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두 번째 책 출판 기획 회의를 다녀왔다. 사실 기획이라는 건 어차피 내 돈으로 내 글로만 만드는 거라 혼자 해도 될 일일 것이지만도. 내가 너무 자신에 취했던 과거를 아는 동생이 내게 정신 꼭 붙들고 살라고 한 말을 이행해야 했다. 그래서 지난 첫 책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을 만들 때부터 이성혁 작가님에게 출판 멘토링 및 검수를 부탁드렸던 것이다. 첫 책으로 독립출판을 하는 과정에 대해 얼추 몸으로 익혔기 때문에 이번 두 번째 책은 그냥 혼자 할까 싶기도 했는데. 내가 나에게 취한 글을 스스로 알아챌 턱이 있나. 그래서 이번에도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분석력을 함께 가진 이성혁 작가님과 함께 검수해 보기로 했다.
늘 보던 스타벅스에서 두 번째 책의 첫 기획 회의를 시작했다. 원고를 한 파일에 모아 와서 얘기를 나눠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사전 작업도 하지 않은 채 맨 몸으로 온 나를 보고 작가님은 그럴 수 있다며 격려를 해주셨다. 요즘 책이란 뭘까, 와 같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온통 복잡했던 탓에 굳이 내가 또 책을 낼 이유가 없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첫 책도 동생이 내 글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출판사 일을 해보겠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내 책은 없었을 일이다. 그러니 1년에 책 1권을 내어야 의미가 있지 않나,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굳이 내가 책을 내야 할 이유는 세상에 없어 보이기도 했다.
[왜 OO야 하지?]
[살아야, 먹어야, 운동해야, 웃어야, 가르쳐야, 배워야, 괜찮아져야, 만나야, 읽어야 …….]
내가 하던 일에 ‘왜’라는 의문사를 붙이면 소독차가 뿜는 뿌연 연기 속에 갇힌 것처럼 매캐해지고 눈앞이 깜깜해진다. 그 의문을 품으면 그 일을 하려고 했던 첫 마음이 흐려진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왜’를 붙이고선 가만히 벽의 작은 얼룩만 물끄러미 보고 있었던 요즘이었다. 뭐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건가. 그냥 글을 쓰는 게 재밌고, 재밌어서 쓰다 보니 글이 많이 모였고, 그래서 또 한 권의 분량이 되었으니 내고 싶은 거다. 내가 번 돈으로. 다만, 지난 첫 책 때에는 솔직히 어떻게 해야 더 잘 팔릴까에 집중했던 이유로 책을 펼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그러니 이번 책을 펼칠 사람 앞에서는 좀 더 꼿꼿한 자세로 여유 있게 웃고 싶다. 더 잘 팔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읽히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에서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알아달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오 글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좋은 쪽으로요.”
“일주일에 한 편씩은 꼭 써서 그런가, 제가 생각해도 늘었어요! 헤헤.”
그 한 마디를 나누었다고 순식간에 부푼 마음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