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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ul 29. 2024

유튜브로 향하는 스타들, 지상파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

숏폼 중심의 소셜 비디오 등장, 크리에이티브 시장 ‘빅블러’ 현상 부추겨

어느 분야나 변화는 복합적인 역학 구도 속에서 발생한다. 특히, 그 어느 분야보다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미디어 분야는 경제 상황, 시대정신(Zeitgeist), 기술의 진화 등이 맞물려 특정한 변수가 미친 영향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게 구조 변동이 일어난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자원 중 하나는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주도 환경에서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주체다. 이 글에서는 크리에이터를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지상파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 성장해 온 아티스트들의 상당수가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시장의 크리에이터와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경계의 횡단’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시장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내 영상 시장의 시기별 구조 변동

출처: Variety를 인용한 한정훈(2024. 7. 6)을 참고로 국내 상황에 맞게 재정리      


버라이어티(Variety, 한정훈, 2024. 7. 6 재인용)는 전체적인 영상이 지상파(Broadcast)가 방송을 독점하던 시기를 지나 유료방송(Cable)이 방송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던 시기를 마감하고 OTT(스트리밍)의 시대로 접어든 지 10년(2010년 – 2020년)을 지나 소셜 비디오(social video)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셜과 비디오의 합성어인 소셜 비디오는 SNS의 기능과 비디오의 기능이 합쳐진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소셜 비디오는 SNS 상에서 참여 활동을 유도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짧은 형식의 비디오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숏폼 이용량이 늘어나는 등 소셜 비디오의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비디오 주도 동영상 소비 환경의 특성은 영상을 소비할 때 가성비(稲田豊史, 2022/2022)를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봐야 할 콘텐츠가 너무 많고 추천에 의해 노출되는 콘텐츠의 양도 압도적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나 요약본과 같이 콘텐츠를 다 보지 않아도 특정 콘텐츠를 본 것과 같은 효능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노창희, 2024).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현재의 상황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수용자와의 연결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가진 탤런트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을 의미한다(Quora, 2023. 4. 27). 크리에이터 이코노미(The creator economy)의 특성은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가 제작하는 콘텐츠로 수익을 포함한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Brzezicki, 2024. 5. 1). 매체가 병목(bottleneck) 역할을 하던 레거시 방송 미디어 시대의 아티스트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경계가 존재한다. 레거시 환경에서는 방송사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아티스트들만이 매체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소셜 비디오 환경에서는 이용자의 관심을 획득할 수 있다면 누구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소셜 비디오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재배치에서 본 고에서 집중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들의 전략적 지형 선택이다. 곽튜브, 빠니보틀, 풍자와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반면, 유재석(핑계고), 신동엽(짠한형) 등 연예 대상을 수상했던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진출하고 있다(조민정, 2024. 3. 7). 유튜브에서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어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즉, 그들이 방송에 출연해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유튜브에서 출연하는 것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 물리적으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곽튜브 곽준빈은 방송 출연료가 유튜브를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출연료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이민지, 2023. 7. 3). 


그렇다면 유튜버들은 왜 지상파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 전략적으로 출연하는 것일까? 그것은 부르디외(Bourdieu, 1978/2013)식으로 얘기하자면 상징자본을 획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상징자본은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하게 해주는 무형의 자본이다(Bourdieu, 1978/2013). 유튜버들이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는 이유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는 크리에이터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상징자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심의 등 방송의 제약을 넘어 보다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유튜브가 가진 장점이다.


이미 지상파를 비롯한 레거시 방송 미디어들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레기서 방송 미디어가 점유하고 있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레거시 미디어들도 유튜브를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MBCNEWS’의 구독자는 457만 명, YTN의 구독자는 455만 명, SBS뉴스 구독자는 438만 명으로 이미 지상파를 포함한 레거시 방송 미디어들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체의 흥망성쇠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특정 매체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매체가 바뀌고 매체의 형식적 틀이 바뀌는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인해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았고 종이신문 발간 부수가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저널리즘은 중요한 사회적 제도로 미디어 산업의 한 분야로 존재하고 있다(Anderson, Downie Jr, & Schudson, 2016/2019). 지상파를 포함한 레거시 미디어들이 가진 매체력이 약화되는 것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들도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전환(transformation)과 빅블러(big blur) 환경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비롯하여 전환과 빅블러 환경에서 미디어 생태계의 전략적 재배치는 계속될 것이다. 현실이 어렵다고 지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난맥상을 돌파하고자 하는 절실함과 환경에 맞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다.       


참고문헌      

노창희 (2024). 전환기 텔레비전을 둘러싼 맥락들: 시장, 법·제도, 시청자의 관점에서. 힌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엮음) (2024). <한류 생태계와 지속 가능성>(195-221). 서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민지 (2023. 7. 3). 곽튜브 “방송 출연료, 유튜브 수입 못 따라가” 솔직 (세계 기사식당). <뉴스엔>.

조민정 (2024. 3. 7). "경계 더 모호해질 것" 유튜브↔지상파 간 두드러지는 '빅블러' 현상. <스포츠조선>.

한정훈 (2024. 7. 6). 소셜 비디오 시대에 눈을 떠야 하는 TV, 비드콘을 다시 봐야하는 건 필수(TV needs to wake up to social video) NEEDS TO WAKE UP TO SOCIAL VIDEO). <다이렉트미디어랩>.

稲田豊史 (2022). 《映畵を早送りで觀る人たち ファスト映畵.ネタバレ-コンテンツ消費の現在形》. 황미숙 (역) (2022).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서울: 현대지성.

Anderson, C. W., Downie Jr, Leonard, & Schudson, M. (2016). The news media: What everyone needs to Know. 오현경·김유정 (역) (2019). <뉴스를 묻다>. 서울: 한울.

Bourdieu, P. (1978). Capital symbolique et classes sociales. L’Arc, 72, 13-19. 이상길 (역) (2013). 상징자본과 사회계급. <언론과 사회>, 21권 2호, 10-33.

Brzezicki, A. (2024. 5. 1). The creator economy: Definition, benefits, and trends. The Bazaar Voice.

Quora (2023. 4. 27). Understanding the rise of the creator economy. Forbes. 


출처: 이 글은 <신문과 방송> 2024년 8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pf.or.kr/synap/skin/doc.html?fn=1721989451923.pdf&rs=/synap/result/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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