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혁렬 Aug 01. 2018

맨유의 가장 큰 문제, 빌드업

보이지 않는 빌드업의 공신, 리흐벗 플레이어.

1종 보통 운전면허와 2종 자동 운전면허의 가장 큰 차이는, 클러치입니다.

수동차량은 클러치로 일정 RPM을 만들어야 기어를 변속할 수 있고,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차량을 일정 수준으로 주행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속도까지 끌어 올려야 하죠. 고속도로에서 기어 2단 수준, 30~40km/h로 운행할 순 없으니까요. 

축구라는 스포츠. 지지 않는 것이 목적인 경기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경기 대다수의 팀은 승리를 위해 경기를 운영합니다.  승리를 위해선 득점이 필요하고, 득점을 위해선 '공격', '전개' 가 필요합니다. 

과거엔 어떻게든 공격진에게 공을 보내면 파이널 서드에서 해결했지만, 프레싱과 존 디펜스가 적절히 병행되는 현대 축구에선 파이널 서드로 공을 보내는 것부터 공격이자 전개입니다. 그리고 각 위치마다 전개에 개입하는 e단계에 따른 차이가 있죠.  자동차에서 기어변속을 위한 단계별 적합 RPM이 있듯, 축구에는 포지셔닝에 맞는 전개 . 빌드업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빌드업은 제가 진단한 가장 치명적인 지난 시즌 맨유의 약점이죠.


맨유의 빌드업은 톱니바퀴가 어긋나있습니다. 포지셔닝에 맞는 빌드업이 진행되지 않아 포지셔닝을 포기하거나 빌드업의 퀄리티를 포기하게되죠.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전개의 방해 뿐만 아니라 특정 포지션의 약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린 그 약점의 개선을 영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 후방 빌드업의 문제, 무리뉴의 날개를 잘라버리다.


무리뉴는 중앙과 측면 중 측면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는 감독입니다. 포르투, 첼시, 레알. 그는 측면을 공격의 키로 잡고 자신의 컬러를 입혔죠. 인테르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당시 전임 감독인 만치니는 중앙에 밀집한 팀컬러를 무리뉴에게 남겨두었죠. 무리뉴는 부임하고 콰레즈마- 만시니 등 윙어의 영입을 통해 무게중심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옮기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콰레즈마와 만시니는 적응에 실패했고,  무리뉴는 즐라탄-아드리아누 투톱의 다이아몬드 442를 Plan A로 수정해 측면이 아닌 중앙 지향적인 전술로 스쿠테토를 들어올립니다.

이후 인테르 2번째 시즌에, 전통 윙어는 아니지만 에투와 판데프를 영입해 양 윙으로 활용하고, 마이콘을 적극 활용하는 433을 통해 인테르에서 트레블 달성에 성공하죠.


맨유에 처음 입성했을 땐 분명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 그는 즐라탄-미키-포그바-바이를 영입하며 중앙 뼈대에 변화를 주죠. 전임 감독인 반 할과 컬러가 너무나 다른 감독이기에 팀의 중심부터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영입이며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날개를 펼쳤습니다. Isolation - Overload를 통해 한 쪽에 선수들을 집중시키고 반대 날개에선 1대1 구도를 만들어주었죠. 이는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습니다. 보다 극단적인 Isolation으로 마샬과 래쉬포드를 스코어러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적 기반을 닦았죠.  다만 이런 기반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며 또 다시 경기력 저하를 불러옵니다. 바이의 부상과 린델로프의 적응 실패.


바이는 뛰어난 패스능력까진 아니더라도 공을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고, 위험을 감수한 전방 전개도 시도하는 선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커버능력이죠. 빠른 발을 활용해 수비 뒷공간을 훌륭히 매꾸던 선수였고, 그의 기여덕분에 발렌시아는 마타가 안으로 들어오며 열어준 공간을 우측 윙어처럼 뛸 수 있었습니다.


린델로프는 발 밑이 좋은 자원으로 빌드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영입이었습니다. 그런 두 선수가 뛰지 못했고 무리뉴에게 남은 선택지는 존스-스몰링이었죠 ( + 로호) . 로호는 비교적 빌드업은 되지만 로호도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존스와 스몰링이 주전 센터백이었죠. 이 두선수는 피지컬도 좋고, 대인방어도 좋지만 그 외적인 요소가 암울할 정도로 좋지 않습니다. 스몰링은 빌드업이 0에 수렴하고 존스는 커버에서 약점을 보였습니다. 실제 무리뉴 첫시즌 로호-존스가 잠시 기용될 때, 발렌시아의 뒷 공간이 약점으로 공략된 경기가 꽤 있었죠.  이런 센터백들의 후방 빌드업의 부재가 가져온 꺾인 날개, 조금 조목조목 짚어보겠습니다.


