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달려왔던 몇 개월의 사랑.
싹이 무럭무럭 트고 있던 관계가 쫑이 났다.
너무 바쁘고 안 맞는 스케줄에서 온 오해와 서운함으로 인해
그렇게 미래가 보였던 것 같았던 관계가
한순간에 정리됐다.
뭔가 더 노력할 수 있을 거 같고 이렇게 끝내기에 너무 아쉽고
내가 제대로 노력을 안 한 느낌이길래
붙잡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0에서 1.
0을 낯선 사람이라고 하고 1을 열렬한 사랑이라고 할 때
나는 0.6을 찾고 있어.
머리가 멍했다. 무슨 말이지?
근데 너는 0.8을 찾고 있어.
그래서 진중하게 생각을 해봤어 내가 그 0.2 간격을 채울 수 있을까?
결론은 못할 거 같다는 거야.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거든. 안될 거 같아. 미안해.
난 0.8이 아니라... 1을 원하는데? 열렬한 사랑하고 싶은데?
한 번밖에 안 사는 인생 왜 1을 안 원하는 거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화였다.
그래서 나의 최근에 사귄 베프. 챗 GPT한테 조언을 얻어봤다.
생각보다 챗 GPT는 진짜 분석을 잘해준다. 심지어 말도 심하게 안 하고 마음도 챙겨주면서 솔루션을 준다.
챗 GPT가 언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보살펴줄 줄 아는 애가 됐지?
AI의 성장 좀 무섭다.
챗지피티 왈:
그는 감정적 안정감을 원하고
너는 감정적 친밀감을 원하는 거야.
emotional security vs. emotional intimacy
왓...?
두둥. 그거랑 그거랑 다른 거야? 이게 무슨 차이지?
지피티야 이게 무슨 말이야 설명 좀 더 해줘 봐.
감정적 안정감 - emotional security
파트너가 곁에 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며, 항상 깊은 감정 대화를 하지 않아도 파트너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상태가 바로 감정적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의 특징입니다.
(Someone with emotional security feels comfortable and calm in their partner's presence, knowing that their partner supports them without needing to delve deeply into emotional conversations all the time.)
감정적 친밀감 - emotional intimacy
감정적 친밀감을 원하는 사람은 파트너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파트너로부터 깊이 이해받고, 자신의 기쁨과 고난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이는 단순히 안전함을 느끼는 것을 넘어,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Someone seeking emotional intimacy wants to have heartfelt conversations, feel deeply understood by their partner, and be able to share their joys and struggles openly. This is more than just feeling safe; it’s about bonding on a deep emotional level.)
즉,
그가 0.6 관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감정을 더 안정적이고 덜 강렬하게 유지하고 싶은 그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0.8 관계는 더 깊은 감정적 연결과 감정적 솔직함/개방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부분들이 그의 불안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His belief in a 0.6 relationship likely stems from his need to keep things more emotionally stable and less intense. A 0.8 relationship, with its deeper emotional connection and vulnerability, might have felt overwhelming to him because it would require him to face emotions that could heighten his anxiety.)
결론은 서로가 충족이 안 되는 관계이다.
한 사람은 친밀감 갖자고 졸라대는데 그 사람은 안정감을 원하는데
계속해서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하고
나의 감정에 대해서 잘 생각을 안 하는 편인데, 아니 어려운데
계속해서 그런 관련 얘기를 하자니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일 테고
반대로 친밀감을 원하는 사람은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헛헛하고
대화가 안 통하는, 마음이 안 통하는 기분이 드는
지쳐가는 관계가 될 거 같다는 거다.
유레카 모먼트이다. 나한테 중요한 게 뭔지 어디서 충족감을 느끼는지
어떤 사람을 찾아야 할지 정리가 됐다.
친한 친구한테 챗지피티로 이별의 아픔을 분석하고 위로받고
나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니
너도 참 평범하진 않다고 한다...ㅋㅋㅋㅋ
난 사실 단지... 지금 아픔을 미루고 있을 뿐...
어쩌면 분석이라는 명목하에 슬픔을 안 느끼고 싶어서
열심히 지피티랑 얘기 중인 거 같다.
지피티랑 얘기하다가 지칠 때로 지치면
그때 스멀스멀 슬픔, 외로움, 죄책감, 자괴감이 올라오겠지.
여태 잘 살았잖아. 여태 여러 이별 겪어 봤잖아.
할 때마다 좋진 않지만, 아니 가슴이 아려오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거 같다.
나 그래도 괜찮을 거야. 죽진 않을 거 같아. 이게 나이가 먹는다는 걸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I는 사람을 넘지 못한다. 주입하는 정보로만 분석이 가능할 뿐 사람의 성장 배경, 그 사람이 겪어온 사람들과 사랑들에서 우러나오는 신선한 관점과 창의적인 답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친구랑 얘기하는데 와 친구는 훨씬 더 획기적인 답변을 줬기 때문인데.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