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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Aug 06. 2018

펠라이니의 재계약이 시사하는 4가지

데빌즈의 벨기에산 폭탄머리, 펠라이니의 재계약 오피셜이 발표되었습니다.

첫 브런치 저장글로 펠라이니의 재계약이 시사하는 4가지를 언급해보려고 합니다.


# 1. 유나이티드의 재계약 규정에 융통성을 부여하다.


어쩌면 규정을 허문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젠간 깨져야하는 규정이었죠.

유나이티드는 자체적인 재계약 규정으로, 30대에 들어선 선수와는 1년 재계약을 원칙으로 합니다.

1+1 처럼 구단이 원할 경우에 1년 추가 갱신의 계약은 있어도, 2년을 보장하는 경우는 없죠.

펠라이니의 재계약이 지지부진 했던 이유 또한 이 때문입니다. 주급도 주급이지만, 계약기간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었죠. 구단이 30대 선수에게 1년씩 재계약을 제의한 건 지금까지 유나이티드의 레전드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던 부분입니다. (예외가 있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알기론 모든 선수가 그러했습니다.)

암묵적인 규정이 깨진 것은 조직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전 이 규정이 깨진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스포츠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선수들의 선수생명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엔 30대 중반의 은퇴가 꽤나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자기관리와 스포츠 과학을 발전으로 몇몇선수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더 늘리고 있죠.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진 않지만 적어도 특정 부류의 선수들은 30대라는 나이가 큰 제약이 되지 않습니다. '힘' 이 강점이거나 '도사' 인 선수들이 그러하죠.


운동선수의 신체적 능력중 가장 늦게 떨어지는 요소가 바로 '힘' 입니다. 

실제로 81년생 즐라탄의 경우 가장 많은 나이임에도 메디컬에서 '힘' 과 관련된 항목에서 최대 기록을 남겼죠.

30대라는 숫자로 팀에 필요한 선수와의 재계약이 미뤄지는 것은 선수들의 커리어가 점점 늘어나는 현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암묵적 규정입니다. 당장 언젠가 데 헤아도 30대가 될 텐데, 우린 그 때도 1년씩 그에게 재계약을 요구해야할까요? 모든 포지션 중 가장 오랜 선수 생활이 가능한 골키퍼임에도? 


펠라이니는 힘과 높이가 장기인 선수입니다. 그의 장점은 30대에 진입했다고 급격히 떨어지는 부분이 아닙니다. 더 유지될 수 있는 선수이죠. 이런 선수를 잡기 위해 암묵적 규정을 깨면서 융통성을 부여한 것은 향후 다른 선수와의 계약에도 선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언젠간 완화될 필요가 있던 규정입니다. 


# 2. 무리뉴가 원한 재계약, 무리뉴의 전권을 의미한다.


펠라이니의 재계약은 무리뉴가 원하던 계약입니다. 보드진의 입장은 어떨까요? 사실 보드진 입장에서 펠라이니로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그는 슈퍼스타도 아니고, 마케팅으로 큰 이점을 가져다 줄 선수도 아닙니다. 그를 통해 특정 시장을 공략하기도 어렵죠. 심지어 30대 선수에 대한 1년 재계약으로 마찰도 있던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에게 결국 2+1년 재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무리뉴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겠죠.


물론 그와 그의 에이전트가 재계약을 앞두고 언론 플레이를 심하게 한 부분은 괘씸하지만, 축구계에는 그보다 더 심한 선수와 에이전트가 존재하죠. 적어도 그는 훈련장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그라운드에서도 문제가 없었으며 적어도 자신의 앰블럼에 충성하는 모습을 플레이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또한 무리뉴를 따르는 선수이죠. 실제 시즌 초 인터뷰에선 무리뉴를 위해선 두 다리를 자를 수 있다는 조금은 오글거리며 과장된 인터뷰도 했었을 정도니까요. 어찌되었든 무리뉴의 남자로 맨유 이적 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보드진의 규정을 무너트린 재계약, 이는 무리뉴에 대한 신뢰이자 그에게 선수관련 전권을 주었다는 얘기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약입니다.