1) 우측의 공격 루트, 발렌시아가 나가지 못하다.

 빌드업도 빌드업이지만 센터백 듀오의 커버가 더 큰 요인일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맨유의 우측 주 공격 루트입니다. 맨유의 우측 윙어로 기용되는 두 선수, 마타와 린가드는 측면에서 플레이하지 않고 중앙으로 들어와 10번의 역할을 수행하죠. 이렇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발렌시아에게 상대 풀백과 1대1 구도를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 무리뉴의 우측 전술입니다.  발렌시아는 가급적 상대 뒷 공간이 많을 때 활약하기 좋습니다. 클래식 윙어 출신답게 화려한 드리블보단 순간적인 스프린트로 상대를 무너트리기 때문이죠.  사실상 공격시 발렌시아는 우측 윙어처럼 높은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그에 대한 리스크는 빠른 발을 바탕으로 넓은 활동영역을 보여주는 바이가 있기에 가능했죠. 그런 바이가 없자, 발렌시아의 뒷 공간은 매꿔지지 않았고 발렌시아는 무리뉴 첫 시즌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오버래핑을 보여줍니다. 물론 득점 자체는 더 늘어났지만, 평균  포지셔닝은 낮아졌고 돌파 횟수도 확연히 줄었죠. 발렌시아의 기량저하로 진단 하기엔 필요할 땐 여전한 공격성을 보여줬습니다. 팀적인 시너지, 그 시너지가 바탕이 되지 못한 결과 발렌시아는 좀 더 수비에 치중했죠.  


2) 좌- 우 풀백,  그리고 3선까지. 센터백은 압박을 분산시켜주지 못했다.

 최근 빌드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상당히 진기한 빌드업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치 골키퍼가 리베로가 된 듯한 빌드업 구도이죠. 양 센터백은 넓게 포진하여 골키퍼와 비슷한 선상까지 내려옵니다. 이렇게 되자 상대 선수들은 더 깊숙한 위치까지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게 되죠. 

위 사진은 맨시티의 GK를 이용한 빌드업 과정 중 하나입니다. 스톤스가 자유롭게 되는 과정에 개입하는게 골키퍼의 존재이고, 센터백들이 좌 우로 넓게 포진했기 때문이죠. (아마 이 경기가 워커 시프트 3백이라 스톤스가 좌우가 아닌 중앙에 있을 수 있었을거에요) 이런 빌드업 구도는 상대방이 더 깊이 압박하게 만들고 더 와이드한 포진을 가져가도록 강요합니다. 만약 상대가 스톤스를 압박하면 에데르손은 30m 정도 되는 중거리 패스로 맨시티 선수의 앞쪽으로 공을 보내겠죠. 이렇게 전개에 성공하면 상대방은 더 많은 활동량을 소모하게 됩니다. 전방의 선수가 다시 후방까지 내려와야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를 움직이게 만들면서도 공을 전개시킨다는 겁니다. 보통 빌드업을 방해하는 팀이 압박을 가할 때 6명의 선수가 관여합니다. 이는 4백을 제외한 숫자이며. 경우에 따라선 풀백들도 관여하지만, 빌드업을 하는 상대팀의 공격진이 자리를 고수한다면 4백은 그 위치에 머물러야 합니다. 빌드업을 주도하는 팀은 433을 전제로 한다면 최전방 3명을 제외한 7명이 빌드업에 관여하고, 바르셀로나와 맨시티는 골키퍼도 관여해 8명이 빌드업을하죠. 빌드업을 저지하는 6명보다 왠만하면 많은 숫자의 선수가 빌드업을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빌드업이 끊기는 장면이 연출되는 건, 전체 숫자는 적어도 순간적으로 공을 둘러싼 영역에선 압박하는 선수의 수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에서 공을 전개할 때 우측 풀백이 중앙 그 이상으로 넘어갈 순 없습니다. 


반면 프레싱을 하는 입장에선 6명 전체가 한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면서 길목을 차단시키며 압박을 가할 수는 있죠. 이런 부분에서 순간적인 숫자 우위를 바탕으로 빌드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압박하는 상대에 비해 빌드업에 관여하는 선수가 많아도 빌드업이 실패하는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맨유는 이보다 더 안좋은 상황을 상대에게 제공합니다. 


