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
휘어 잡히는 날들이 있어요. 어떤 날은 밤새워 마신 술 때문이기도 하고, 그때 울었던 울음소리 때문이기도 해요. 귓속을 계속 맴돌게 되잖아요. 계속 잔해를 남기면서 휘몰아치는 날들. 그날의 분위기, 배우 김희를 만납니다.
저는 독립영화와 연극을 같이 하는 배우 김희입니다.
<기쁜 우리 젊은 밤>(2017)에서 인상 깊게 봤어요.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성의 있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연기는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때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공연도 했고 어릴 적부터 어딘가에 서고 무언가를 따라 하고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극 영화과로 입시 준비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대학을 삼수했어요. 삼수를 하는 동안 연기에 대해서 ‘평생 하고 싶다, 이렇게 사랑하는 일을 또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입시를 꾸준히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들어간 대학을 금방 자퇴해 버렸죠.
그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입시요강 같은 것 있잖아요. 입학할 때 요구하는 것이 예를 들면 다리 찢기를 한다거나, 성적을 본다거나. 저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어요. 연기하고 싶어서 준비하는 요건들의 기준이 회의는 아니지만 어려웠어요. 특히 다리 찢는 일은 너무 무서워서 고등학교 때는 도망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정규적인 과정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살면 결국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학교와는 멀어진 것 같아요.
연극영화과 입시가 그런 것이 있군요. 저도 사실 성적 보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연기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카페에 가서 혼자 앉아서 책 읽거나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책누나’라는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어요. 조금 더 쉽게 책을 알리고 접하게 하려는 취지의 단체예요. 시설에 가서 다양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도 있고, 가정사가 있거나 어려운 아이들도 있어요.
요즘 동화책이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단어도 있고 영어 유치원 다니는 애들은 저보다 영어를 훨씬 더 잘해요.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생겨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읽어주지 않고, 구연동화하듯이 읽어요. 연기 연습도 되고 아이들이랑 계속 같이 있다 보니 제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순수함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랑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오다 보니, 취지나 다른 부분들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이 돼서 좋아요.
처음 찍은 단편 영화 기억나시나요?
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동국대학원에 중국인 감독님의 작품인 무성영화를 찍었었어요. 정확히 그 영화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시기에 ‘독립영화 하고 싶다’, ‘영화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에는 제가 하는 일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생각들이 없어졌어요. 영화를 대하는 자세나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하게 된 거죠.
그리고 제 마음속의 첫 작품은 학교를 와서 참여하게 된 <헤어지는 연습>(2016)이라는 작품이에요. 음향 문제 때문에 전부 후시 녹음을 하게 되어서 아쉬웠어요. 중간마다 반응하고 있을 때 대사가 조금 어긋나는 느낌이 있지만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때 이후에 이형주 감독님과는 네 작품을 더 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요.
배우나 스텝들이 마음이 잘 맞으면 계속 함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감독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있었나요?
학교에서 영화과 선배의 영화를 촬영했었어요. 그때 이형주 감독님이 촬영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을 보면서 사람이 굉장히 섬세하고 안정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을 전공하신 분도 아닌데 허투루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제가 매혹된 것 같아요. 그래서 군대에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페이스북 메시지로
‘제가 나중에 학교에 계속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를 계속할 거예요. 형도 영화를 계속하고 있다면 나중에 꼭 함께해요’라고 보냈어요.
그리고 저도 그간 열심히 하고 있었고, 감독님이 군대에서 <헤어지는 연습>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오셨더라고요.
이형주 감독님과 다른 작품 이야기도 해주세요.
<피엠피>(2017)
굉장히 찌질한 역할이었어요. 저를 더 내려놓고 끌고 내려와야 했어요.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까, <북촌방향>이라는 영화 보면 유준상 배우 분 있잖아요. 하나의 에피소드를 봤을 때는 역할이 영화에서 영향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어떤 묵직한 흐름 같은 게 남는 거예요. 저도 그런 역이었던 것 같아요. 나눠서 보면 눈에 띄지 않고 유하게 나오는데 결국 가고 있는 사람인 인물이에요.
