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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수현 Aug 30. 2020

Beyond 'X-Y-Z' 세대

우리 아이를 지칭할 세대, C -M -D 그 어디쯤에 관하여  

며칠 전 곁에 아기를 앉혀두고 무심코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이곳 미국에서도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이슈는 그칠 줄을 모르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터, 채널을 넘기다가 우연히 마스크를 쓴 앵커가 등장하는 화면을 발견했다. 미국 NBC 채널의 뉴스속보를 실시간 전달해주는 유튜브 채널, 현재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방역에 과연 효과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한 보도가 방송되고 있었다. 바이러스의 입자가 26피트까지도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6피트 거리두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는 것. 보도 내용이 귀에 들어올수록  ‘걱정’은 26피트보다도 훨씬 더 확장되는 듯한 느낌. 여기에 마스크를 쓴 채 실내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방송 진행자의 모습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아아, 기어코 이런 시대가 오고야 마는구나.



바야흐로 코로나 시국, 생방송 중에도 마스크를 쓰는 모습들이 제법 포착되는 요즘이다. 물론 잠깐의 꼭지 진행 중, 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일련의 '퍼포먼스'를 보인 걸 수도 있겠으나, 이마저도 과거에는 흔히 찾아볼 수 없던 실로 희귀한 광경이다. 방송국이 바이러스 전파경로에 노출돼 방송국 내 일부 시설을 폐쇄하거나 생방송 송출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던 걸 고려하면, 이젠 정말이지 프로그램 진행자까지도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마스크를 쓴 채 생방송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요즘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하며 또 한 번 채널을 변경하니, 이번엔 뽀로로 등장. 아직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시즌1의 뽀로로는 마스크 없이 안경만 쓰고 있지만, 이 또한 모를 일이다. 다음 시즌에 혹시 아이들 방역 교육용으로 마스크를 쓴 뽀로로가 등장하게 될는지도!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 세대, 일명 M세대로 지칭되겠지.


코로나 위기에서 도무지 피할 수 없을,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


10년 남짓 아나운서 생활을 해오면서 무언가를 '덧쓰고' 혹은 '덧 입고' 방송하는 건 사실상 금기였다. 아무리 추운 야외 방송 현장에 나가서도 생방송 큐사인이 떨어지면 두툼한 패딩은 당연히 벗어둬야 하는 것이었다. 영하 22도의 인제 빙어축제 현장에서도 눈보라가 몰아치던 화천 산천어 축제 현장에서도 얼굴 면적 일부를 가릴 우려가 있는 귀마개와 목도리는 '당연히' 포기해야 했던 것들. 얼굴 전면을 내보임에 있어서 한 치의 가림도 허용하지 않을 아이템만 적절히 허락되었던 시절이었다. 목만 살짝 감싸는 목도리라든지, 두께감이 적어서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얄팍한 코트라든지...... 하지만 이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얼굴 절반을 족히 가리고도 남을 '마스크'를 쓰는 방송,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어렴풋이 예고해주는 것만 같다. C세대, M세대, 혹은 D세대.


C세대
(Covid-19 속 태어난 아이들)
M세대
(Mask 필수 착용 시기에 자란 아이들)
D세대
(Social Distancing을 익히며 자란 아이들)



왠지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은 C세대와 M세대, D세대들로 점철된 세상일 것만 같다. 실제로 우리 아들, 이미 태어나던 날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패닉이 된 세상과 맞닥뜨려야 했다. 만삭으로 지내던 어느 금요일 오후, 미국 이곳엔 국가 위기상황 (MAR 13 / National Emergency)이 선포되었다. 한인마트에서 남편과 느긋하게 장을 보다가 올려다본 스크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속보를 보며 가슴 졸였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