이와 비교되는 맨유는 공을 제대로 전개 시키지 못하면서, 상대에게 선택적 압박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겁니다. 또한 수적 우위도 선점하지 못하죠. 무엇이 문제일까요?  선택적 압박?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빌드업을 잘하는 팀을 상대로 프레싱을 할 때 센터백과 골키퍼, 최후방 선수에게도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위에서 보셨습니다. 그런데 맨유는 입장이 다릅니다. 상대방이 맨유 센터백에겐 압박을 가하지 않습니다.


왜냐? 자유롭게 놔둬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결국 공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풀백에게 조금 전진 혹은 3선에게 짧게 전달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팀은 볼을 받을 미드필더 라인을 애워싸거나 이 3선 자원들을 센터백 라인까지 밀어냅니다. 다른팀들은 8 vs 6의 싸움을 맨유는 5 vs 6으로 하게 됩니다. 

특히 3선은 블록에 갇히면서 3선자원에게 공을 주는 것 자체가 압박 속으로 공을 품게되는 과정이죠. 이러다보니 맨유는 결국 풀백으로 돌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풀백으로 돌리면 아래와 같은 상황에 처하죠.

빌드업 과정에서 풀백에게 공을 건내는 것은 아무것도 못하고 센터백끼리 공을 주고 받는 것보단 나을 수 있지만 3선에게 건네는 리스크만큼이나 큰 리스크를 안겨줍니다. 풀백, 즉 사이드에 위치한 선수는 기본적으로 한쪽이 막혀있습니다. 터치라인의 존재 때문이죠. 중앙에선 백패스를 제외하고 좌/우 / 정면이 있고 상대 선수들은 세 방향을 모두 압박해야 직접적으로 볼 탈취를 노릴 수 있는 반면, 사이드의 경우 왼쪽 혹은 오른쪽이 터치라인으로 막혀있습니다. 이 경우 반대편과 정면으로 압박이 들어오면 공을 돌릴 곳이 후방밖에 남지 않게되죠. 


위에 언급했듯, 빌드업을 하는 팀의 모든 선수가 한쪽으로 몰릴 순 없습니다. 엄연히 본인들의 수비 영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발렌시아가 영을 지원하러 중앙까지 들어오긴 어렵죠. 반면 압박을 가하는 입장은 조금 더 좁힐 수 있습니다. 왼쪽 윙어가 우측 풀백이 아닌 공격자의 우측 미드필더 혹은 중앙까진 압박을 가할 수 있죠. 무게 중심의 이동이 좀 더 자유로운 건 압박을 가하는 쪽 입니다. 상대팀의 반대에 위치한 선수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영이 발렌시아에게 엄청난 횡패스를 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이런 빌드업 구도에서 횡패스는 끊기는 순간 실점으로 직결됩니다. 만약 존스나 스몰링이 롱패스가 된다면 영에게 받고 빠르게 건내주겠지만, 그게 된다면 애당초 저런 구도가 형성이 잘 안되겠죠. 압박을 가하는 팀은 그러면서도 공을 리턴 받을 수 있는 센터백은 압박하지 않죠. 철저히 센터백을 무시하며 그 힘을 3선과 풀백의 측면을 틀어막는데 사용합니다.  이 단계에서 풀백들이 한 차례 꺾여버립니다. 어떤 분들은 이 상황에서 풀백들의 탈압박 능력이 부족하다, 빌드업이 부족하다고 지적도 하시지만 저는 약간 관점이 다릅니다. 그 분들의 의견도 맞을 수 있지만 저런 상황에서 풀백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터치라인을 끼고 실수하면 뒤가 없습니다. 이미 한쪽을 등진 상태에서 패스길도 더 제한되죠.


이런 악순환 때문에 맨유의 빌드업이 유독 더 안된다고 느낄 수 밖에 없죠. 압박을 하는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라인을 위로 끌어올리지도 못합니다. 최후방에서 어느정도 끌어올려야 할 'RPM' 최후방 빌드업이 후방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죠. 이미 이 시점에서 단계에 맞는 RPM, 단계에 맞는 빌드업은 어긋납니다. 


# 그래도 공격진이 공은 잡아야하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공격진이 공은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요. 후방에서 공을 하루 종일 돌려도 우린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 공격진이 공을 받으러 내려옵니다. 전방의 3선수가 상대 중원의 뒤를 잡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편의 공을 받을 공간을 확보합니다. 