그 외에도 <병신년>이라는 작품과 자동차 대여를 해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렌팅>이라는 작품을 함께했어요.
비슷하면서 다른 역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연기하는 데 있어서의 자신만의 강점이 있을까요?
캐릭터를 받았을 때 이입돼서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저는 저처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원하는 일이 실제 자신과 비슷한 역할일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역할에서 강점이 드러날 테니까요. 저도 저와 잘 맞는 역할을 만나서 저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어떤 배역이 강점이 잘 나타날까요?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디쯤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확히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더 매력 있게 보이고, 더 보여줄 수 있는지 말이에요. 아마도 더 많이 연기하고 더 많은 시간 카메라 앞에서 고심해야 할 것 같아요. 날것 같고 건들건들한 느낌. 개구쟁이 같고 밖으로 활달한 배역이요. 유하지 않고 강한 것도 아니지만 분위기가 묻어나는 역할에 대해 매력을 느껴요.
연기를 계속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뭔가요?
우선을 연기를 사랑하고 즐거워해요. 하지만 조금 더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전에 누가 저에게 ‘희야. 어른은 그냥 어른이 아니야,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어른이야’라는 말을 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말을 해주실 때 저를 굉장히 북돋아 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너 잘될 것 같아, 너 너만의 느낌이 이서’ 그런 말이 처음에는 부담됐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그 말을 듣자 자만심이 아니라 자긍심이 되더라고요. 자신감 있어 보이는 태도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게 더 원동력이 돼요. 더 놓지 못하고 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동네 친구들 응원이 가장 큽니다.
기억남은 촬영장 에피소드는 뭐가 있을까요?
<기쁜 우리 젊은 밤>(2017) 할 때 세 명이서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운전을 하고 뒤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어요. 물론 거리도 확보하고 안전하게 촬영됐지만, 제 손에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하더라고요.
그리고 <피엠피>에서 마지막의 10분의 롱 테이크로 촬영된 술 먹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 전에 연기나 시나리오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영화여서 연구를 했어요. 그래서 소주를 세 병 정도 마신 상태로 촬영을 했어요. 확실히 있는 대사들만 빼고는 전부 즉흥적이었어요. 캐릭터의 찌질하고 불쌍해 보이는 느낌이 취한 느낌과 잘 어우러졌지만 실제 연기할 때는 어러웠던 것 같아요.
출연작 중 더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었나요?
저만 보면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피엠피>를 함께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할 텐데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 있을까요?
모든 감독님을 만나보면서 더 넓은 시야를 얻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님은 류승완 감독님이에요.
장르의 영화를 뽑으라고 하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요.
요즘은 느와르 장르에서 범죄, 액션 영화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순간의 생각이고, 저는 아직 계속할 것이라서 단편영화를 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우고 싶어요.
독립영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열정이 많아요. 무슨 일이든 자신감 있게 하려고 하고 그래서 그런지 독립영화라는 말도 너무 저에게는 열정적인 단어처럼 느껴져요. 저에게 있어서는 모든 현장이 열정 넘치고 즐거워요. 그래서 매력적인 것 아닐까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일이라서요.
의기가 넘치는 느낌이 들어요. 인생의 좌우명 같은 게 있을까요?
“하면 된다.”
아주 어렸을 때 본 영화의 제목인데 그때 이후로는 입버릇처럼 말하는 말에요. 하면 된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아멘
배우 김희 필모그래피
연극
2016
<방과후앨리스> 복남열 역
비상공연예술제작소 - 장소 : 윤당아트홀, 아트원씨어터 3관
<악의얼굴> 이상호 역
경험과상상/극단행 - 장소 : 스타시티 마리카 3관
앵콜공연 연극 <악의얼굴> 임재하 역
경험과상상/극단행- 장소 : 스타시티 마리카 3관
2018
<대니 앤 더 딥 블루 씨> 대니 역
한국 초연 극단칠꽃- 장소 : 노을소극장
영화
<나비효과> 2016
<헤어지는연습> 2016
<피엠피> 2017
<기쁜우리젊은밤> 2017
외 <렌팅>, <검은담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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