜻 답하기도 어렵네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하며, 곧 토트넘전 간략 프리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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