# 3. 전술명 '펠라이니'가 다시 가동될 수 있다.


펠라이니의 재계약에 앞서 프레드의 영입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사실상 캐릭은 전력외 선수였고 이제 기존 선수층에 프레드까지 추가된 상황입니다. 펠라이니에겐 주전경쟁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하죠.

아마 펠라이니가 선발로 나서는 건 극 소수의 컵경기가 전부일겁니다. 그러나 그는 아마 모든 경기를 소화하긴 하겠죠. 후보선수 교체투입으로. 펠라이니도 재계약할 때 분명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 선발로 뛰긴 더 어려워질 시즌임을. 그러나 후보로 매 경기를 뛸 순 있겠죠. 무리뉴에게 그는 경기 70분에 투입되어 세트피스 수비를 강화하고, 굳게 잠근 상대를 공략하기에 최적의 자원이기 때문이죠. 


그가 패싱이 좋지 않기에 그를 비난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다만 선발이 아니라 오직 후보로 매경기를 소화한다면 그만한 선수가 없죠. 펠라이니는 단순히 키가 크고 힘이 좋은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정도의 신체적 능력은 당장 마티치도 갖췄습니다. 그러나 마티치가 펠라이니와 같은 박스 장악력을 보여주진 못하죠.


펠라이니를 대체할 후보자원은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후보가 아니라 즉시 주전감에서도 그와 같은 박스 장악력을 보여줄 선수는 미드필더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공격수나 수비수에선 찾을 수 있겠죠.

이에 추가로 읽어보실만한 글이 있습니다. 16-17 시즌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king978/220901033130

무리뉴 부임 후 에레라가 맷 버스비 상의 주인공의 활약을 보이기 이전, 포그바의 퍼스트 파트너는 펠라이니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역시나 펠라이니의 패스 공급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펠라이니는 캐릭에게 주전자리를 내주었죠. 이후 펠라이니는 교체 선수로 주로 기용되었습니다. 그 즈음 무리뉴는 펠라이니를 활용할 다른 방안을 보여주었죠. 조금 더 전진된 미드필더, 중간 과정은 생략한 상대 박스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으로 펠라이니를 활용했습니다. 위 링크의 글을 한 번 참고바랍니다.


제가 펠라이니를 더욱 원하는 것은 그가 '미드필더' 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축구가 발전하면서 승리를 위한 접근은 2가지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공을 주지 않으면 상대는 공격을 할 수 없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위는 전형적인 크루이프, 펩의 마인드죠.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를 강화해 더 점유를 늘려 상대의 기회를 다 뺏어버리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흔히 말하는 버스주차입니다. 잠가버리기. 이기던 경기도 끝까지 점수를 지키지 못하면 승점을 뺏기게 됩니다. 이는 지난 벨기에 vs 일본의 월드컵 경기에서 보실 수 있었죠. 최근 축구에선 잠그는 것 또한 능력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잠글 수 있을까요?

수비수 늘리기? 이 또한 방법일 수 있지만, 사실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왜냐, 4백으로 수비 대형을 연습한 선수들에게 센터백이 한 명 추가된다? 이게 꼭 수비의 강화로 직결될까요? 오히려 전술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윙어를 윙백으로 바꾸거나, 체력이 소진된 윙어를 수비적 기여가 가능한 윙어로 교체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 경우 카운터 어택도 더 강화되겠죠.  두번째는 중원을 강화하는 것 입니다. 중원을 늘려 수비 라인의 간격을 더 좁히고, 체력이 쌩쌩한 선수는 더 많이 뛰며 상대의 중거리 슛을 압박하는 등 더 안정적인 잠그기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위는 이기고 있을 때의 교체이죠. 지고있을때는 어떨까요?

이 경우는 팀의 색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제공권의 강점을 갖춘 선수의 투입은 언젠가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공격수를 투입하죠. 보통 공격수가 타게터인 팀이 많으니까요.

