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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Aug 05. 2018

[Review] ICC컵 마지막 경기, 레알마드리드.

- 글쓴이가 정말 제목을 못뽑겠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무리뉴가 쓰리백을 꺼내들었습니다.

현재 래쉬포드, 마샬, 린가드 등 윙어로 뛰던 선수들의 부재와 본래 윙으로 뛰어주던 산체스마저 루카쿠의 부재로 스트라이커로 기용되기 때문에 측면 자원이 부족했던 여파가 크겠죠. 이제 진짜 시즌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정 포지션에 실제로 뛰지 못할 유스선수들을 포함시키더라도 개막전 그리고 시즌 초반을 보낼 주된 전술로 호흡을 맞춰야합니다. 쓰리백과 포백은 수비진의 디펜스 방식도 다르고 이를 한차례 저지해주는 미드필더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무리뉴는 프리시즌의 말미에 다시 한 번 쓰리백을 가동했습니다.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시즌 무리뉴는 지난 시즌보다 쓰리백 전술을 자주 구사할 것입니다. 

저는 한 술 더 떠서, Plan A와 B의 갭이 상당히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쓰리백이 plan A로 등극할 수 있죠. 다만 이 부분은 따로 다루겠습니다. 유로 2016을 제패한 포르투갈 산투스 감독의 전술,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사우스게이트의 전술. 이 둘이 적절히 섞인 전술이 무리뉴가 추구하는 전술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다뤄보려고 하며, 이는 다른 글에서 집중적으로 써보겠습니다.


# 4백인 줄 알았지만, 쓰리백. 맥토미니의 센터백 데뷔전


한창 지난 시즌 말미에 돌았던 찌라시죠. 무리뉴가 맥토미니를 센터백으로 키울 수 있다. 아마 맨유 레전드도 한 풋볼쇼 패널로서 해당 내용을 언급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론상으론 괜찮습니다. 키에 비해 체격이 좋지 않았지만 나날이 체격도 좋아지고 있고, 사냥개처럼 악-깡도 있습니다. 미드필더 치곤 패스가 좋지 않다는 평가지만 쉬운 패스, 키핑 이후 짧게 내주는 패스는 잘 구사하죠. 또한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볼을 못다루지도 않습니다. 미드필더로서의 경쟁력보다 센터백으로 전향했을 때 경쟁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에레라를 10번으로 전진시킨 4312 전술도 가능했으나, 맥토미니를 내리면서 쓰리백을 시도했습니다. 이 또한 무리뉴가 쓰리백을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근거로 어필할 수 있죠. 


오늘 경기의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상대 레알마드리드는 유스 선수를 꽤 포함했고, 프리시즌이므로 상대팀의 라인업은 따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많은 국내 기자들이 이번 경기를 보며 '점유율이 70%지만 호날두와 지단 없는 레알 괜찮을까?' ,' 점유는 했으나 패배한 레알', 심지어 누군가는 유스 상대로도 점유하지 못한 맨유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맨유나 레알은 기자들에겐 맛있는 밥줄입니다. 자극적으로 쓸수록 좋죠. 저런 위 멘트는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레알 팬 입장에선 첫 프리시즌 경기이고, 맨유팬 입장에선 지극히 '무리뉴'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이 글에선 3가지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곧 뮌헨과의 경기도 있어서 리뷰가 늦춰지면 곤란하니까요.