무시당한 센터백을 제외하고 8 vs 6의 구도가 형성되죠.  사실상 3선이 센터백처럼 풀백과 라인을 형성하고 전방의 선수들이 중원에 들어온 구도를 만듭니다. 이로써 빌드업을 잘하는 팀들이 평소에 형성하는 구도가 완성되죠. 차이라면 그 팀들은 전방에 선수가 있지만, 맨유에는 없다 정도?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2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첫번째는 풀백을 전진시켜 숫자를 늘려 상대 풀백의 전진을 방해하거나, 빌드업에 관여한 상대 윙어가 뒤돌지 못하는 구도를 잡는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센터백도 한 칸 전진하죠.

센터백은 상대 스트라이커에 완전히 붙진 않고 뒷 공간을 커버할 정도로만 라인을 올려 상대의 2선과 3선을 더 좁은 영역에 가둬버립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그래도 리스크가 있죠. 정말 체계적이지 않으면 정확도를 포기하고 속도로만 승부하는 뒷공간을 향한 패스가 나왔을 때 어이없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상대를 질식시킬 수 있지만 이미 한칸 올라오기 위해 상대 공격자원을 내려보낼 정도로 괴롭힌 팀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방법 2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내려와서 공을 잡게 했으니, 반대로 자신들의 미드필더 라인을 내립니다. 대신 센터백은 본 라인을 유지하거나, 아주 조금 올라와서 패널티 박스에서 5~10m 전방에 두 줄 저지선을 구축합니다.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팀의 목적은 상대의 공격을 끊어서 숏 카운터를 노리는 것도 있고, 상대방이 전방으로 못올라오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90분 내내 그렇게 할 순 없죠. 그렇기에 그들이 노리는 가장 현실적인 노림수는 '위치에 맞지 않는 선수에게 공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체계젹으로 압박을 해도 상대 공격진이 공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 공격진이 공을 잡으면 수비 입장에선 매 순간 치명적일까요? 상대 스트라이커가 공을 잡아도, 그 위치가 패널티 에어리어 부근이 아니라 파이널 서드에 한참 못미친 위치일 때, 상대 수비들과 팬들은 가슴조릴까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 호날두가 센터서클에서 공을 잡았을 때 ' 오 호날두 오 메시 오오오오!!!!' 우린 이럴까요? 

.... 괜히 두 선수가 신계가 아닙니다. 어쩃든 일반적으론 그렇습니다 에헴;;;;


 결국 효과적인 공격을 하기 위해선 공격진에게 단순히 공이 전달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선수가 공을 잡은 위치가 본인이 위치해있어야할 포지션이여야 하고, 포지션까지 만족되어도 공을 받은 시점에 상대 수비가 완벽한 두 줄을 형성했다면 결국 원점입니다. 상대가 버스를 세우는 전술을 구사했나요? 아니죠. 상당히 전방부터 압박을 했습니다. 근데 루카쿠가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우여곡절끝에 도착해 공을 잡는데 성공하니까, 자신의 눈앞에 버스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제 그 곳에서 상대를 무너트릴 방법을 생각해야합니다. 

속공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위치에 맞는 선수가 빌드업을 한다면, 좀 더 적절한 시기에 전방으로 볼이 배급된다면 빌드업만 제대로 되어도 상대가 완전히 대형을 갖추긴 어렵습니다. 


다만 맨유는 빌드업 과정에서 전방의 모든선수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이런 판단 덕분에 상대 수비라인이 라인을 끌어올리진 못하고, 맨유의 3선이 완전히 애워싸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뚫어내면 공격진이 수비벽이 조금 얇은 상대를 공략할 환경도 나오긴 합니다. 3선에겐 그나마 한가지 통로를 열어주고, 공격진에겐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그게 우측 윙어, 마타와 린가드입니다.


# 실제 맨유의 빌드업, 마타가 이러나 저러나 맨유에 중용되는 이유.


전방의 모든선수가 내려와도 빌드업 과정에서 수적 우위는 가질 수 있으나, 애당초 마샬과 루카쿠는 페네트레이션에 능한 선수는 아닙니다.(산체스가 없을 당시) 패널티박스에서 센스있는 터치를 보여주긴 해도 공격 전개에 기여하는 선수는 아니죠. 이런 두 선수가 내려와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좁은 그물에 미드필더들이 묶여버립니다. 즐라탄의 경우 하프라인까지 내려왔지만, 루카쿠는 그렇지 않죠. 선수의 성향도 있겠지만 마타는 내려오게 하면서 루카쿠와 마샬은 전방에 포진시키는 것을 보았을 때, 이는 무리뉴의 지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루카쿠와 마샬을 전방에 포진시켜 상대 수비진이 섣불리 라인을 못올리게 하고, 마타만 조심스레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오죠,