아기를 낳기 위해 들어간 미국의 출산병원에서는 위기상황 대처 방침상, 나와 남편 둘 다 4박 5일 분만실에서만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했다. 환자와 방문객의 동선을 최소화해 병동 내 '사회적 거리두기 (Social Distancing)'를 차질 없이 이뤄내야 하다는 원칙에서였다. 아기가 태어나던 그 결정적 순간, 호흡곤란 우려가 있는 산모, 나를 제외하고 분만실에 있던 십여 명 모두가 마스크를 필수 착용했던 광경도 당연히 평생 잊지못할 풍경. 산모와 아기 이상이 없다는 전제 아래, 출산 24시간 이내 빠른 귀가조치까지도... 그렇다. 2020년 쥐띠해에 태어난 아기들,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M)와 거리두기(D)를 필히 체감해야 했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 (C) 시국 속에서 말이다.


세대를 명명하는 트렌드도 차차 바뀌어나갈 '때'가 온 것 같다. X세대와 Y세대, Z세대를 운운하는 시대도 이제 저물녘이 된 걸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을 다니면서 단연코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들이었다. 소셜미디어를 생활의 일부로 사용하며 스스로 텔레비전의 코트 커터(Cord Cutter)가 되어 기존 케이블 매체에서 모바일 OTT (Over the Top) 매체로 넘어가기를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꾀하는 감성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요즘의 트렌드 세터들... 이들에 대해 열광적으로 언급하며 요즘의 미디어 생태계를 프레젠테이션 했던 게 불과 반년 전인데 이젠 가까운 미래, 코로나 시국 속 아이들의 시선과 행태가 궁금해해야할 때가 되었다. 세대의 교차라는 게 이토록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것이었다니. 과거의 수많은 세대들로부터 Z세대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교체의 속도와 형식이 빠르고 간결한 것이었던 걸까? 궁금해진다. 되짚게 된다. 그리고 문득 씁쓸해진다.


'연결'과 '소통'이 중요했던
밀레니얼과 Z세대를 뛰어넘어


'방어'와 '보호'가 최우선

Beyond X-Y-Z,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와 새로운 유행 거리들을 좇으며 한 단계 앞서 나가던 그 무수한 세대들을 넘어 이 잔혹한 시국 속, 아이들은 스스로 유해한 바이러스 (C)로부터 마스크 (M)를 이용해 본인을 안전하게 '차단'하고 '방어'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엄마 말, 아빠 말 잘 듣고 꼭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아이들을 길에서 마주하면 가슴이 짠... 하다. 여기에 더해 위험의 느낌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시,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거리두기' (D)도 필히 이행하기를 거스르지 않을 세대. 각종 미디어로 '연결되기'를 주저하지 않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뛰어넘어 정반대의 영역에서 '각자도생'을 꿈꿔야 하는, 스스로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받는 또 다른 세대 속으로 정면 돌파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지금 이 세상.


네가 날개를 펼칠 세상, 그 가까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Beyond X-Y-Z
새로운 세대가 찾아온다



C-M-D 세대를 맞이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과연 어떠해야 할까. 자칭 타칭 밀레니얼 세대 부모로서 고민은 점점 짙어진다.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프리챌과 싸이월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지향하는 '초연결사회', 서로서로의 연결로부터 소통의 쾌감을 느끼고 존재의 에너지를 찾는 트렌드에 차츰 익숙해져 온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하나 둘, 부모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절, 나를 비롯한 또래 밀레니얼들은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또 어떻게 소통해나가야 할까. 이런저런 물음표로 마음이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처럼 팍팍하고 까슬까슬해지던 찰나, 생후 5개월 차 아들이 그런 복잡한 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방긋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너의 웃음을 아직은 '마스크' 없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지금이라 다행이야. (만 2세 미만 아기는 마스크를 필수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권이 있거든.)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래도 너와는 '거리두기' 안 해도 되니 얼마나 다행이야. 물론 곧 자라나서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엄마, 아나운서 할 때는 왜 마스크 안 쓰고 했어요?"   


어쩌면 마스크 안쓰고 방송하는 게 금기가 될지도 모를 일. C세대와 M세대, D세대에게는 방어와 보호가 최우선이 될지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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