# 몹시 무리뉴스러운 경기,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철학이 명확한 감독들이 있습니다. 펩을 필두로한 크루이프의 추종자들은 점유가 최선의 수비이죠. 이론상으로 점유 100% 도달하면 적어도 패배는 하지 않습니다. 점유를 통해 상대로 하여금 공격하지 못하게 하면 이는 최고의 수비가 되죠. 무리뉴는 그와 정반대로 봐도 무관합니다. 무리뉴에게 가장 쉬운 승리 공식은 선제 실점 하지 않는 것이죠.  무리뉴를 상대로 점유율로 앞선다면 그 상대팀의 감독들은 기쁠까요? 아무 감각 없을겁니다. 무리뉴는 애당초 점유율을 상대에게 줘버리니까요. 그러나 흐름은 주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도 비슷했습니다. 레알마드리드는 꽤 높은 점유를 유지했고, 맨유는 공을 오래 소유하지 못했죠.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무리뉴의 운영방식입니다. 무리뉴에게 가장 쉽고 확실한 승리공식은 선제골- 이후 수비/역습 축구입니다. 이런 방식 때문에 평균 수비라인이 빅클럽 중 가장 낮게 측정되죠. 다만 무리뉴도 처음부터 잠글 순 없습니다. 상대방이 리스크를 감수할 상황을 만들어야 카운터도 용이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무리뉴는 적어도 초반엔 압박을 가합니다. 다만, 파이널 써드까진 가하지 않죠. 

(한가지 언급하자면 상대가 강팀일 땐 초반 기선제압과 실수 유발을 위해 파이널 써드까지 높은 압박을 가합니다. 보통은 파이널써드까진 가지 않습니다. 압박과 관련한 부분, 활동량 부분은 담에 다뤄야겠군요.)


그렇게 경기 초반 공수를 주고 받다가 선제득점에 성공하면 웅크립니다. 상대 센터백이 하프라인을 넘는 것을 견제하는 1명의 발빠른 공격수를 제외하곤 수비 대형을 갖추죠. 가장 쉬운 경기 접근법입니다. 상대로 하여금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강제하는 것. 그러면서 틈이 생기면 빠르게 전환해 치명적인 카운터를 날리는 것.

<2대0 리드 상황에서 뒤로 물러선 맨유, 최전방 마타와 산체스도 하프라인 아래>

이것이 무리뉴 체제에서 전환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며, 더 나아가 무리뉴가 미키나 린가드를 그동안 10번으로 쓰고 마타를 측면에 둔 이유이기도 하죠. 상대 골대에 도달하는 최단 루트는 중앙에서 중앙이니까요. 


무리뉴가 뚫리지 않는 방패냐? 그렇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건, 무리뉴는 지난 시즌 3실점 이상을 허용한 경기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사실이죠. (2실점이 최대)

이번 시즌 첼시에 사리, 아스날에 에메리가 합류합니다. 사리는 세리에의 대표적인 공격 전술 감독이고, 에메리는 '라 볼 피아나'를 통한 측면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죠. 무리뉴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점을 쌓아야 합니다. 현재 빅6에 수비적인 감독보단 공격적인 감독이 많습니다. 무리뉴는 자신의 컬러를 더 강화해 승점 사냥에 성공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죠.


# 무리뉴의 변화, 페레이라 홀딩. 그는 차이를 보여야한다.


페레이라가 프리시즌 내내 홀딩으로 기용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페레이라를 모드리치처럼 성장시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았죠. 이는 무리뉴에겐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레알마드리드에서 모드리치를 영입한 것은 무리뉴가 맞지만, 무리뉴 체제에서 모드리치는 적응 등 여러 문제를 겪으며 엄연히 실패했죠. 그리고 무리뉴는 첼시-맨유를 거치면서 마티치-펠라이니-또 다시 마티치 등 본인의 확고한 철학에 맞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했습니다. 피지컬 그리고 수비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무리뉴에게 홀딩으로서 최우선 역량은 '수비력' 입니다. 몇몇 감독들은 후방 빌드업을 중시할 수 있지만 무리뉴에겐 수비수도, 수비형 미드필더인 홀딩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수비력 그 자체입니다. 그런 무리뉴가 지속적으로 페레이라를 기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티치가 부상인 이유도 있겠지만, 좀 더 피지컬적으로 뛰어나고 이미 무리뉴의 전술에서 여러차례 뛴 맥토미니도 있고, 성인 무대 경험을 쌓고 온 또 다른 임대생 포수멘사도 있습니다. 수비력과 피지컬에서 페레이라를 압도하는 두 선수가 있음에도 무리뉴는 페레이라에게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나친 의미 부여일 수 있지만 무리뉴 또한 홀딩에 대한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마케렐레처럼 수비진을 완벽히 보호하는 홀딩, 수비력이 최우선인 홀딩에서, 기술적으로 공을 소유해주고 빌드업의 첫 단추가 되어주는 선수, 현대 축구의 요구를 어느정도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페레이라에게 다른 포지션에서 뛸 기회를 아예 안줬습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은 이곳 저곳 모두 기용해서 테스트하는 무리뉴가 확고하게 페레이라는 3년동안 홀딩으로만 뛰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변화입니다. 당장 시즌이 시작되면 프레드가 그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드 또한 뛰어난 탈압박과 전진패스를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죠. 이전에 프레드 영입에 관한 글에서 프레드-마티치-포그바 중 누가 역삼각형의 꼭지점으로 뛸 것인가를 다뤘습니다.  해당글은 블로그에만 있군요. 브런치에도 편집해서 올려두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king978/221317769833


