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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츠필름 Aug 23. 2018

당신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 관계에 대하여

영화 <나와 당신>(2017)

나와 당신(All I ask, 2017)

감독 : 박규리 

출연 : 한해인(무진)

러닝타임 : 27분


-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 제22회 인디포럼


<시놉시스>

무진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엄마의 편지를 발견한다. 외할머니의 죽음을 알리러 처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가는데… 

배우 한해인이 들려주는 영화 <나와 당신>(2017)

다빈 첫 장면에서부터 애정이 많이 갔던 건 영화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빛을 담아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톤이나 분위기가 처음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빛이 주는 느낌처럼 반대로 첫 장면이 굉장히 비극적이게 보이기도 해요.


해인 감독님께서 무진이 ‘집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 것 같아?’라고 물었어요. 제가 텅 빈 공간에 있을 때 저런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많았어요. 저도 굉장히 애정이 많이 가는 장면이에요. 감독님의 스타일이 스며드는 부분들이 있어요, 풍경이나 공간을 담아내는 방식이나, 공간에서 직접 영감을 받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도 상황과 공간도 그날에 따라서 저에게 맞춰지거나 변경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다빈 새하얀 벽을 두고 하니 오히려 강조되는 느낌이 있어요. 사적으로도 여쭤봤었는데 영화 <이다>(ida,2013)에서 구조적으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해인 감독님께서 대사가 한두 줄인 장면에서도 자주 저에게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물었어요. 저도 저 자신에게 묻기도 했고요. 무진이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동네의 허름한 분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장면이 있어요. 중학교 때 동창들이 예전 생각나서 찾아온 분식점이죠. 그 친구들은 취업준비를 하고 태국 여행 갔다 온 이야기 해요. 무진이 일하는 모습과 대비돼서 쓸쓸함과 외로움의 정서를 계속 가지고 가는 거예요. 촬영 때는 부엌에서 일을 오래 한 것처럼 익숙해 보였으면 좋겠는데 저는 어색해서 어려웠어요.


다빈 생각보다 김밥 잘 써는 모습에 저는 놀랐어요^^; 

인물의 위치와 얼굴을 보여주는 방식이 관찰할 수 있게 하는데, 한쪽 구석에 인물을 두거나 뒷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아주 멀리서 롱숏으로 인물을 담아내거나 하거나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컷이 많지 않지만, 이 정도 일관성이 있으면 의도했다고 생각돼요.


해인 감독님이 가진 정서를 믿고 있었고 대부분 현장에 직접 가서 감독님이 직접 카메라를 잡으시고 ‘여기서 이런 거 해볼까?’ 하면 알겠다고 했어요. 공간 속에 담겨있는 인물의 느낌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다빈 확실히 계속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가려준다더니 거울에 비친 컷들이 거의 일관되게 인물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이런 모습 때문에 무진이 보통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해요.


해인 동네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무진이 성격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할머니랑 둘이 살아서 외로움도 많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텐데,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하게 친구를 만나서 웃는 모습에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고 사실은 잘 웃고 밝게 살려고 하는 것이 보여요.

해인 무진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만나고 나서도 잘 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빈 처음 엄마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일상의 시간을 조금 더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관객들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알 수 없게요. 거의 걷고 서서 어딘가를 바로 보고 하는 컷이 반복적으로 나오네요.


해인 풍경 속에 인물이 있잖아요. 그래서 연기할 때 시나리오에도 명시되지 않았는데 제가 계속 걷고 있으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할 때는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보통 연기를 하면 이 장면의 목적성 같은 그것들이 그려지잖아요. 정말 잘 안 그려졌었어요. 남보다 못하게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모녀의 어색한 사이, 그리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이 비슷했어요. 예측이 잘 안 되고 방황하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이 그런 걸 더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다빈 항상 가려져 있는 것처럼 인물을 담아요. 보면 은근한 빛과 어둠을 대비, 그림자 통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요. 엄마는 어떤 사람으로 짐작을 했었나요?