이렇게 마타가 내려와서 공을 딱 한번만 받아줘도 맨유 다른 선수들이 포지셔닝을 순간 바꿀 수 있습니다. 포그바가 상대의 마크를 벗겨낸 위치로 이동하거나 에레라가 마타 근처까지 이동하여 짧게 리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죠. 이 때 상대 왼쪽 풀백이 마타에 의해 끌려나오면 발렌시아는 상대 선수를 보지 않고 공간만 보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이런 플레이가 마타의 장기인 [리흐벗플레이] 입니다. 

 간단하게 리흐벗 플레이를 언급하자면, 주로 포르투갈 감독들이 사용하던 용어로, 패싱공간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지칭합니다. 단순히 볼터치와 킬패스를 위한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라 자신을 일종의 미끼로 삼아 같은 팀의 선수에게 패스를 받을 공간을 열어주는 플레이어, 그것을 리흐벗플레이어라고 말하죠.

토트넘의 에릭센도 대표적인 리흐벗 플레이어입니다. 물론 그는 키패스, 찬스메이킹도 워낙 능하지만 그의 전술적 가치는 단순히 많은 소유 그 이상,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현혹시키는 것에 있죠. 

이런 리흐벗 플레이는 창조성, 천재성과는 또 다른 영역의 재능이라 생각합니다. 전술이해도와 필드 전체의 공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런 마타의 움직임은 상당히 직선적인 우측 풀백인 발렌시아와 궁합이 좋고 이로 인해 그가 반 할 체제에서 가짜윙어로 살아남았고 현 무리뉴 체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마타가 중원으로 개입함으로 인해 맨유는 그나마 공을 전방으로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뒤엉킨 톱니바퀴, 위치에 맞는 빌드업은 실패했지만 적어도 루카쿠와 왼쪽 윙어가 완벽히 성벽을 이룬 상대의 수비를 바라보는 상황은 딜레이 시킬 수 있게 되죠. 아니 사실 마타가 개입조차 안하면 맨유는 아예 전진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센터백이 빌드업에 대한 기여도가 0에 수렴한다는 말이죠.


물론 이런 과정에서 마타도 실수가 있었습니다. 지난 허더즈필드전에서 빌드업 과정에서 볼터치를 실수하며 실점하고 말았죠.  그 실수를 커버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우측 윙어로 출전한 선수가 내려와야 활로가 생길 정도로 다른 선수들이 빌드업을 아예 못한 문제도 같이 꼬집어야할 부분이죠. 

마타 그리고 린가드가 단순히 중앙에서 플레이하는 것 이상으로 후방 빌드업까지 관여하다보니 우측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측 윙어들은 본인이 플레이 하고 싶은 높이에서 활동을 못하기 때문이죠. 


제가 누누히 최우선 영입으로 빌드업이 되는 센터백을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오른쪽 윙어를 영입해도, 그 선수 또한 마타처럼 희생될 수 있습니다. 빌드업이 되지 않는다면. 윌리안, 베일이 그래도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있고 아래에서부터 몰고 오는 플레이를 보여줬던 선수여도 (토트넘 당시 베일) 그들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센터백의 빌드업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빌드업이 개선되면 우측윙어의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이미 프리시즌에서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겁니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잡은 마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물론 이는 전술이 352로 후방이 탄탄하고 마타가 머무르는게 더 좋은 전술이기에 마타가 전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영향력이 커진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타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공을 잡았을 때, 자신이 파랑 유니폼의 에이스였던 시절을 보여줍니다. 

우린 마타에게 좀 더 자유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타를 억압한 후방 빌드업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윙어를 영입한다? 그 선수는 우리가 기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글을 마치며,


조금 글이 길어졌습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몇개의 글을 연이어서 쓰고 싶습니다. 그 때마다 이 글의 링크를 참조 칼럼으로 걸어놔야겠네요. 빌드업의 문제 해결과 우측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꺼내든 무리뉴의 카드.

전 산체스의 영입이 그 카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무리뉴가 센터백 영입에 결국 실패한다면, 무리뉴가 줄 변화는 마티치의 포지션 변경. 이 두가지를 다음엔 조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Pre-Season, 함께할 유스를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