 현재 페레이라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를 상회하는 자원은 마티치보단 프레드입니다. 모든 선수가 복귀했을 때도 프레드가 홀딩이고 마티치가 한 칸 전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네요. 무리뉴는 페레이라를 꾸준히 키울 생각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재계약 기사도 뜨겠죠. 그런 페레이라는 차이를 보여줘야합니다.


에레라와 다른 점을 보여줘야하죠. 사실 지금 페레이라의 모습은 무리뉴 부임 첫 시즌 에레라가 홀딩으로 뛸 때 보다 임팩트가 크진 않습니다. 에레라는 당시 맷버스비 상을 수상하며 데 헤아의 독차지였던 최고의 선수상을 필드 플레이어가 4년만에 받게 되었죠. 그럼에도 무리뉴는 마티치를 영입하며 에레라를 후보로 내렸습니다. 에레라는 정말 제한된 출전기회를 부여받았죠. 경기력도 많이 내려와서 고생했구여. 당시 에레라는 뛰어난 활동량, 인터셉트, 적절한 볼배급 등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빌드업이 엄청나진 않았습니다.) 그런 에레라의 치명적인 문제는 '압박' . 에레라의 가장 큰 장기도 압박이지만 홀딩이란 포지션임에도 과한 압박을 보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바이가 그 공간을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상대에게 치명적인 역습 찬스를 열어줬죠.

위의 장면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아마 프리시즌이 아녔다면 레알이 더 저돌적으로 공략했겠죠. 홀딩으로선 지나치게 높은 위치까지 압박을 가했습니다. 덕분에 상대는 너무 편히 중원에 들어왔고, 프레드까지 우측으로 끌어들였죠. 레알의 미드필더가 프레드와 에레라 사이의 공간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벤제마가 바이를 끼고 맥토미니 뒷공간으로 가로질렀다면 꽤 치명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겁니다. 

압박까진 괜찮았지만 이후 볼처리를 잘못해 치명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압박 구도는 상당히 좋았고, 페레이라는 효과적으로 볼을 탈취하죠. 패스를 좀 만 신중히 했으면 레알에겐 매우 치명적인 숏카운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레알의 3명을 맨유 선수 4명이 둘러싸며 길을 차단했죠. 


공이 마타가 아닌 레알 선수에게 갔기 때문에 마타가 뒤를 바라보고 있지만, 페레이라의 패스가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마타는 골대를 향하고 있었겠죠. 에레라로 인해 라인은 틀어졌고 산체스에겐 좋은 라인브레이킹 찬스입니다. 순간 각이 좁혀진다면 뒤에서 쇄도하는 프레드 또한 있죠. 압박을 잘했으나 패스 실수로 기회를 놓쳤습니다. 단순히 기회를 놓친게 아니라 치명적인 위기까지 이어지죠.