해인 제가 느끼기로는 '이 시대에 굉장히 주체적인 여성이었다.'라고 생각했어요.

무진 할머니 돌아가셨어요그래서 온 거예요.     


해인 굉장히 어려운 대사였어요. 처음에는 애써 반가운척하려고 했고, 매우 무겁게도 말했는데 감독님께서 전형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찾아보길 원하셨고, 함께 고민을 한 결과 무진이가 평상시에 남 앞에서 밝아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면을 강조해보기로 했어요. 진짜 마음은 숨기고 계속해서 방어벽을 치고 있는 거죠. 살아온 삶을 생각해 보았을 때에도 무진이란 아이는 그럴 것 같았어요. 에너지 있게 움직이는 감정들을 가슴 깊숙하게 빨아들일 줄만 알지 흘려보내지는 못하는. 그러니 남 앞에서 얼굴로 할 줄 아는 건 웃는 것밖에 못 하는 거랄까. 남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사람이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너무 어려웠어요.


다빈 엄마와 나는 닮아야 하는가? 일종의 잘못된 신화라고 생각하거든요. 모성이라는 것에 대해 학습된 그것이 있어서 전형적으로 바라는 게 있는 거예요. 하지만 오랜만에 봤을 때는 정말이랄 것 같아요. 이게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엄마와 무진 사이에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잖아요.

엄마 집에 언제 갈 거야?


해인 엄마이기 전에 여성으로 사는 사람이니까, 이 반응이 더 자유로운 것 아닐까 생각돼요. 사실 엄마로 사는 삶을 버리고 자기 삶을 찾으러 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무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냉정하게 말하면 많이 불편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사람도 역시 표현에 매우 서툰 사람이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해요. 아니면 아주 솔직 하거나요.


다빈 무진의 배경을 나무로 한 것처럼 엄마는 배경은 벽으로 활용한 것도 염두에 둔 것 같아요. 진폭이 없잖아요.


해인 무진과 엄마의 서로 다른 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빈 둘 사이에 오가는 대사들이 원했던 대화를 하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컷을 이렇게 하는 게 감독들이 생각을 못 해서 하기보다 쉽지 않으니까 일관적으로 계속 잘 담으니 설득돼요. 감독님이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 같은 게 있었나요?


해인 원하는 스타일이 있었다기보다 저라는 사람에서 많이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다빈 막상 하라고 하면 굉장히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해인 대사들이 좀 더 있었던 장면들이 있었어요. 엄마가 무슨 일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어렸을 때는 너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또 엄마는 왜 계속 그러고 사냐의 질문을 했었던 대화들이 있었어요. 삶의 가치관들이 드러났던 대사들이 있었는데 둘 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부분들은 제외됐어요.

  

다빈 사운드가 동시녹음만 들어있는 것에 이어서 그런지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해인 정면에서 온전하게 둘을 담고 있는 장면이 유일했던 장면이 있어요. 둘이 식사를 하고 대청마루에 앉은 장면이에요. 눈이 너무 부셔서 걱정이라고 했었던 상황이었는데 표정이 대비되게 찍혔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웃고 밝은 사람인데 엄마는 앞에서는 일관된 아이로 남아있는 애인 거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오해했을지도 모르는 상태 그대로 남아있어요. 마지막 얼굴이 가까운 장면이요. 여러 가지 버전 있었어요. 감정이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관객의 몫을 좀 남겨둔 여운 있는 장면이어서 저는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빈 제목도 <나와 당신>이고 생각을 교류할 수 없는 것처럼, 나와 당신은 다를 수밖에 없는,  간극이 좁혀질 수 없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해인 나와 당신을 다시금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는 시나리오와 저의 의견이 반영되어 유동적인 작업과 영화에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만큼 저의 정서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고 하는 건 보시는 관객분들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남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금도 그렇지만 함께한 모든 분과 좋은 인연이 되었고, ‘영화’라는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한 넓은 관심을 끌게 되었던 것 같았어요. <나와 당신> 어떻게 보셨나요?


코멘터리 도움 :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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