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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먼츠필름 Aug 17. 2018

[인터뷰] 바다를 담은 배우, 한해인

배우 한해인


연기를 계속해오고 있는 한해인입니다.


이름이 본명이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 이름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해’라는 한글을 좋아하는데 ‘해’ 자가 들어가는 한글 이름이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한자로도 ‘해(海)’가 ‘바다 해’ 가 있으니까 해인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한글 해와 한자의 바다의 기운이 너무 좋다고 느꼈어요.


확실히 비슷한 느낌의 이름이 많지 않다 보니, 기억되기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인터뷰 진행하는 날이 필름다빈에서 진행하는 ‘한해인 배우전’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해요. 집중적으로 출연하시는 작품만 배우전을 하게 되신 경우는 처음이잖아요.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우선은 너무 걱정이 많이 됐어요. 피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제가 참여했던 작품들을 연달아 보면, 저의 장점도 보일 테지만 단점도 함께 오픈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나은 연기, 다양한 느낌의 영화들, 어느 정도 시간이 쌓였을 때 보여드리는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기회에 감사하고 어쨌든 영화마다 그 영화를 사랑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그리고 그 영화를 한 번 더 상영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경험에 대해 생각했을 때 사실 연기를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영화만 집중적으로 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3년 전부터 영화만 집중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지냈었는데 지금 상영하는 작품들도 그렇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받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해요. 아직도 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기분이 들었어요. 이번 배우전을 한다고 정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시던 분들에게 연락을 드릴 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결정적 순간이 있었을까요?

어렸을때는 성격이 남 앞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그땐 끼가 많아서 겁도 없고 자연스럽게 나는 이제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꿈을 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연극반을 했어요. 그때 완전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누군가와 이렇게 감정을 교류하고 표현하는 일을 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내가 만약 라면만 먹고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을 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연극영화과 쪽으로 알아봤어요.


연극, 영화를 두루 경험한 배우가 된 거네요.

근원적으로는 다르지 않겠지만, 무대 연기할 때 영화화할 때의 고민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우선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촬영을 못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그 감정선을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연극은 흘러가는 순서에 맞게 진행되는데, 영화는 조금 더 치밀하고 섬세하게 접근하려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표정이나 작은 것들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 많아서 자세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연극은 관객과 배우 두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더 책임감이 많이 필요로 하게 되는 작업 같기도 해요. 그래서 ‘배우 예술’이라고 하나 봐요.

연극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니, 무언가를 계속 쏟아내는 느낌이 몸으로 계속 들어요. 영화는 이성을 가지고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것이 저에게는 다르다고 느껴져요.


그럼 영화에 한동안 집중하실 예정인가요?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고, 그걸로 위로받고 사는 사람이라서 그 안에 있으면 너무 감사하고, 계속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다른 인터뷰에서 샤 를로트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미셸 윌리엄스 (Michelle Ingrid Williams), 줄리엣 비노쉬 (Juliette Binoche) 세 배우를 좋아한다고 봤어요. 요즘에는 좋았던 영화에 배우가 있을까요?

최근에는 루니 마라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캐롤 (2015/토드 헤인즈 감독)」에서 주는 회색의 느낌이 좋았어요. 그리고 <자유연기> (2018/김도영 감독)에서 강말금 배우님 보고 정말 감동받았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제가 최근에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2014/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라는 작품을 봤는데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할 정도로 빠진 배우예요. 예쁜 얼굴을 떠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배역이 있다면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언급하신 배우들이 주는 공통점은 차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주체성이 담보되어있는 여성 캐릭터의 느낌이에요. 이분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어떤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배우들이라는 느낌이 들고, 주체적으로 눈앞의 화려함 같은 것들에 휩쓸리지 않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료 배우에게도 영감을 받기도 하시나요?

항상 도움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만났던 문혜인 배우님, <너와 극장에서> (2017/유지영 감독, 정가영 감독, 김태진 감독) 나오는 배우분들, <밤의 문이 열린다> (2018/유은정 감독)의 전소니 배우님 다 언급하기도 어려운 많은 분들에게 계속 자극과 영감을 받게 돼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제가 갖지 못한 매력들, 노력을 보면 그분들이 위대하게 느껴지고, 저 또한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어떤 역할에 어떤 방법을 비추어지는지 알고 있잖아요. 혹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거나,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배역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까요?