이후 공은 빠르게 우측 윙어인 베일에게까지 전달됩니다. 당장 베일의 동일 선상위로 선수를 세면 맨유 선수가 더 많긴 합니다. 다만, 수비대형은 갖출 수 없는 상황이죠. 여기서 베일은 자신의 속도를 높여 맨유를 무너트리는 것이 아닌, 템포를 낮춰 더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여담이지만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역습이자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역습은 무조건 빠르게도 중요하지만 정확도도 중요합니다. 전 마타가 발은 느리지만 베일처럼 전환을 시킬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 베일은 반대편의 비니시우스에게 공을 보냅니다. 이로인해 포수멘사는 우측 깊이 내려가게 되고, 아래와 같은 위기를 겪게되죠. 포수멘사가 1대1에서 진 건 문제가 아닙니다. 애당초 윙어들은 상대 수비 뒤에 커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1대1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걸 좋아하니까요.

만약 베일이 본인의 속도를 높였다면? 그쪽엔 루크쇼도 있고 뒤에 맥토미니도 있었습니다. 루크쇼가 쉬이 벗겨지지 않는 이상 맨유 쓰리백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죠. 그러나 우측은 전방 압박때문에 다르미안이 출장나간 상황, 포수멘사가 그 영역을 홀로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포수멘사가 1대1로 끌려나온 시점에서 맨유의 쓰리백은 온전한 형태를 갖출 수 없습니다. 이 때 베일은 빠르게 중앙으로 쇄도하며 바이 앞선에서 짤라 들어가죠. 

물론 결국 베일의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짤라먹는것도 가능했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은 모든 선수에게 속도가 중시되진 않았습니다. 결구 전환 그리고 역습에선 모든 사람이 빠른 것 보단, 누군가는 상대 수비진의 백업이 늦는 곳을 빠르게 캐치하고 볼의 진행 스페이스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죠. 


잠시 전환의 얘기로 빠졌지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페레이라의 패스 미스가 야기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런 역습찬스에서 포수멘사가 끌려나간다면 센터백 자리로 들어와야 하는 선수가 페레이라입니다. 그는 확실한 타이밍에 압박을 가하고 정확한 패스로 숏카운터를 이어가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헐거워진 수비진이 이런 역습을 당하게 되죠.  이런 장면은 에레라가 자주 연출하던 장면입니다. 이런 실수 때문에 에레라는 결국 마티치에게 자리를 내주었죠. 페레이라가 더 높은 곳을 꿈꾸고 주전자리를 원한다면 페레이라는 에레라와 달라야합니다. 에레라보다 킥, 기술적 등등 더 좋을 수 있지만 에레라보다 수비적 능력은 뒤쳐지죠. 그런 역량의 차이를 벌리는 것이 아닌 '안정감' 그리고 '확실함'을 가져서 에레라와 차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 풀/윙백의 공격지원, 개인기가 전부는 아니다.


다르미안과 루크 쇼. 맨유 팬들에겐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경기감각을 올리면 수비적인 역량은 복구될 수 있겠으나, 공격지원의 부족함이 너무 치명적인 선수들이죠. (특히 다르미안) 그렇기에 많은 팬들이 풀백 영입을 목 놓아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늘 제 주장은 같습니다. 좋은 영입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전술도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좋은 풀백의 가세로 전술/시스템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기도 하지만, 영입이 여의치 않다면 우린 기존의 선수를 잘 활용하며, 전술적 변화를 꾀해야겠죠. 적어도 이번 경기에선 풀백/윙백 자원들의 공격지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요. (조금 번거롭군요, 이 글에 한해선 포메이션 상 윙백으로 뛰었지만 풀백으로 표기하겠습니다.) 다르미안은 특히 공격지원 부분에서 개인기량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크로스가 좋지 않고,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며 드리블이 탁월하지도 않죠. 스몰링의 빌드업수준의 공격지원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다르미안은? 상당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그가 하루 아침에 드리블-속도-크로스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 생긴 변화는 '경기감각' 달리 말해서 '타이밍'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 장면에서 다르미안이 보여준 것은 상대 뒷공간을 향한 움직임과 가벼운 컷백입니다. 쓰로인 이후 상대의 수비가 어수선한 타이밍에 빠르게 움직여 선제득점에 성공하죠. 위에 언급한 공격지원의 역량 그 어느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움직임이 핵심이었죠. 

