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메이저 중 마이너, 근데 왜 매력적이지?
단언하건데, 정작 밀레니얼은 밀레니얼을 모르고 있다. 사전적 정의야 명백하다.
밀레니얼 : 1980년 초부터 2000년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내 지인들의 전부가 밀레니얼이고, 내가 밀레니얼이지만 그 어떤 밀레니얼도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 수많은 밀레니얼 저격 콘텐츠와 브랜드가 가득하다. 어떤 이는 밀레니얼에겐 UX(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밀레니얼을 '똑똑한 소비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주위 누구도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밀레니얼만의 특징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방식은 그저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나가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 불명확한 모습들의 데이터에 한 줄 개인적 족적을 남겨보려고 한다. 밀레니얼이 왜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지 말하며 많은 기획자와 마케터의 고심에 도움이 되길. 여기까지는 공식적인 소개고. 비공식적인 소개로는 '가고 싶은 회사' 덕질하기. 시작은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Toss.
1. 솔직히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어
토스가 매력적인 이유? 삶에 가까워서? 미래를 만드는 회사여서? 모두 땡. 솔직히 말하면, 기업이 말하는 미래는 지극한 일반인들에게 아주 밀접히 다가오지 않는다. 역사를 만든다는 말은 금융이 일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이다. 심지어 일상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토스는 메이저 중의 마이너다. 토스가 한창 성장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00명의 사람과 만나고 크고 작은 대외활동 프로젝트, 동아리, 모임, 지인을 만들었다. 당연스럽게 술값을 비롯한 각종 결제 정산을 할 일이 많았지만 토스를 이용한 적은 손에 꼽는다. 한, 열 번은 되려나?
오히려 토스는 한때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었더랬다. 시도 때도 없이 친하지도 않은 지인이 문자를 덜컥 보내며 이걸 하면 돈을 받는다나 뭐라나. 답장하기도 그대로 어플을 깔기도 뭐한 시점에서 귀찮음만이 생겨났었다. 때로 학교의 익명 게시판에는, 이 문자 도대체 뭐냐고 하소연을 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무료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다는 말에 반짝 떠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핀테크 물결은 '핀테크'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카카오 페이라는 귀엽고 간단한 더치페이 도구로 먼저 휘몰아쳤다. 그래서 토스는 메이저 중의 마이너였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건 알겠고, 그런데 뭐가 뭔지도 모를 시기에 송금 업무를 이행할 어플이 몇 개나 있을 이유는 없었고. 카카오페이는 굳이 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반면에 토스는 일부러 깔아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2. 일에 미쳐있다는데, 왜 워라밸이 실현될 것 같지?
그런 토스가 성큼 다가온 건 2020년 초부터였다. 처음 인턴을 하며 회사에서 토스의 기업문화를 건너건너 들었더랬다. 연봉을 얼마 준다더라, 스톡옵션을 얼마 준다더라 하는 소리보다도 (안타깝게도 불과 작년의 나는 스톡옵션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일에 미쳐있다'는 코멘트가 가장 깊게 머리에 박혔었다. 여론이 워라밸을 외치고 동기들이 모두 공기업이며 공무원을 준비한다며 훌쩍 사라져갈 때, 일에 미쳐있다는 말이 어쩐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9 to 6가 안정적인 삶. 근무시간 이후엔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는 회사. 저녁이 보장되고, 취미활동이 가능한 삶. 언뜻 완벽해 보이는 워라밸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 나는 반년간 인턴 기자로 언론사를 드나들었다. 종일 기사거리를 찾다가 몇 개고 아이템을 내고, 그중 하나를 골라 치열하게 취재하다 마감 시간을 영감 삼아 쫓기듯 타자를 두드리고. 바쁘게 에디팅을 해 올라간 콘텐츠를 짝을 맞춰 큐레이션하고, 조회수가 하나 늘 때 마다 문장 하나를 퇴고하며 수없이 고치는 그 시간이 좋았다. 온전한 내 콘텐츠에 빠져 문장을 몇 번이고 다듬는 순간에, 그 문장이 독자를 설득 시켜 끝내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나에게 일은 내 모든 것을 바쳐 타인의 모든것을 꺼내는 작업이었고 몰입이 아니고서는 통 만족할 수 없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이런 노력에 비해 회사는 꽤 느슨했었다. 모두가 '적당히'를 외치며 나에게 너무 많은 일을 하려 노력하지 말라 말했었다. 인정한다. 나는 꽤 많은 일을 핸들링하려 노력했고 심지어는 인턴 최저시급에 야근 수당도 안나오는 회사에 한 두어 시간, 남아있다 걱정스러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럴때면 쑥스러운 얼굴로 말 끝을 흐린 채 재빨리 업무를 메일로 보내곤, 집에서 몇 시간이나 타자를 두드리기 일쑤였다. 나서서 회사의 개가 되고 싶었냐고? 몰입하지 않은 콘텐츠를 내 것이라 바이라인 달기 싫었을 뿐이다. 아마 나는 어느 회사를 가건 그랬을테다. 그래서 일반적인 워라밸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내 라이프 밸런스는, 워크에 온전히 몰입했을 때 그제야 맞춰졌다. 누군가가 6시를 기점으로 일에 대한 생각을 끊고 재충전했을 때 9시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시간이 무엇이건 내 콘텐츠를 몰입하고 끝냈을 때 그제야 가족과의 행복한 식사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너무 이르게 알아버린 나는 토스의 사람들이 '미쳐있다는' 데에 오묘한 끌림을 느꼈다.
