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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화면 안에
가보지 못한 곳
경험하지 못한 삶
입어보지 못하고 먹어보지 못한 게
넘치고 흘러내리니까.
나는 계속 부족한 사람이 된다.
마음만 분주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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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다가 하는 사회생활
너무 고자극이라서
조용한 것만으로도
한적한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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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프로필을 누가 보는지
작은 꼼수만 쓰면 알 수 있대.
그 순간 나는 너를 떠올렸지.
내 목록에는 여전히 네가 있어.
그래서 나는 너와 함께 사는 고양이 얼굴도 알지.
너는 어떤지 궁금해.
내 프로필을 한 번쯤 눌러봤다면
내가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알겠지.
나는 우리가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되었는지
어쩌다 모르는 사이가 되었는지
한 번은 다시 얘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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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날들과
그럴듯한 핑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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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봤는데 오기가 생긴다.
올해 나는 사주는 모든 걸 빼앗긴대,
속상해말고 납작엎드려 다 내어주래.
하지만 이상한 심보는
기어코 반대로 해내고 싶어져.
갑자기 활활 타올라.
돈도, 일도, 사람도, 사랑도 다 쟁취해야지.
짐을 챙기는데 선생님이 말했어.
‘얌전한 척하며
남의 말 안 듣고 고집대로 하는구나’
사주팔자, 어쩌면 맞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