상대방의 쓰로인 상황입니다. 이전에도 다뤘지만 측면에서의 빌드업은 한쪽 방향이 터치라인으로 막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압박에 더 취약합니다. 무리뉴는 이번 경기에서 상대방의 쓰로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했죠. 이 장면에서도 레알을 압박하며 볼탈취를 노림과 동시에 패스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레드 그리고 산체스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컨볼을 노리며 상대를 조이고 있었죠.

위 사진은 연장선 장면입니다. 레알은 결국 위험한 횡패스를 강요당했고 이를 산체스가 끊은 후 마타에게 연결. 이를 마타가 루크 쇼에게 내주죠. 위 움짤에서 루크쇼를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거진 4초만에 하프라인에서 패널티박스까지 달려나옵니다. 만약 산체스가 공을 따지 못했다면 베일을 향한 패스길을 끊을 수 있는 위치.

산체스는 마타에게 성공적으로 공을 전달해주고, 상대 센터백과 우측 풀백 사이로 쇄도하며 루크쇼를 위한 공간을 열어줍니다. 루크쇼는 바로 달려들죠. 이 때 좀 더 자신있게 툭 치고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이전까지의 움직임은 상당히 좋았으며 타이밍도 좋았죠. 

다르미안은 결과적으로 2골 모두에 관여했습니다. 물론 두번째 득점은 약간의 운도 있었다고 봅니다.  다르미안이 마타의 앞공간을 본 건지, 단순히 마타에게 줄 생각이었는지 알 순 없죠. 그러나 분명 그의 시선은 단순한 클리어링이 아닌 마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가지 사실은, 다르미안은 절대 패스가 나쁜 선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반할체제에서 영입되어 혹사되기 이전에 홀딩들과 주고받는 패스웤도 좋았고, 전진패스도 좋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움짤의 막바지, 반대편을 보면 루크쇼의 위치도 보이죠.  최전방 두 선수와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쇄도할 타이밍을 살피고 있죠. 이런 와이드한 포지셔닝 때문에 레알의 4백은 압박을 가하는 팀 치곤 상당히 간격이 넓었습니다. 무게중심의 이동이 아닌 와이드한 형태를 가졌죠.

여기선 다르미안의 역량이 솔직히 아쉽긴 합니다. 좀 더 자신있게 안으로 치고들어가도 좋겠지만 전진했던 타이밍과 포지셔닝으로 일단 만족해야겠군요. 절대 다르미안을 주전으로 쓰자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영입이 없고 발렌시아가 부상이라면? 다르미안을 이런식으로 활용한다면 그에게 부족했던 역량을 나머지 선수들이 보완할 수 있죠. 어쨋든 축구는 팀플레이니까요.



# 더블 제로톱, 그리고 그 속에서 빛난 '전 10번'


바로 위의 움짤 그리고 레알의 횡패스를 차단한 후 루크쇼에게 공을 내주는 움짤에서 산체스의 움직임은 왜 무리뉴가 그를 영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쇄도하는 위치 및 타이밍을 보면 소름이 돋죠.  

여기서 공격자 그리고 수비자의 권리를 조금 얘기해보겠습니다. (단 범위를 좁혀 스트라이커와 센터백으로 !)

수비자는 공격자를 막는 입장에서, 공 or 선수 둘 중 하나를 막으면 됩니다. 선수가 좋은 위치로 쇄도하더라도, 공격수가 수비수를 피지컬이든 밸런스든 오프 더 볼이든 무너트리더라도 볼 배급이 차단당하면 공격이 되지 않습니다. 공이 좋은 위치로 전달되어도 선수가 오프사이드에 걸리던지 몸싸움에서 지거나 속도에서 밀린다면 이 또한 공만 살아남고 공격수는 무너지죠. 공격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선수와 공이 모두 전방으로 전달되어야 공격이 성립되죠. 즉 수비자 입장에선 둘 중 하나를 차단하면 됩니다. 공격자에겐 또 다른 권리가 있습니다.