3.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개인들
토스의 문화에 매료된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공개된 토스의 다큐멘터리와 반응을 보고 더욱 확신을 얻었다. 토스의 문법이 언론 친화적이라는 사실,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영상 시대에 발 빠르게 유튜브에 공개했다는 사실...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좀 더 명확한 논리로 잘 다듬어 설명해 줄 것이라 믿고. 몇 번이나 다큐멘터리를 돌려보며 이들이 왜 이렇게 매력적인가 알아봤다. 단순히 일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소비자 지향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다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으려 고민했다. 그 끝에 찾은 토스의 매력은 바로 '단순함 뒤의 다양함'이었다. 다큐멘터리의 부제는 Behind the Simplicity. 토스가 소비자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단순해졌고, 그 뒤에는 이런 모습이 있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테크놀로지보다도 사람에 맞춰져 있고, 그 사람들이 오너가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의 분야가 모두 다른데도 결국은 '토스'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귀결되는 모습이 가장 흥미로웠다.
지인들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공통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어버린다는 그 느낌이 못 견디게 힘들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직장인이 되기 무던히 싫었던 때가 존재했다. 고등학교 때, 직장인으로 살 바에야 평생 알바나 하며 조금 먹고살래. 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그저 대감집 노비로 살기에는 족하지 않았다. 뉴미디어는 각종 정보로 내 사고와 취향을 먹여 살리며 자아를 비대하게 성장시켰다. 설령 운 좋게 붙은 노비 일이 적성에 맞더라도, 그래서 내 평생을 마당 쓸기에 바치더라도 결국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일부가 되어 함께 움직이는 토스는 특별했다. 각각의 등장인물(토스 구성원 =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면서도 '편리한 금융 생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다.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개인의 삶이 가장 치열하고, 그 치열한 일상이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은 항상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그래서 토스는 매력적이다. 핫하다는 유니콘 스타트업이어서도, 미래가 밝다는 핀테크 기업이어서도 아니다. 이 모든 수식어 뒤에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 공화주의 만세! 비바 리퍼블리카
토스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다 회사명을 발견했다. '비바리퍼블리카'. 단번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때만은 전공을 그 누구보다 감사하게 여길 수 있었다. 공화주의는 아주 언뜻 부정적으로 읽힌다. 가장 가까운 외국의 이름이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어서가 큰 이유일 테다. 사실 공화주의는 대중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유, 민주주의와 멀지 않은 존재이다. 각자가 국가의 존립을 위해 시민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를 부르짖은 프랑스 혁명에서 시민들은 외쳤다. '비바 리퍼블리카!' 그 당시에 공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혁명이었다. 이런 혁명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마음에서 토스 서비스가 생겨났다고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수록 기업은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구글은 '악하게 되지 않을 것'을 아예 회사에 못 박아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한 자본주의의 흐름을 담당할 토스가, 공화주의를 부르짖는다는 건 한없이 소비자 지향의 서비스로 다가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앞으로 토스는 더 매력적인 회사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은 메이저의 마이너인 회사이지만, 핀테크가 성장하고 인간 삶의 필수 요소로 등극할 때 즈음이면 소비자들은 선택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회사가 가장 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가늠하면서. 어플 하나 까는게 그닥 큰 의미로 자리잡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토스는 가장 신선하고 매력적인 마이너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적어도 밀레니얼에게 마이너는 잘 모를지언정, 진부해서 질리지는 않는 존재니까. 곧 증권서비스를 런칭한다고 뉴스를 접했다. 이 증권서비스에서 확실히 '토스'만을 사용할 매력적인 장치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금융 앱, 증권 앱을 넘어 미디어로까지 발 뻗어 나갈 수 있는 분명한 가능성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또 바란다. 그리고 너무 잘 되기 전에 (!) 내가 자리 하나 즈음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