케이트 블란쳇 배우가 하는 작업을 사실 모두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블루 재스민> (2013/우디 앨런 감독)의 재스민 역할은 너무 해보고 싶어요. 밥 딜런 역을 했던, <아임 낫 데어> (2008/토드 헤인즈 감독)도 너무 좋았어요. 아직은 저의 나이도 그렇고, 다른 분이 봐주실 때 제 이미지에서 오는 어떤 약한 면?을 더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다른 부분들은 앞으로 제가 더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캐릭터 메이킹이 되는 배역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를 하면서 연기 방식이 정해 있지 않지만, 그동안 해왔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배역을 결정하고 발전을 시키는지 궁금해요. 캐릭터 연구에 대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대본을 보면 캐릭터의 색깔이 어느정도 보이잖아요. 그 부분에서 제가 연관되거나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상태 같은 것들을 대입시켜보게 돼요. 조금 더 구체화 시켜서 친밀하게 만들기를 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배경을 사용하기도 하나요? 아니면 시나리오에 더 집중적인가요?

사실은 시나리오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나와 너무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이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만났을 경우는 구체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들어요.


어떤 기질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잡초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눈에 안 띌 수도 있고, 이목을 끄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많은 면이 있지만, 꾸준함이 있어요. 무언가에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그거 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성질이 저의 생존법이 아닐까....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해요.


최근에 연출하셨다고 들었어요. 배우로서 할 때와는 다를 테지만 어떻게 느끼셨나요?

즐겁기도 했는데 괴로웠어요. 촉박하고 여건도 안 좋고 그래도 배우만 할 때는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어요.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는, 어디로도 피할 수 없는 결정권 같은 거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괴로우면서 뜻깊 은 작업이었어요.


연출자로서 떠오르거나 공부를 할 때 참고했던 작업이 있을까요?

느낌대로 가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출하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가제가 <우리의 실수>에요. 임신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제 편집을 할 단계예요.


연출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게 있었을까요?

연기적인 목마름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주체성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다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에 가까운 작업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한국사회의 여자배우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표현하는 방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여성에 관한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케이트 블란쳇 배우도 이번 칸영화제에서 거의 행진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카테고리를 계속 묶는 건 좋지 않지만, 여배우에 대해서 여성영화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나요?

이 단어들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껴요. 제가 바라는 세상은 정말 여자배우들이 가득 나와도 여성영화로 분류되지 않는 영화인 거예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관한 탐구로 읽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 부분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에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들이 커지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이야기들을 더 찾아내고 싶고 의지를 보태고 싶어요.


여자 캐릭터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해서 주체성이 담보되는 건 아니잖아요. 확실히 필모나 활동들에서 보면 그런 캐릭터들을 찾고 있는 게 보여요.


한해인 이라는 배우와 일상의 한해인을 구분해서 지내시는 편이신가요?

항상 연기라는 것에 취해있다가 연기가 없을 때 너무 힘이 들었어요. 제 자존감과 배우였을 때 자존감이 딱 붙어있었거든요. 저는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제가 이름을 바꾼 이유도 그렇고요. 지금은 많이 시간이 지나서 성장했고 건강해졌어요. 배우 한해인 때문에 일상을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많은 분이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 자신으로서는 여러 가지 면이 있거든요.

여러 가지 부분들도 존중받고 싶어요. 나중에 진짜 저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작업하지 않을 때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어려웠던 시기에 그림을 그려서 감정을 풀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강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놀아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꼈던 게 강아지가 제 말을 듣고 서로 소통을 하고 강아지가 변하는 과정들을 보게 되는 게 너무 행복해요.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 여쭤보려고 했는데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그림이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일을 시도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실제 자신과 가장 비슷한 배역을 맡은 영화가 있을까요?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저는 제가 너무 다중이 같아요. (웃음) 만나는 사람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다른 사람 있잖아요. 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여러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라는 사람 자체가 완벽히 일치하는 배역을 만나기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 <나와 당신> (2017/박규리 감독)에서 저의 일부분이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었나 싶어요.


저라는 배우를 아직 많은 분이 모르시지만,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는 한 사람이에요.

다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될게요.


인터뷰어_ 필름다빈

장소 협조_에무시네마 

촬영_조상준


배우 한해인 필모그래피

<좁은문> 2016

<나와 당신> 2017

<모모> 2017

<합의> 2017

<증언> 2017

<너와 극장에서> 2018

<밤의 문이 열린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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