'상대하지 않을 권리' 수비수를 무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수비수와 굳이 경합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죠. 공격수가 하프라인 아래까지 간다고 센터백이 따라갈 순 없으니까요. 그는 대열을 유지해야합니다. 상대 센터백을 상대하지 않으면서 뒷공간을 무너트리던가, 다수의 선수와 연계하여 한 순간에 센터백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물론 공은 지켜내야겠지만요) 굳이 부딪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식으로 상대 센터백과 부딪침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상대 간격을 무너트리는 롤이 있습니다.


펄스 나인, 제로톱. 그리고 무리뉴는 이런 제로톱을 2명 사용하는 더블 제로톱을 가동했습니다.

이 전술의 시작을 전 산투스 감독의 유로 2016 포르투갈 전술로 보고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전문 스트라이커 없이 호날두와 나니/콰레즈마를 전방 투톱으로 기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선수들은 윙어죠. 실제 이 선수들은 상대 센터백과 경합하지 않고, 패널티박스에 상주하지도 않았습니다. 와이드하게 벌리며 측면에서 플레이했죠. 지금 맨유 또한 비슷합니다. 완전히 측면에 위치하진 않지만, 중앙으로 볼 수 없는 영역. 즉 하프스페이스에 두 제로톱이 위치하며 때론 반대편까지 가세하죠. 상대 센터백에게 뒤를 잡히지 않고, 몇 보 앞에서 움직입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이런 과정에서 원래 측면 윙어인 베르나르두 실바가 맨유의 마타처럼 리흐벗플레이어이자 플레이메이커로 중앙에 들어와 활동하고, 안드레 고메즈가 적극적으로 박스로 진입해 마치 펠라이니처럼 타겟터가 되어 플레이했습니다. 맨유는 쓰리백이기 때문에 윙어는 없습니다. 피지컬이 장점인 타겟터도 없었죠. 


그러나 10번은 있었습니다. 아니 이 10번도 사실 False 10 이죠. 중앙 미드필더니까요.

안데르 에레라, 두 명의 제로톱이 만들어준 공간에서 에레라는 마치 10번처럼 상대를 흔들었습니다.


이번 경기 산체스 그리고 에레라가 참 인상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산체스는 프리시즌 들어와서 점점 살아나고 있었기에 감흥이 덜 했지만 에레라는 폼이 많이 올라온 모습이죠. 에레라는 맨유에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페레이라와 프레드를 이끌고 중원을 탄탄히 하면서도, 남아있는 10번의 본능을 보였습니다.

유나이티드에서 에레라가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 2개를 말하라면, 첫시즌 마레라 그리고 발렌시아가 형성한 치명적인 트라이앵글. 두번째로 무리뉴 첫 시즌 첼시와의 리벤지 매치에서 아자르 집까지 쫓아간 헌신적인 경기 .


 안데르 에레라는 자신의 유나이티드 데뷔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엄청난 골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기록상으로 5득점 이상 기록한 선수 중 페널티 박스 내 슛팅 대비 골 순도가 리그 1위였죠. 무리뉴 부임 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루즈볼을 하늘 높이 쏘아올리는 모습때문에 그의 슛팅은 신뢰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패널티 박스 밖에서의 얘기입니다. 이번 레알과의 경기, 강력한 임팩트 중 하나였던 첼시와의 경기, 지난 시즌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패널티박스에서 공간이 생겼을 때 자세가 불안정해도 정확한 슛팅을 보여줬습니다. 


더블 제로톱 아래에서 숨은 10번으로 활약한 에레라, 그는 우측면의 압박에도 적극 개입하고, 다르미안에게 흐름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볼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치선정, 오프 더 볼에서 전 10번의 역량을 뿜어냈죠.

더블 제로톱의 이점을 살린 장면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자주 다뤘던 Isolation-Overload.

