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오진주
올 겨울은 작년과 다르게
기록적인 한파가 몰려왔다.
한 동안 시동을 걸지 않은
낡은 차의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로.
나는 그렇게까지 추운지 몰랐다.
B와 D 사이에 있었고
한 겨울에 밖을 나가지 않고 코로나를 핑계로
집안에만 머무르기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연락이 왔을 때
요즘 춥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다지 춥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네 마음이 따뜻해서
그런가 보다고 하셔서
이내 얼어있던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따뜻해지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다.
내 머릿속은 한파보다
매서운 찬 바람이 몰아쳤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시베리아 횡단을 하다가
사하라 사막을 걷다가 그랬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창가 밖 눈꽃송이를 붙잡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아 조금만 느리게 가줘,
내가 다른 시계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
하지만 겨울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듯 했고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