다만 이 부분은 극 후반이 아닐 경우 밸런스의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공격자원 투입으로 승점 0점이 승점 1점이 되는 것 자체가 성공이지만, 따라잡고 경기 밸런스가 무너지면 재 역전의 가능성도 열리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펠라이니의 존재를 높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펠라이니는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입니다. 다만 후반 교체 투입시 중간과정은 생략합니다.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볼 배급은 사실상 생략하죠. 지고 있을 때 그는 상대 박스로 진입해 우리팀 스트라이커에 대한 견제를 줄여주고 직접 득점을 노립니다. 

https://blog.naver.com/king978/221313769277

위 글은 포그바와 펠라이니의 존재가 루카쿠에게 주는 영향을 언급하는 글입니다.

실제 지난 시즌 유나이티드는 루카쿠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진은 박스로의 진입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상대 입장에선 루카쿠를 막으면 박스내에 위협을 차단하는 것이죠.

다만 미드필더가 조금 특별했습니다. 포그바와 펠라이니는 박스에 적극적으로 진입했죠. 실제 위 글에 기록이 있지만 에레라가 선발로 뛴 경기에 비해 포그바나 펠라이니가 뛴 경기에서 루카쿠의 공중볼 경합 횟수와 팀 전체 공중볼 경합횟수가 컸습니다. 박스에 진입한 펠라이니의 존재가 루카쿠에게 박스내 압박을 줄여주기 때문이죠.  펠라이니는 이후 경기를 뒤집었을 땐 자연스레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기고 있을 때도, 전봇대가 되어 상대의 공중볼 공격을 차단하고, 활동량을 기반으로 중원을 쓸어 담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펠라이니가 교체로 경기에 투입되었을 때 보여주는 모습이죠.


선발은 몰라도, 후보 교체 투입으로 상대 박스를 위협하고 밸런스도 갖출 수 있는 자원은 절대 흔치 않습니다.


# 4. 향후 이적시장에 큰 기여가 될 수 있다.


이적시장에 앞서 무리뉴는 은퇴하는 캐릭의 자리를 채울 미드필더 한 명을 영입할 것이라 했습니다. 

추가로 펠라이니의 재계약에 실패하면 한 선수를 더 영입해야한다고 말했죠. 펠라이니는 재계약을 했고, 프레드의 영입도 성공했습니다. 무리뉴는 더 이상 중원 보강에 이적료를 소모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다른 포지션 강화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하죠.

또한 이번 여름에 펠라이니를 보냈다면 맨유는 이적료 수입이 0원 입니다. 그러나 이번 계약에서 2+1을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이적료를 받고 이후에 이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펠라이니 본인도 중국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펠라이니의 신체적 조건은 아시아 리그에선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근 몇 년 안에 중국팀의 오퍼가 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그가 맨유에서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커리어 마지막에 중국팀을 뛰며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도 괜찮겠죠. 맨유 입장에선 거대한 중국의 이적료를 얻게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단순 2년 계약이 아닌, 2+1 이기 때문에 이적 오퍼를 기다리다가 연장을 할 수 있죠.

함께하는 선수를 판매한다는 전제로 글을 쓰는 것은 불편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펠라이니는 결국 중국시장으로 건너갈 듯 합니다. 맨유 입장에선 올해 0원보단 뛰어난 Sub 그리고 이후 창출 가능성 높은 이적료까지 고려하면 이 재계약은 금전적으로도 긍정적 요소가 큽니다. 당장 올해의 이적료도 세이브했기에, 구단은 더 공격적인 금액으로 오퍼를 넣을 자신이 생기겠죠. 


# 글을 마치며,


그가 만약 주전 보장을 요구하며 언플을 이어가던지, 팀 사기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재계약은 긍적적인 요소가 참 많습니다. 분명 펠라이니 선발은 좋은 경기력을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후보로 이만한 선수가 없죠. 실제 펠라이니가 뛰었던 PL 이번시즌 경기의 승률은 엄청납니다.

물론 펠라이니만으로 판단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가 후반에 등장하여 주는 존재감은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납니다. 그를 주전이 아닌 후보로 바라보세요. 이만한 후보가 어딨을까요



처음 작성한 브런치 글,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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