제로톱 두 선수가 모두 좌측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많은 레알 수비진이 둘러싸죠. 상대 수비진의 시선이 좌측에 쏠린 타이밍에 에레라가 박스로 쇄도합니다. 그 반대편엔 다르미안 또한 상대 풀백과 상당한 간격을 가진 노마크 상황이죠. 이 상황에서 패스가 에레라의 앞으로 간다면 바로 득점찬스고, 설령 조금 뒤로 간다해도 에레라가 단 한순간 상대 수비의 시선을 모두 끌 수 있습니다. 이 공이 다르미안에게 전달된다면 좋은 슛팅 찬스도 열리죠. 에레라의 이런 움직임은 움직임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상대의 시야 밖에서 순간적으로 시야 안으로 들어가는 오프 더 볼. 이를 통해 순간적으로 마타-산체즈에게 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측에서 다르미안이 공을 잡은 상황, 마타와 산체스는 모두 중앙-좌측에 있습니다. 이 때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로 에레라가 쇄도하죠. 이런 움직임은 10번이 자주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쇄도만으로 상대 센터백과 풀백을 묶어버립니다. 맨유는 원톱이 아니라 투톱인 상황에서 에레라가 센터백과 풀백을 끌고 들어간다면 마타와 산체즈는 노마크 찬스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죠.

이 부분은 에레라보단 두 제로톱의 역량이 뛰어났습니다. 순간적으로 무너진 상대 라인. 마타의 라인브레이킹을 보고 산체즈가 좋은 로빙패스를 주죠. 사실 마타가 아크로바틱한 슛을 시도할 줄 알았지만 약간 아쉽네요 ㅎ

이 때도 에레라는 좋은 포지셔닝으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상대 풀백이 빠르게 반응해서 패스 이전에 마타에게 달라붙으면 에레라가 대각선으로 뛰어 슛팅이 가능한 포지션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마타보다 뒤편으로 쇄도하며 산체즈에게 좀 더 긴 패스의 선택지도 줄 수 있죠. 만약 공이 흐른다면 그 공을 잡을 수 있는 포지셔닝도 가능합니다. 만약 무리뉴가 부임했을 때, 포그바의 영입에 실패했다면?

사실 만약이라는 가정을 쓰는게 좋진 않지만, 무리뉴 체제의 주인공은 에레라아닐까요?

에레라는 분명 미키나 오스카처럼 빠른 속도를 갖추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에레라가 10번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무리뉴는 파브레가스의 활용을 위해 더 활동범위가 넓고 더 빠른 오스카를 택하고 마타를 내줬습니다. 4231을 유지했죠. 그러나 포그바는 파브레가스와 다릅니다.  4231을 고집하던 무리뉴가 결국 10번을 포기하고 433을 택했죠. 이번 시즌은 어떨지 모르지만, 중원의 영입을 봤을 때 433에 무게가 실립니다. 다만 오늘 경기를 봤을 때, 에레라가 포그바를 위한 내려 앉은 가짜 10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음 글에서 더 다뤄야겠네요. 마티치의 초반결장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에레라가 보여준 모습은 마티치와 확연히 다른 차이점입니다. 에레라가 마티치를 밀어낼까요? 아뇨 어려울거 같아요. 그러나 이 둘은 이미 동 포지션에서 경쟁할 상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른 미드필더들, 그 다채로움은 무리뉴에게 큰 힘이 되겠지요.


# 글을 마치며,


생각보다 또 글이 깁니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반전 위주입니다. 후반전은 사실 무리뉴 스러웠죠. 비슷한 장면의 반복이었습니다. 굳이 양을 늘리지 않기 위해 전반전 캡쳐만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 앙토니 마샬. 이 더블 제로톱. 마샬에게도 기회가 있을텐데 말이죠. 

더블 제로톱에선 래쉬보다 마샬입니다. 4231 그리고 433보다 마샬에게 더 좋은 전술이 등장했는데, 마샬이 이 팀에 남을지 모르겠네요. 


위에 언급했던 더블 제로톱, 포르투갈의 전술. 그리고 삼사자군단 잉글랜드의 워커 시프트 쓰리백꺼지.

전 이 둘이 섞인 전술을 무리뉴가 활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좀 더 완성시켜서 써보고 싶습니다. 물론 뮌헨전 리뷰가 먼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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