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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츠필름 Dec 06. 2018

당신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 봄이 오고 있어요

영화 <치킨은 날지 못한다> (2017)

치킨은 날지 못한다(Chickens Can’t Fly, 2017)

감독 : 조수연

출연 : 박수연(봄), 소개팅남(원승재), 우쿨렐레남(정준화)

러닝타임 : 13분

-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7)


<시놉시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봄은 우연히 소개팅에 나간다. 봄에게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


배우 박수연이 들려주는 영화 <치킨은 날지 못한다> (2017)

환상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요. 꿈이거나 현실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 이야기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세상의 이야기는 너무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가 많아요.

 

언제는 사는 게 팍팍하다며, 야, 연애하면 나아질 수 도 있어.

봄(박수연)이는 치킨 옷을 입고 닭 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찌든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의 권유로 소개팅을 하게 됐어요.

닭소리가 나요. 알람 소리인 것처럼 1시 소개팅에 11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려고 했죠. 

집으로 배달 온 닭을 찍을 때 정말 무서웠어요.  닭이 ‘빼꼼’ 나오기가 힘들어서 여러 번  슛을 갔어요. 닭이 귀여운데 실제로는 엄청 컸어요. 봄은 그렇지만 불쌍한 걸 느끼고 있어요. 꺼내 주고 싶고 봄이와 같은 처지처럼 보여요.  

11시에 소개팅이었는데 늦잠을 자고 있어요. 사실 6시까지 알바를 하느라 너무 피곤한 상태의 봄이에요. 

벚꽃 날리는 걸 찍고 싶었는데 날이 좀 흐렸어요. 얼굴을 찌푸려졌는데 밝은 낮이 대조적으로 보여요.     

제 앞에 봄이 성큼 다가왔네요.

남자는 1시간을 기다리죠. 소개팅남은 화내야 하는데 저럴 때가 아닌데 사자성어를 써가며 요상하게 굴죠. 물을 먼저 마시니까 봄이도 마시게 돼요. 어색하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것 같죠.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소개팅남의 대사와 행동이 다 어색해요. 환상적인 요소를 위해서 연출된 거예요. 왜 꿈에서는 다 가능할 것 같잖아요.      


꿈을 꾸면 모두 가능하죠.

오이도의 바다 장면을 찍을 때 사실상 그 전 장면과 1달의 차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머리가 너무 많이 길었어요. 촬영 날 바닷가 옆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어요. 금방 자른 것 같은 깔끔함이 있어요. 

환상성을 주기 위해서 찍고 난 후에 ‘뽀샤시’ 효과를  넣었어요. 촬영을 할 때는 제가 어떻게 어색하고 그랬는데 막상 영상이 나오고 나니까 반짝반짝하게 예쁘더라고요.      

남자 주인공과 봄이가 함께 춤을 줘요. 꿈에서는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남자가 잘 추고 제가 더듬더듬 남자의 리드를 받아요. 계속 환상성이 유지가 돼요.  


오이도행 이게 복선처럼 작용해요. 처음 바다 장면은 실제 오이도를 갔을 때였어요. 한 달 뒤에 오이도는 날씨가 너무 흐려서 오이도가 아닌 맑은 바다로 가서 춤추는 장면은 찍었어요. 

봄이는 전철에서 졸면서 깨어나고 손에 들린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통화가 13통이 있죠. 

저는 혼자 오이도에 내린 봄이의 마지막 샷을 좋아해요. 달콤하지 않으면서 씁쓸한데 차가운 느낌, 꿈이 깼지만 얼떨떨한 느낌이에요.      

치킨은 날지 못한다.


는 규정짓는 말이 아니에요. 결국 치킨은 날지 못했을까요?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은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에요. 

봄이는 성큼 다가온 봄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요. 벚꽃이 내리고 우리는 새로운 세상 앞에 매번 낯설 수밖에 없어요.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면의 과학>(2006, 미셀 공드리)이나 <아멜리에>(2001, 장-피에르 주네) 같은 귀여운 소품이나 판타지를 좋아해요. 

단편영화를 보게 되면 특성상 단시간 안에 의미를 내포해야 해서 완전히 가볍거나 완전히 무겁거나 한 작품이 많다고 생각해요. 적당히 유쾌감을 주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한 작품을 골라야 하니까 무거운 드라마 있는 내용을 하는 것보다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기회에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즐거운 기분만 남아있는 영화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현장 자체만도 부드럽고 즐거움만 있었던 영화로 저에게 기억되어있어요. 그런 느낌이 여러분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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